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다녀가면 돈 봉투 받고, 때리고, 성추행하고…"
30·40대 학부모 세대가 토로하는 일부 교사에 대한 경험이다. 그러나 관계가 역전됐다. 지탄받는 대상은 촌지를 받는 폭력 교사에서 무차별 민원을 넣는 학부모로 바뀌었다. 최근 교사들의 폭행·사망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현재 학부모 세대의 경험이 교권 침해 문제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희 때는 선생님한테 엄청나게 맞았다. 사실 교사에 대한 신뢰성이 없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서모씨(38)는 자신의 학창 시절 경험을 말하며 교사와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토로했다.
서씨는 "교사들이 문제를 만들지 않는 거에 초점을 두는 거 같다"며 "아이 담임과 얘기해보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대응하는 느낌이다. 오히려 학원 선생님들이 더 꼼꼼하게 사소한 부분도 챙겨준다"고 말했다.
사교육 경험과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교권 붕괴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서씨와 같은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여러 학부모가 서씨처럼 과거의 기억을 토로하며 교권이 떨어진 학교 현실에 눈을 돌려 왔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계에서는 1990년대 이후 공교육의 특성 변화, 사교육의 증대, 새로운 세대의 등장 등을 교권이 추락하는 데 영향을 미친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1990년 이전의 국가주의적인 공교육에 대한 반작용과 1995년 김영삼 정부 당시 교사를 개혁 대상으로 삼고 '교육 공급자'로 설정한 5·31 교육 개혁이 지금의 교권 붕괴에 영향을 미쳤으며, 여기에 사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커지면서 교사를 무능한 존재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과거 경찰에 대한 좋지 않은 경험이 요새 투사돼 공권력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처럼 과거 일부 교사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람들이 부정적인 인식이 있을 거고, 이를 갖고 지금 교사를 바라보며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상 교사에게 폭언하면 처벌을 할 수 있지만, 소송 등 여러 문제로 학교가 처벌하지 않고 교육자로서 참고 인내하다 보니 학부모 입장에선 돌아오는 불이익이 없다"며 "'교사가 꼼짝 못 한다는' 잘못된 경험이 축적돼 학부모들 사이에서 공유돼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학교폭력법에서 규정하는 학교 폭력 대상 범위 축소 및 관련 업무 합리적 조정 △교실 내 문제행동 지도에 대한 아동학대처벌법 적용 예외 혹은 문제행동 전담관 신설 △특수교육 대상 확대 △학부모 민원 제기 시 교사보호 조치 등을 제도적 해법으로 꼽았다.
학교가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보호막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교육청을 비롯해 일선 학교들이 학부모의 눈치를 보는 세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2021년 장세린 초등 교사와 정윤경 전주교육대 교수의 '교권침해를 경험한 초등학교 교사의 회복과정에 대한 자문화기술지' 논문에 따르면 초등 초임 교사는 교사 간 연대 파편화로 교권침해 문제 공론화에 어려움을 겪고, 관리자는 최대한 학교 평판을 고려해 책임을 회피하는 방향을 택해 교권침해가 방치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또 교권침해의 원인은 학교의 구조적 맥락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해결은 교사 개인의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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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논문은 "학부모의 불신은 교권침해 사안 해결을 힘들게 만드는 요소이다. 학부모의 불신을 일으키는 원인은 학교의 절차적 접근 방식이었다"며 "학교는 행정 절차를 중시할 것이 아니라 학부모와의 인간적 소통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