메디컬 테크놀로지(Medical Tech)란 질병 예방·진단·치료를 위한 의료기기 관련 산업을 의미하는 말이다. ‘김양균의 메드테크’는 기존 정의를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의료 기술을 도입하거나 창업 등에 도전한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분당서울대병원의 물류 혁신을 위한 자율주행 이송로봇 적용 사례를 전한다. [편집자 주]
의료기관이라고 하면 환자와 의사·간호사부터 떠올릴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 말고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더 많다.
원내 여러 부서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의료물품의 관리와 분배 등을 전담하는 물류 부서는 병원의 혈관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적재적소에 필요 의료물품이 떨어지지 않게 관리 및 이송하는 작업은 까다롭기도 하거니와 노동집약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일단 병원 전체 물류창고에 수술실이나 병동에서 사용되는 의료물품이 도착하면 이를 분류, 다시 수술실과 병동으로 배분해야 한다. 특히 이 배분의 과정은 사람의 손을 많이 탄다. 병원마다 상이한 물류창고의 위치에 따라, 물류 부서는 배분해야 할 의료물품을 다시 운송차량에 싣고, 다시 내려 운송 선반에 실어 수술실 등으로 날라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화물이 아닌 의료물품인 탓에 자칫 오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 상하차 과정에서 안전사고 가능성도 늘 상존한다.
이를 극복코자 전 세계 의료기관에서는 로봇을 이송에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노동집약적 업무를 로봇의 힘을 빌려 효율화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병원의 구조가 로봇을 운용하는데 그리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엉뚱한 곳에 배송을 하는 등의 ‘에러’를 줄이기 위한 안정화 작업도 까다롭긴 마찬가지다.
그러니 로봇 도입 예산과 로봇 운용을 위한 인력 구성, 시행착오의 세밀한 기록과 보완을 통한 메뉴얼화. 이런 병원 내 로봇 운용은 비단 우리나라 뿐만이 아닌 이른바 로봇 강국조차 아직은 성숙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원내 로봇 운용은 투자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이러한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로봇이 도입되어야 할 열악한 의료기관이 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올 초부터 이송 로봇을 도입한 분당서울대병원도 이런 어려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지난 25일 그동안 병원이 야심차게 준비해온 ‘자율주행 이송로봇’의 운영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사실상 국내 언론을 통한 첫 공개로, 병원이 그동안 자율주행 이송로봇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이 되었다.
현재 로봇이 100% 안정화 단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전 세계 어느 곳도 그 정도의 안정화 단계에 이른 곳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로봇 운용을 위한 인프라와 혁신성에 대해 적어도 ‘합격점’을 줄 수 있을 터.
해가 지면 로봇이 움직인다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 혁신파크 지하 1층에 위치한 물류센터. 이곳은 해가 지면 더 바빠진다. 지난 3월 병원에 도입한 6대의 ‘자율주행 이송로봇’이 물류센터에 쌓여있는 의료물품을 병동과 수술실로 배송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김진석 분당서울대병원 물류자산팀 사원은 자율주행 이송로봇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송로봇이 병실과 수술실에 꼭 필요한 물품을 밤에 배송하면, 다음날 아침 의료인력은 그 물품 꺼내 환자에게 사용하죠. 그러니까 병동의 쿠팡맨인거죠.
하지만 ‘자율주행 이송로봇’이 물류센터에서 분당서울대병원 1동 수술실까지 가려면 꽤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1층까지 승강기를 타고 산을 뚫어 병원과 지하통로인 분당서울대병원 워킹 갤러리를 주욱 이동해 다시 승강기를 타고 상층부로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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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50미터 가량의 배송 거리를 자율주행 이송로봇이 사전에 세팅된 값에 따라 저절로 엘리베이터를 잡고, 자동문을 열어가며 이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람과의 물리적 접촉으로 인한 안전사고 가능성은 없을까?
수동 조작을 하더라도 사람이 앞에 있으면 로봇은 이를 인식, 움직이지 않는다. 로봇의 인간에 대한 불살(不殺) 원칙. 이것은 인공지능(AI)과 5G의 시대에도 유효한 셈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