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꿈꿨던 '빵빵이' 이주용 "성심성의껏 웃겨드릴게요"

"낙서하듯 끄적이던 그림 운 좋게 터져…독자들께 감사해"

인터넷입력 :2023/07/26 15:22    수정: 2023/07/26 15:24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캐릭터다. 정확히 이름은 모르지만, 생김새나 옷차림이 낯설지 않다. 동그란 얼굴에 두꺼운 입술, 안테나가 연상되는 머리카락,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망울. 여기에 갈아입지 않고, 매일 똑같은 녹색 반팔 티셔츠. 이주용 작가가 자신을 모티브 삼아 만든 ‘빵빵이’다.

빵빵이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도 출시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인형, 슬리퍼 등 굿즈 역시 인기몰이 중이다. 빵빵이는 2015년 이주용 작가가 페이스북에서 연재한 웹툰이다. 특별한 장르는 없다. 단지, 이 작가가 겪은 일상 속 경험을 웹툰으로 그려냈다. 곧 독자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이 작가의 페이스북 팔로워수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빵빵이를 향한 열기는 식지 않고, 활활 타올랐다. 지난해 26일 박태준만화회사로 유명한 더그림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애니메이션 ‘빵빵이의 일상’이 유튜브에 처음 공개됐고, 웹툰 연재 초기와 맞먹는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오늘로 딱 1년이 지났다. 유튜브 구독자수는 120만명 이상.

(사진=이주용 작가 제공)

최근 서울 강남에 있는 이주용 작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초등학생 때부터 만화 그리기를 좋아했다는 이 작가는 빵빵이 열풍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작가는 “낙서하듯 끄적이던 그림이 운 좋게 터진 것”이라며 “독자들 덕분에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고 했다.

"빵빵이는 내 분신…현실 속 이주용 과장된 버전"

인터뷰 시작 전. 이 작가는 기사에 본인 사진 대신, 빵빵이 이미지만 게재해 달라고 조심스레 요청했다. 이유를 물었다. 이 작가는 “빵빵이가 이주용이고, 이주용이 빵빵이”라며 “빵빵이는 내 분신이자, 전부”라고 말했다. 작가 이주용보다, 그저 빵빵이로만 기억되고 싶다고.

Q. 원래 만화가를 꿈꿨나.

“단지 취미생활로 그림을 그렸을 뿐, 직업으로 생각해 보진 않았다. 꿈은 개그맨이었다. 남들을 웃기는 일을 굉장히 좋아했다. 지금도 그렇다.”

Q. 빵빵이 탄생 일화는.

“평소 영화나 만화를 보면 캐릭터만 본다. 내용을 끌고 가는 것도 캐릭터다. 어떤 캐릭터가 독자들 마음을 사로잡을지 판단해 본다. 변함없이 견지해 온 작품관이다. 빵빵이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재밌는, 사랑받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Q. 빵빵이=이주용이라고 했다.

“그렇다. 아무 걱정 없이 쓱쓱 그려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머릿속에 있는 누군가를 떠올리거나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빵빵이에 녹여냈던 것 같다. 현실 속 이주용의 과장된 버전이 바로 빵빵이다.”

(사진=빵빵이)

Q. 빵빵이 이미지와 전혀 다른데.

“낯을 많이 가린다. 친해지면 주변 사람들 모두 저를 빵빵이 그 자체라고 말한다. (웃음) 말보다는 표정과 몸짓으로 승부하는 편이다.”

"유튜브 구독자수 연연 안 해…초심 잃지 않고 웃겨드릴 것"

'너 왜 그렇게 생겼어?'·'특수부대 출신 여자친구를 건들면 생기는 일'·'빵빵이의 데이트'·'빵빵이의 포장마차', 빵빵이의 일상 제목들이다. 이 작가는 독자들이 껄껄 웃고, 하루 스트레스를 날릴 만한 단조로운 주제를 원한다. 무거운 건 기피한다. 이 작가 관점에서 재밌지 않으면, 어떤 작품이든 무의미하다. 본능에 충실하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야기면 된다. 독자들은 여기서 희열을 느낀다.

Q. 애니메이션 한 편당 소요되는 시간은.

“웹툰만 그렸을 때는 3~4시간 정도, 애니메이션의 경우 1~2주가량 걸린다. 욕심에 따라 늘어날 때도 있다. (웃음) 요즘 야근이 잦은 것 같아,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Q. 구성원수와 제작 과정은.

“7명이 함께 일한다. 보조 작가와 배경팀, 애니메이터, 또 후보정, 레이아웃 담당자가 있다. 스토리를 기획하고, 1차 콘티를 짠다. 이어 레이아웃 작업을 거쳐 콘티를 애니메이터에게 배포한다. 최종 편집은 제가 한다.”

Q. 작품 속 목소리 주인공은.

“빵빵이, 옥지 등 혼자 맡고 있다.”

(사진=빵빵이의 일상)

Q. 새로운 캐릭터들을 구상하고 있나.

"아직은 빵빵이, 옥지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다.

Q. 언제까지 연재할 예정인지.

"정해놓지 않았다. 일단 꾸준히 콘텐츠를 제공하는 의의를 두고 있다."

Q. 유튜브 구독자 120만명을 돌파했는데.

“독자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러나 크게 의미부여하지 않으려고 한다. 숫자에 연연하면, 재밌는 콘텐츠가 잘 안 나오더라. (웃음) 초심 잃지 않고 웃겨드리는 데만 집중하겠다.”

Q. 동경하는 웹툰 작가가 있나.

“딱 꼬집어 정하기 어렵다. 작가마다 하나씩 특색이 있다. 한 분 한 분 만나보면, 모두 작품 철학과 지향점이 확고하더라. 많이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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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주용 작가)

26일 빵빵이의 일상이 유튜브 채널 개설 1주년을 맞아, 팝업스토어 행사를 연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 B1F 이벤트 플라자에서 내달 6일까지 진행한다. 29일 오후 2시에는 이 작가 사인회가 열린다. 빵빵이 애니메이션화를 시작할 무렵, 이 작가는 팝업스토어 개최를 꿈꿨다고.

“빵빵이 인기 비결은 간단하다. 빵빵이가 너무 때리고 싶게 귀여운 탓도 있지만, 제작하는 우리 팀원들 도움이 컸다. 뛰어난 실력과 센스를 가진 인재들이 모여, 재밌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독자들과 팀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성심성의껏 웃겨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