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테크놀로지(Medical Tech)란 질병 예방·진단·치료를 위한 의료기기 관련 산업을 의미하는 말이다. ‘김양균의 메드테크’는 기존 정의를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의료 기술을 도입하거나 창업 등에 도전한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지디넷코리아는 총 3편에 걸쳐 서비스 로봇을 도입·운용 중인 한림대성심병원의 스토리를 전한다. [편집자 주]
귀찮은 일을 대신 해줄 로봇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반복적이고 불필요한 업무는 우리의 시간과 체력, 집중력을 갉아먹는다.
의료기관이라고 다르지 않다. 사실 병원처럼 반복되는 잡무가 넘쳐나는 공간은 없을 것이다. 환자 돌봄 과정에 필요한 여러 ‘부수적인’ 노동집약적인 일들은 의료진의 업무를 가중시킨다.
그러니 환자와 보호자는 불만이다. 의사의 설명도 제대로 못 들은 것 같고, 진료를 예약했지만 막상 가서는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점심식사를 굶고 병원에 왔건만 기다림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왜 사무실에 복귀하지 않느냐는 상사의 메시지까지 날아들면! 짜증으로 폭발하기 일보직전이 되고 만다.
의사인 이미연 한림대성심병원 커맨드센터장은 이런 병원 환경을 바꾸는 데 관심이 많다. 이 센터장은 기자에게 농담을 섞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센터장이 구축한 커맨드센터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데이터, 서비스 로봇 등을 통해 의료진과 환자를 돕는 일을 연구하는 곳이다.
일견 이 센터장이 하고 싶고, 하려는 일은 단순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환자의 불필요한 대기와 동선을 줄이고, 의료진의 반복 업무를 줄이는 것 등 말이다. 그렇지만 이것들은 우리나라 의료현장의 난제이며, 이를 해결 또는 개선한 병원은 전무하다. 지난달 15일 이 센터장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기자는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대답이 걸작이었다.
저와 커맨드센터는 의료진이 환자와 눈을 맞추고 공감하고 설명하고 집중하도록 불필요한 ‘나머지 일’을 걷어내는 일을 하고 있어요.
어르신들 ‘서비스 로봇’ 보고 요놈 참 기특하네
한림대병원성심병원 커맨드센터는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구축사업’을 통해 외래·응급실·병상 배정·전원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AI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예약을 하는 등의 전산 효율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미연 센터장은 일선 의료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을 위한 시스템구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서비스 로봇’ 도입으로 이어졌다.
최근 식당에서 주문과 서빙을 하는 로봇을 보았을 것이다. 이미연 센터장은 식당 다음으로 로봇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병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예를 들어 병원 내 입원환자 관리에는 상당한 노동력이 투입돼야 한다. 24시간 환자를 지속 돌보고 검사와 투약 등의 업무는 단순 반복 형태가 많고 밤에도 해당 업무들은 유지돼야 한다. 야간 근무자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라도 병원에서의 로봇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게 이 센터장의 생각이다.
병원 내 서비스 로봇 도입은 지난해 산업자원통상부와 로봇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한 대규모 로봇 실증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로봇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로 추진된 사업에 병원은 ‘사회문제해결형’ 분야 과제로 지원해 선정됐다. 커맨드센터는 의료인력 부족이라는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서비스 로봇이 어떤 해결을 줄 수 있는지를 실증하고 있다. 사업은 올해까지 2년간 진행된다.
현재 투입·운용 중인 서비스 로봇의 종류는 총 5가지다. ‘안내 로봇’은 외래 환자의 길 안내를 맡고, ‘배송 로봇’은 병동에서 필요한 물품을 배송해준다. 또 병동에서 환자들에게 동영상 안내를 하거나 의료진과 화상통화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 로봇도 운용 중이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 ‘방역 로봇’과 더불어 환자 집에 설치하는 ‘홈케어 로봇’ 등도 있다.
작년에서 28대가 도입됐지만, 올해는 더 늘어 추후 72대의 서비스 로봇이 도입될 예정이다. 지난해에만 3천건 이상의 로봇 서비스가 이뤄졌다. 도입 초반만 해도 이 센터장은 걱정이 많았다. 의료진과 환자·보호자, 그 중에서도 어르신들이 서비스 로봇을 불편해하지 않을까? 막상 도입 이후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의료진과 어르신 환자들 대체로 서비스 로봇을 보고 ‘귀엽다, 재밌다, 기특하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반감이 많지 않아 다행이었죠.
안내 로봇은 로비에 대기해 있다가 안내직원이 목적지를 입력하면 환자는 안내로봇을 따라 목적지까지 가는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다. 그렇게 직접 안내한 건수만 766건. 로봇 도입 이전에는 인력 부족으로 상상할 수 없었던 환자 응대 서비스였다.
홈케어 로봇 운용 과정에서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홈케어 로봇은 퇴원 이후 환자 모니터링 등 예후 관찰을 위한 서비스 로봇이었는데, 무섭다고 로봇의 전원을 끄는 환자 사례가 있었다. 홈케어 로봇이 설치된 1인가구의 경우에는 더 ‘웃픈’ 일도 있었다.
“홈케어 로봇을 말벗으로 여겨서 사용기간이 끝났지만 조금 더 집에 두면 되면 안 되겠냐는 반응도 있었어요.”
의료진은 배송 로봇에 높은 만족도가 보이고 있다. 병원 구조상 배송 로봇은 승강기를 타고 층간 이동을 하게 되는데, 혼잡시간대를 피해 늦은 오후나 야간에 운용되도록 고안됐다. 배송 로봇과 사람이 함께 승강기에 타면 불편해하진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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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과 환자들은 승강기 열림 버튼을 누르고 로봇이 타도록 도와주더라고요. 로봇이 못타면 어떡하냐고요. 로봇이 승강기와 통신해서 자동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하니 무척 놀라시더라고요. 반응이 참 좋았어요.”
물론 우려도 없지 않았다. 배송 로봇이 약을 오배송하면 어떡하냐는 걱정 말이다. 이미연 센터장은 그럴 가능성은 ‘0’이라고 했다.
병원 시스템상 불가능해요. 배송 로봇이 특정 환자에게 가서 복약을 하도록 안내하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배송 로봇이 병동 간호사실에 약을 가져다주면 의료진이 복약지도를 통해 환자에게 약을 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