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투자를 막는 킬러 규제를 팍팍 걷어내라."
윤석열 대통령의 강력한 규제 혁신 주문에 정부부처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킬러 규제'란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의미한다.
18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규제별 전담작업반이 17일부터 킬러규제 개선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전담작업반은 각 부처의 차관급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대통령의 킬러규제 철폐 발언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14일 국무조정실은 ‘킬러규제 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1차로 5개 분야 15개 과제를 선정했다.
입지 분야에서는 ▲업종 규제 등 산단 입지 규제 ▲농지, 산지 등 토지 이용 규제 ▲지자체 조례 등 그림자 규제가 선정됐고, 진입 분야에서는 ▲금융 분야 진입 규제 ▲플랫폼 산업 진입 규제 ▲기업 규모, 업종 차별적 진입 규제 ▲소상공인, 자영업자 생활 속 골목 규제 등이 ‘킬러 규제’로 꼽혔다.
신산업 분야에서는 ▲신의료 기술분야 규제 ▲벤처, 창업기업 성장장애물 규제 ▲관광분야 신산업 활성화 저해 규제 등을, 환경 분야에서는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 화학물질 규제 ▲민간투자분야 등 환경영향평가 규제 ▲탄소 중립, 순환경제 규제 등이 선정됐다.
노동 분야에서는 ▲외국인 고용 규제와 ▲산업안전 규제 분야가 ‘킬러규제’로 분류됐다.
■ 포스코, 산단 입지 규제 푸니 조 단위 투자 발표
재계에 따르면 정부가 '킬러규제'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포스코 사례가 거론된다. 정부의 규제 합리화가 대규모 투자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남 광양시 동호안 산업단지는 산업입지법 등 현행 법령상 철강 관련 업종만 입주가 가능했다. 포스코를 비롯해 이차전지 소재나 수소 관련 사업체가 입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부가 산단 입지 규제 완화에 나서며 투자의 길이 열린 것이다.
정부는 현행법령을 적극 해석해 산단 부지 업종제한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시행령을 연내 개정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포스코는 대규모 투자로 화답했다. 포스코는 향후 10년간 동호안 부지에 4조4천억원 규모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투자에 따른 생산 유발효과가 연간 약 3조6천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연간 약 1조3천억원, 취업 유발효과가 연간 약 9천명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상헌 대한상공회의소 규제혁신팀장은 "규제애로센터 등을 통해 가장 많이 들어오는 규제가 환경과 입지 관련 규제다"며 "이번에 정부에서 발표한 킬러규제 15개 과제 중 가장 첫번째로 입지 분야 업종 규제가 포함된 것도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산단 내 입주 업종을 제한하지 않는 ‘네거티브 존(업종특례지구)’에 대한 기업들의 요구도 있다"며 "실제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어려워하거나 기존에 많이 건의해 왔던 순서대로 개선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 지주사 규제 등 공정위 관련 이슈 2차 과제로 미뤄져
정부가 '킬러 규제' 개선에 속도를 내자 경영계도 바쁘다. 경제단체들은 ‘킬러 규제’ 발굴을 위해 기업 의견 수렴에 나섰다.
지난주 발표한 1차 과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최근 경영계에서 입을 모아 개선을 외치는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가 포함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국조실 관계자는 "산업 안전 규제만 해도 300개가 넘는 규정이 있는데, 노후화된 규정은 현실에 맞게 바꾸고 최근 도입했더라도 과도하거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는 합리화하도록 검토하겠다"며 "전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포함될 수 있으며, 어떻게 개선할지 공론화하는 작업을 당연히 거칠 예정이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1차 과제에서 대기업 차별 규제 등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이슈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우선 1차 과제들을 구체화하고, 그 과정에서 추가로 나온 내용들도 검토하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지주사 관련 규제 논의는 2차 과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나 노동규제(노란봉투법)의 경우 VIP(대통령)가 언급했을뿐더러 기업들의 공통 이슈이기 때문에 논의에서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여러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신중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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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기업들 입장에서는 현재 환경, 노동 분야가 가장 시급하며 산업별로는 '대기업 SW 진출제한'과 같은 진입규제 관련 논의 역시 시급하다"며 "경쟁 효율적 측면에서 중소기업도 대기업도 발주처인 정부도 모두 손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조실 관계자는 "1차 과제를 진행하면서 경제단체와 각 부처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나온 것은 기존 과제에 넣을지 새로운 과제에 넣을지 매주 열리는 작업반 회의와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전체 TF 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며 "현재 2차 과제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