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 더 무서운 것은 소가 떠나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오늘 내 스마트폰의 어떤 기능을 사용했는지 생각해 보자.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이야기했고, 전화도 했고, 카메라 기능으로 사진을 찍거나 유튜브 앱으로 동영상 시청도 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 앱으로 일상을 공유하고, 내일 아침을 위한 새벽 배송 주문도 하는 등 매일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한다. 주로 찾는 서비스나 사용 패턴은 작년과 달라졌고 내년에도 또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사용자는 항상 이동하고 변한다. 인기 서비스일지라도 기업이 방심할 수 없는 포인트는 여기에 있고, 기회 또한 여기에 있다.
쉽게 이동하는 사용자를 잡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과 경험 관리 플랫폼을 운영하는 오픈서베이에서 10년 이상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기업은 크게 네 가지 부분에 리소스를 투자한다.
첫째, 새로운 서비스 출시 전에는 국내외를 넘나들며 세밀하게 시장 및 경쟁사 조사를 한다. 둘째, 기획 단계에서는 어떠한 개선안이 좋을지 판단하는 사용자 테스트를 진행한다. 셋째, 출시된 서비스는 기업 내에서 확인 가능한 여러 로그(Log)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 경험을 분석한다. 넷째, 서비스를 운영하며 사용자 피드백을 모아 다음 개선안 도출에 활용한다. 사용자가 사랑하는 서비스 혹은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 대부분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각 단계에서 기업은 수없이 많은 선택과 결정의 상황에 직면하며, 구글을 비롯한 디지털 서비스 선두 기업들은 이때 '사용자 경험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한다. 사용자 경험 데이터란 앱 체류 시간, 구매 금액이나 품목, 방문 횟수 등 구매 여정을 파악하는 로그 데이터는 물론이고, UX 리서치(User Experience Research)를 통한 데이터도 포함한다. 사용자가 어떤 점에서 불만족한지, 앱에서 어떤 생각으로 물건을 검색하는지 등을 파악해 궁극적으로 사용자 정착(Lock-in) 또는 상호작용(Engagement)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단발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더라도 데이터를 지속 살펴보며 그 흐름에서 개선점을 찾고자 데이터 트래킹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시 말해 디지털 서비스 선두 기업들은 사용자를 정착시키기 위해 적절한 시점에 사용자 경험 데이터를 확인하고 의사결정 하도록 돕는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이때 꼭 필요한 요소를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먼저 '사용 가능한 유의미한 양의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내에서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기업 내 데이터는 매우 파편화돼서 실무자가 업무 의사결정에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데이터가 많더라도 '사용 가능한 유의미한 양의 충분한 데이터'와의 거리는 한참 멀다. 데스크 리서치를 통한 시장 데이터나 사용자 프로필, 기록 데이터만으로 가설과 액션 플랜을 수립할 수도 있지만, 이는 추상적이고 정확도가 떨어진다. 사용자의 솔직한 의견이나 실제 행동을 파악한 경험 데이터 등과 결합해 분석할 때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개선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데이터'에 오류가 생긴다면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높은 비용을 추가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처음부터 목적에 맞는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두 번째로 분석 플랫폼 혹은 툴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기업 내 모든 사람이 원천 데이터를 보고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다면 도구의 중요성은 낮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데이터 분석 툴을 사용할 수 있다면 데이터 전문가가 아닌 실무자도 업무 전반에 데이터를 활용하기 쉽고, 발 빠른 의사결정과 즉각적인 사용자 경험 개선이 가능해진다. 이런 분석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다면, 각 부서에서 관리하는 엑셀 파일이 넘쳐나고 인사이트를 얻고자 파일을 통합해서 보다가도 데이터가 업데이트되면 분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결국 변화하는 사용자 경험도 트래킹하기 어렵고 전담 인력 없이는 데이터 자체도 얻기 힘들다. 그러므로 기업 내 인프라로 분석 플랫폼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실무자가 전략 수립과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기업 내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중요 의사결정에서 근거 데이터를 상호 이해하는 데에도 시각화된 분석 플랫폼은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전반에 '사용자'가 우선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여기서 나온다. 쉽게 변화하고 이동하는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에 정착하도록 머물러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고, 그들이 떠나는 이유도 숫자 너머의 의미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표면적으로만 사용자를 외친다면 결국 서비스만 남고 사용자는 이동한다. 서비스의 전체적인 흐름은 조직의 핵심 가치와 방향을 따르되, 사용자가 서비스와 만나는 모든 순간을 고려하고 사용자 경험을 우선에 둔 의사결정은 서비스 성장에 필수적이다.
위의 세 요소에서 공통분모는 바로 ‘사용자 경험 데이터’다.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순간이 서비스화 되고 있는 지금, 사용자가 정착하는 서비스로 성장하기 위해 사용자 중심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필수적이다.
오늘 우리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가, 아니면 사용자에 집중하고 있는가? 사용자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 위에서 데이터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가 돌아볼 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 더 무서운 것은 ‘소가 떠나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