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에 대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경제계가 기업경쟁력 제고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과 정책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제도개선 건의서’를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건의에는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미래차, 로봇 등 6대 첨단산업 기업 25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주요과제 42건이 담겼다. ▲세제 개선(5건) ▲신산업 활성화(5건) ▲환경규제 합리화(14건) ▲핵심기술 활용․보호(4건) ▲경영부담 완화 등 기타(14건) 등이다. 킬러규제 14건도 포함됐다. 6대 첨단산업은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미래차, 로봇 등이다.
건의서는 먼저 첨단산업 분야의 투자여건 개선을 위해 과감한 세제‧금융상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와 관련해 Direct Pay(세액공제 직접환급) 도입을 촉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행법상 이익이 발생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첨단산업의 경우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해도 이익이 실현되기까지 상당기간 소요돼 적기에 세액공제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액공제 직접환급 제도가 도입될 경우에는 투자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확보된 재원을 통해 기술‧인력‧시설 등에 재투자 하는 등 선순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제도를 이미 도입했고, 캐나다의 경우에도 청정기술 설비투자액을 환급 가능한 세액공제로 지원토록 한 바 있다. EU에서도 기업투자에 대해 현금성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가전략기술에 대해 투자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보조금 신설도 건의했다.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국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용수, 전력, 도로 등 기반시설 일부에 대한 예산만을 지원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생산시설에 대한 보조금 등 다양한 방식의 자금지원을 강화해 생산시설 투자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의서에는 이 외에도 U턴기업 지원요건 완화, 첨단산업분야에 대한 생산녹지지역 건폐율 제한 완화 등 첨단산업 기업의 투자여건 개선을 위한 건의과제들이 포함됐다.
신기술‧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이차전지)에 대한 분리소유권을 인정하는 등의 법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중국 등 해외에서는 전기차 배터리교환소에서 방전된 배터리를 완충된 배터리로 교환해주는 배터리 스왑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전기차와 배터리를 분리등록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전기차 배터리 구독서비스, 폐배터리 재활용 등의 부가 서비스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로봇산업의 경우 순찰로봇을 경찰장비로 활용하거나 로봇을 활용한 방역시 소독증명서 발급이 가능토록 하는 등 서비스 로봇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선제적 법제도 정비를 요청했다. 순찰로봇의 경우 이미 미국, 중국 등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근거 규정이 미비해 활용이 어렵다. 방역로봇의 경우에도 소득증명서 발급 요건에 해당되지 못해 서비스 로봇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 환경규제 합리화, 핵심기술 보호․활용 등 기업 규제부담 완화 요청
한편,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은 업종 특성상 제조설비를 수시로 변경․재배치하고, 각종 화학물질을 다루고 있어 기업현장 상황을 고려해 관련 규제를 개선해줄 것을 요청했다. 건의서에는 총량관리대상오염물질의 배출시설 변경허가․신고기준 완화도 포함됐다. 현재 일정 기준 이상의 총량관리대상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경우 배출시설의 변경(신규, 이설, 철거 등)시 변경허가나 신고의무가 발생한다. 대규모 장치산업은 생산설비 설치와 폐쇄가 빈번해 일부 사업장에서는 연 400여건의 시설변경이 발생하는 등 이로 인한 기업의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또 유해화학물질 종사자교육 대상을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출입인원 위주로 축소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는 사업장 내 모든 근로자가 교육을 받도록 규정돼 있어 취급시설과 무관한 편의시설(은행, 카페 등) 종사자도 교육 대상에 포함된다.
핵심기술 활용․보호 차원에서 수출신고 절차의 개선도 건의했다. 국가핵심기술을 국외로 수출하는 경우 사전승인 또는 신고가 필요한데, 일반적인 수출로 보기 어려운 특허소송이나 특허협상, 해외사업장으로 기술자료를 송부하는 경우도 대상으로 포함돼 특허분쟁 대응이나 사업추진의 애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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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과 연관된 미국 내 특허분쟁이 증가하는 등 기업부담은 점차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데 기술수출 수준으로 절차를 밟을 경우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건의서는 기술 유출 가능성이 적고 수출로 보기 어려운 유형에 대해서는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사후신고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줄 것을 건의했다. 아울러 핵심기술 보호를 위해 중요기술 유출시 형사처벌을 강화해 처벌의 실효성을 높여달라는 건의도 있었다.
이상헌 대한상의 규제혁신팀장은“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첨단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우위를 선점하려면 보다 과감한 규제완화와 정책지원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며 “기업현장의 애로와 건의과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해 신속하게 개선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