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햇의 리눅스 소스코드 공유 중단과 관련한 논쟁에 주요 배포판 업체도 가세했다. 오라클이 레드햇과 IBM을 싸잡아 비판하는가 하면, 수세가 RHEL의 하드 포크를 선언했다.
오라클은 지난 10일 블로그에 "리눅스를 개방적이고 무료로 유지하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에드워드 스크레븐 오라클 리눅스 수석기업설계자와 윔 코커츠 오라클리눅스 개발책임자가 작성한 이 글은 레드햇의 소스코드 유상 공개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오라클은 "지난 25년 간 리눅스 커뮤니티의 일부였고, 리눅스를 최고의 서버 운영체제로 만들어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고품질 저비용으로 지원한다는 우리의 목표를 동일하게 유지했다"며 "오라클 리눅스 엔지니어링 팀은 커널, 파일시스템, 도구에 크게 기여하며 모든 리눅스 배포판에 포함될 수 있게 모든 작업을 메인라인으로 되돌린다"고 밝혔다.
또 "오라클과 IBM은 호환되는 리눅스 배포판을 보유했지만 오픈소스 관리자로서 책임과 GPLv2에 따른 운영에서 다른 생각으 가졌다"며 "오라클은 항상 오라클리눅스 바이너리와 소스를 모든 사람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가입자의 재배포 권리를 방해하는 가입 계약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면, IBM 가입 계약은 가입 서비스를 사용해 GPLv2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 위반이라고 명시하고, 이제 6월 21일부터 IBM은 더 이상 RHEL 소스 코드를 공개적으로 릴리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레드햇은 지난달 21일 레드햇엔터프라이즈리눅스(RHEL) 소스코드의 제공 범위를 서브스크립션 구독 고객으로 한정했다. 센트OS재단에 제공해온 소스코드 공유도 중단했다. 레드햇은 센트OS 리눅스 폐기를 발표한 후에도 2년간 RHEL 코드를 전처럼 센트OS 재단의 깃 저장소에 공유해왔었다.
센트OS 스트림은 2020년 레드햇에서 RHEL의 선행 버전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센트OS 스트림은 정식 버전에 앞선 베타버전에 가깝고, 센트OS 스트림에 새로 포함된 기능이 RHEL 정식 버전에서 빠질 수도 있다.
기존 센트OS 리눅스는 RHEL의 후행 버전으로, 100%에 가까운 호환성을 가지면서 무료로 엔터프라이즈급 리눅스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인기 있었다. 레드햇은 2020년 센트OS 리눅스 개발을 중단하고 센트OS 스트림만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센트OS의 공동창립자인 그레고리 커처가 새로운 RHEL 클론으로 '록키리눅스'를, 클라우드리눅스란 업체가 또다른 클론으로 '알마리눅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같은 발표에 오픈소스 진영에서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레드햇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분열시키고, 파괴하고 있다는 비난부터 GPL 라이선스 위반이란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레드햇의 핵심플랫폼엔지니어링 부사장인 마이크 맥그래스는 지난달 26일 "업계에서 우리를 악이라고 부르지만, 그 결정은 좋은 일이었다"며 "레드햇은 코드 업스트림에 기여하고 단순히 업스트림 패키지를 가져다 재구축하지 않아왔다"고 항변했다.
그는 "다운스트림 소스에 대한 최근의 결정에 대한 분노는 대부분 RHEL에 들어간 시간, 노력, 자원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하지 않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것을 재포장하려는 사람들의 의견"이라며 "RHEL 코드에 대한 이런 요구는 솔직하지 않다"고 공격했다.
그는 "RHEL 재구축에서 레드햇은 가치를 찾지 못하며, 재구축자들의 일을 더 쉽게 할 의무가 없다"며 "어떤 식으로든 가치를 추가하거나 변경하지 않고 단순히 코드를 재빌드하는 건 모든 오픈소스 회사에 실질적 위협이 되며, 이는 오픈소스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자 오픈소스를 취미생활로 되돌리려는 해커의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오라클은 레드햇 마이크 맥그레이스 부사장의 글에서 '레드햇 수천명 직원이 기능 개발과 버그수정, 패키지 통합에 시간을 보낸다'는 부분을 인용하면서 "IBM은 엔지니어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RHEL 코드를 공개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또 "성공적인 독립 오픈소스 회사인 레드햇이 2019년 IBM에 340억달러에 인수되기 전 수년간 RHEL 소스를 공개하면서 엔지니어에게 급여를 지불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상해 보인다"고 비꼬았다.
오라클은 IBM을 향해 센트OS를 효과적으로 죽였고, 소스코드 공개를 보류해 알마리눅스와 록키리눅스를 직접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경쟁잘르 제거하라는 게 왜냐는 질문에 대한 진짜 대답일 것"이라며 "더 적은 경쟁자는 IBM에게 더 많은 매출 기회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오라클은 오라클리눅스의 바이너리와 소스코드를 계속 무료로 유지하고, 모든 종류의 커뮤니티 및 상업용 다운스트림 배포를 환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IBM을 향해 "모든 RHEL 개발자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싶지 않다고 했느냐"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리에게 맡기고 오라클리눅스의 다운스트림 배포자가 되라. 우리는 기꺼이 짐을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라클이 레드햇의 모기업 IBM에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동안, 유럽계 리눅스 배포판 개발사인 수세도 나섰다.
수세는 11일 공개적으로 사용가능한 RHEL을 포크하고, RHEL 호환 배포판을 개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몇년간 해당 프로젝트에 천만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수세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협력하여 RHEL 및 센트OS 사용자를 위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호환 가능한 대안을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대체 소스 코드에 지속적으로 무료로 액세스할 수 있는 오픈소스 재단에 이 프로젝트를 기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디르크 피터 반 리우벤 수세 최고경영자(CEO)는 "더 많은 독점권을 갖게 되는 것이 오픈소스 회사 간 경쟁의 기반이어서는 안 된다"며 "수세 고객은 소프트웨어에 비용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 크리티컬 환경에서 소프트웨어를 실행할 수 있는 기능과 보안, 지원 등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여기에서 우리는 고객을 위한 최고, 가장 신뢰할 수 있고 비용 효율적인 공급업체가 되기 위해 경쟁한다"며 "소스 코드 가용성에 대한 최신 제한 사항으로 인해 경쟁 환경이 잘못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레드햇을 비판했다.
수세의 보도자료에서 센트OS 공동설립자이자 록키리눅스 설립자인 그레고리 커처 CIQ 최고경영자는 “CIQ는 같은 생각을 가진 회사, 조직 및 개인의 광범위한 연합을 구축해 파트너, 고객 및 커뮤니티에 안정성을 제공한다"며 "수세는 오픈소스의 핵심 원칙과 정신을 구체화했으며, CIQ는 개방형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표준을 발전시키기 위해 수세와 함께 하게 돼 기쁘다"고 축하했다.
애초에 센트OS는 RHEL과 별개의 프로젝트였다. 레드햇은 2014년 센트OS를 인수했다. 그전까지는 커뮤니티 참여자 자격으로 센트OS에 영향력을 행사했었다. 레드햇은 2014년 당시 오픈스택과 협업할 방법으로 RHEL의 무료 버전으로 통하는 센트OS 소유권을 확보했다. 오픈스택으로 클라우드 환경을 운영하는 기업이 OS를 선택할 때 센트OS로 입문하고, 현업 환경에서 RHEL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레드햇 내부적으로 센트OS에 대한 입장은 엇갈렸다고 한다. 일부는 오픈소스의 정신에 입각해 센트OS를 지지했지만, 일부는 RHEL 매출을 갉아먹는 자기잠식 상품이라고 여겼다. 두 세력의 정치적 싸움이 이어지면서도 레드햇과 센트OS의 동행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IBM에 인수된 이듬해 레드햇은 결국 센트OS 리눅스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관련기사
- 록키리눅스가 RHEL 클론 프로젝트를 유지하는 방법2023.07.07
- 레드햇 RHEL 코드 정책 변경, 오픈소스 진영 반발2023.07.03
- "센트OS 전환 고민, 수세 리눅스가 해법"2023.06.27
- 록키·오라클 등 RHEL 9 클론, 뒤늦은 출시 행보2022.07.15
오라클이 오픈소스 정신을 운운하며 레드햇과 IBM의 도덕성을 공격하는 장면은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오라클은 독점 라이선스를 공격적으로 이용하는 기업으로 악명높다. 또다른 핵심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자바를 소유한 오라클은 2019년 오라클JDK 무료 공개 업데이트를 종료했으며, 레드햇에게 오픈JDK6와 오픈JDK7의 지원을 인수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레드햇은 그동안 오라클에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이제 리눅스 커뮤니티의 비난을 한몸에 받고, 오라클에게도 도덕성으로 공격받는 처지가 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