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사과하라"...카카오 노조, 책임경영 촉구

"고용 안정과 철저한 경영진 검증·견제 필요"...카카오 "지속 소통 노력하겠다"

인터넷입력 :2023/07/26 16:58    수정: 2023/07/26 22:20

“무책임경영·회전문 인사, 브라이언 사과하라!”

최근 연이어 발생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계열사 희망퇴직과 관련해 카카오 노동조합이 회사 측에 고용 불안 해소와 책임 경영을 촉구했다. 이날 조합은 백상엽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를 고문으로 선임한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게 항의서한도 전달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26일 정오 경기도 성남 분당구 카카오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시위를 열고, 회사가 무책임 경영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고용 불안을 해소하라고 주장했다. 시위에는 카카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헬스케어, 카카오브레인 등 10곳이 넘는 공동체 구성원이 참여했다.

26일 카카오판교아지트 앞 광장에 모인 카카오 노동 조합

카카오 노조 서승욱 지회장은 “내부 상황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기반이 취약했던 회사가 경제 위기에 휩쓸렸고, 노동자들은 고용 유지를 위해 싸우는데 서로 소통이 안 되고 각자 입장만 주장하는 상황으로 보이겠으나, 회사 상황은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며 “카카오페이 블록딜 사태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 투기자본 매각 사태에서도 우리가 바랐던 건 변화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앞으로 카카오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문제 제기와 대화의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 지회장은 “오늘 우리의 행동은 카카오를 구하기 위한 것이다. 카카오를 구하자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이번 위기가 일시적인 재무 위기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로 두면 제3, 제4의 위기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와 공유를 위한 소통을 가치로 삼았던 카카오에서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해졌다. 책임 있는 결정과 비판은 보기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

김범수 센터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카카오 노조 서승욱 지회장

그는 “기대와 설렘은 잊히고, 답답한 마음에 이직이 최선의 대안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대로 계속 두고 본다면 10년 후 다시 이런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서 지회장은 김범수 센터장이 크루(직원)들과의 대화에 임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그는 “브라이언(김 센터장)은 국정감사에는 출석해도 크루들과 대화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브라이언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오늘 항의 서한을 전달하는데, 이번에도 답변이 있을지 사실 기대는 별로 없다. 대답이 나올 때까지, 자리에 나와 논의를 할 때까지 계속 외치고 소리칠 것”이라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경영진에 대한 철저한 검증, 견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잘못된 판단으로 위기가 온다면 원인과 결과에 대한 반성과 회고가 있어야 한다.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도 고문 계약을 체결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언하는 카카오 노조 서승욱 지회장과 오치문 수석부지회장

카카오 노조 오치문 수석부지회장은 “엔터프라이즈 크루들은 지금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그 고통이 직원들에게만 전가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태 원인이 경영 실패임에도, 백상엽 전 대표는 사과도 없이 떠나나 싶더니 고문 계약을 해 회사 곳간을 털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 수석부지회장은 “브라이언 또한 이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자격이 없는 대표를 선임했고,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크루들을 내몰았다. 이 사태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지만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26일 카카오판교아지트 앞 광장에 모인 카카오 노조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의 진창현 노조 분회장은 "회사에서 근무한 지 6년 차 접어들었는데, 근무하는 동안 두 번의 희망퇴직이 시행됐다. 올해 초 임금 교섭에서 회사의 어려운 사정으로 교섭다운 교섭을 진행해 보지도 못한 채 회사안을 수용했다"며 "대표는 올해 2020년보다 재무적으로 훨씬 개선될 것이라며, 회사가 적자라는 긴 터널 끝에 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간절한 바람으로 출시한 게임이 아키에이지 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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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분회장은 “모두 기대 부응하듯 아키에이지워는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며 회사는 흑자전환하게 됐다. 그런데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참담했다”면서 “개발팀은 성과급을 지급하며 자축했고, 회사의 버팀목이 된 아키에이지 팀은 구조조정 통보를 받았다. 이런 비상식적인 경영 DNA는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날 카카오 노조 행동 관련 카카오 측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