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서 칼럼] '뒤센의 미소'가 뜻하는 것

전문가 칼럼입력 :2023/07/18 21:14

김익한 아이캔유튜브대학 학장·명지대 명예교수·기록학자

‘뒤센의 미소’라는 말이 있다. 미국에서 종단연구를 해봤더니 미소가 입에 붙은 사람들의 성공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높았다는 거다. 구체적인 수치를 알 이유도 없다. 당연한 결과니까 말이다. 문제는 우리 입가에 항상 미소가 지어지냐는 것이다. 알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 밝은 일상을 유지하는 일이다.

단기적으로도 미소는 그 효과가 엄청나다. 특히 창의적 작업과 일상의 밝음은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다수의 심리학적 실험 결과로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기억해보면 이미 우리 자신도 경험한 적이 꽤 있을 것이다. 이 역시 실행이 어려울 뿐이다.

알면서도 우리는 왜 그렇게 찡그리고, 투덜거리며, 어두운 표정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물론 세상이 살기 힘들어서다. 너무 매일 그렇다보니 세상 탓하기도 미안해질 지경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내 탓을 하기 시작한다. ‘저 친구는 그래도 웃으며 잘 지내잖아? 난 DNA가 좀 어두운가봐’ 하고 ‘태생부터 난 안 돼’ 하고 자신의 천성을 의심하기조차 한다.

종합하자면 ‘미소 지으며 살면 반드시 성공할 텐데, 난 태생이 어두워서 결국 밝은 일상을 살아내지 못해. 결국 일도 잘 못하고, 이생에서의 성공은 물 건너 간 거지. 그냥 하루하루 생존이라도 해야지 뭐’ 하고 자기를 버려버린다. 답답하다. 적어도 천성 운운하지는 말자. 그러기에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게으름을 피우고 지속력이 떨어져 작심삼일을 반복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린 나름 최선을 다하고 살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최선을 다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니, 우린 우리답게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을 하기도 하고 그러기 위해서 실력을 키우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또 행복한 시간들을 만들어가기도 하면서 살아왔다. 죽으라고 노력만 하고 성공을 위해 지금 현재를 버려가며, 심지어는 그렇게 하면서도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일상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 방법은 꽤 많다. 그걸 하나씩 해보면서 미소를 조금씩 지어보는 것으로도 우리 인생은 좋아질 수 있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자신을 어두운 성격이라고 결론지어버리는 잘못이다. 이동을 하면 비교적 밝아진다. 밖으로 표출을 해도 기분이 꽤 좋아진다. 맑은 공기와 화창한 햇빛 역시 우리를 밝게 만들어주는데 일조한다. 밝음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하나 둘 시도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지금보다 밝아질 수 있다. 그 밝음의 힘으로 오늘을 살아내고, 또 그 밝음의 기운으로 일도, 공부도, 관계도 나름대로 잘 풀어가는 것이다.

이동의 대표격은 여행이다. 4시간 여행도 나쁘지 않고 2박 3일 여행은 지친 나를 위안해주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나를 돌보고 밝음의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최고의 여행은 역시 혼자 여행이다. 이곳저곳 구경하지 말고 한두 군데만 아주 천천히 보며 이동하면 여유로운 공기 덕에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기 마련이다. 산책이야말로 가장 손쉽게 밝음의 기운을 충전하는 수단이다. 매일 산책하는 사람은 심지어 생각의 깊이, 충만한 아이디어까지 얻어낼 수 있다.

“나이 들어 혼자 코인 노래방에 간다고?” 하고 물을지 모른다. 혼자 노래하러 가는데 나이가 뭔 상관이란 말인가. 눈치보고 주저하지 말고 어른 됨의 비계 덩어리를 던져버리면 필요할 때 언제라도 울적함을 달랠 수 있다. 책 한 권 들고 동네 산으로 이동해서 10분만 낭독해보라. 이것 역시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자연과 밝은 햇빛과 소리 내서 책을 읽는 표출이 결합되면 내 시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다. 그 좋은 즐김을 남의 눈치 보느라 못할 이유가 뭐 있겠는가.

하루에 하늘을 몇 번이나 보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날씨 좋은 날 쨍한 햇빛이 비치는 창가에 서서 먼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린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는다. 출근길 문득 쳐다본 하늘에 기이한 구름들이 나를 반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그날 하루라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다. 점심 식사 후 서둘러 사무실로 돌아오는 대신 심지어 근처 버스 정류장 의자에라도 앉아 하늘을 한 번 쳐다보면 항상 무표정하던 내 얼굴에 미소가 깃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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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센의 미소'로 일의 효율을 올리는 것을 너무 멀리, 거창하게 보지 않기를 바란다. 큰 거 한 방에 의존하면 ‘난 왜 안 되지’하는 자책 모드로 돌아갈 뿐이다. 순간순간 작은 거 여러 방에 일상을 맡기면 좋겠다. 이동과 표출과 하늘보기 정도로 우리가 맞이하는 일상을 따듯하게 보듬어 보자. 세상에 제일 소중한 건 나 자신이고, 내게 주어진 일상의 바로 그 순간들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저절로 유능해지는 우리자신을 긴 안목에서 바라보며 살아가자. '뒤센의 미소'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김익한 명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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