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각지에서 공격적 확장을 펼치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고뇌가 깊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1위 기업의 공세적 전략에 찬사를 보내지만 정작 회사는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고심 중이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0년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을 시작으로 급속한 확장 전략을 취해왔다. 북미에서만 현재 8곳의 배터리 생산 거점을 증·신설 중이거나 양산 중이다. 오는 2028년까지 북미에 투자해야할 금액만 어립잡아 계산해도 약 23조원 수준이다.
여기에 국내를 포함한 유럽, 중국 신·증설 계획을 포함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폴란드 브로츠와프, 튀르키예 앙카라, 중국 남경, 오창의 마더팩토리 등 어느 것하나 놓치기 어려운 거점이다. 뿐만 아니라 도요타와 물밑에서 논의 중인 합작공장이 결정된다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예정 투자 재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기업공개 이후 처음으로 1조원대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일단 한시름을 놓았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약 6조원에서 올해 1분기 기준 약 4조8천억원으로 빠른 속도로 고갈 중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유동부채(1년 안에 만기하는 차입금)는 지난 2020년 6조8천억원에서 지난해 11조를 돌파했다. 더군다나 올해 설비투자(CAPAX)에 약 9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인데 이 역시 부담으로 작용한다.
내부적으로도 이를 의식한 듯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재원 조달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LG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확보와 오너 경영의 역할’ 행사에 참석한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최고위기관리책임자(CRO) 사장은 "시장이 열리고 있어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자원은 무한히 들어가지만 재원조달 방안은 마땅치 않다"며 사실상 우회적으로 정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이 사장의 발언을 두고 공격적 투자 전략과 천문학적 재원조달이라는 과제에 내부적으로 고심이 깊다는 분석도 나왔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주관의 지원기금제도나 수출입은행 뿐만 아니라 민간은행 중심의 수출입 보증 대출제도 등을 구상 중이지만 현실화 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금 조달 문제는 비단 LG엔솔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배터리 3사 공히 이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라며 "해마다 몇 곱절씩 커지는 시장만큼 실적도 쑥쑥 커지고 있지만 집행해야 할 설비투자와 재원이 만만치 않아 이에 대한 각사의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관련기사
- LG엔솔, 제1회 산학협력 컨퍼런스 개최…우수 인재 육성 협력의 장2023.07.18
- LG엔솔, 2Q 역대 최대 매출...年 목표매출 절반 넘었다2023.07.07
- LG엔솔, 칠레SQM과 전기차 200만대분 리튬 구매계약2023.07.07
- 현대모비스·LG엔솔, 인니 배터리셀 합작투자 '아시아 올해의 딜' 선정2023.07.06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글로벌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원활한 재원 마련이 숙제인 것은 사실"이라며 "완성차 업체들과의 합작법인, 회사채 발행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원 마련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잔고는 올해 1분기 기준 385조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