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사람 살려."
지난 10일 오후 12시30분께 뉴시스가 찾은 서울대학교 인문대 옆 숲에서 물까치 열댓 마리가 나무와 나무 사이를 빠르게 날아다니다 길을 지나는 한 여학생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 여학생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전속력으로 인문대를 향해 달려갔다.
또 다른 남학생은 물까치와 눈이 마주치면 공격당할까, 고개를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물까치 무리가 푸드덕거리며 한꺼번에 날아오르자 이 학생도 달리기 시작했다.
물까치는 나무 옆으로 다가가는 기자에게도 시끄러운 울음소리와 함께 날아들면서 공격성을 드러냈다.
실제 서울대학교 학생과 방문객 중 일부는 물까치의 공격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서울대학교 학생 김모씨(28)는 "지난달 중순 정도에 수업 때문에 인문대 쪽으로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새가 날아와서 뒤로 넘어졌다"며 "그때 발이 뒤틀려 인대가 살짝 늘어나 한동안 붕대를 감고 다녀야 했다"고 전했다.
등산을 목적으로 자주 학교를 찾는다는 노영래(78)씨도 "지난번에는 누가 갑자기 머리를 치고 가서 봤더니, 물까치였다"며 "나처럼 나이 든 사람들은 공격받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수 있어 물까치 서식 지역 주변으로는 안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물까치 공격에 서울대학교 측은 인문대 뒤쪽 주차장과 인문대 사이 샛길을 차단봉으로 가로막기도 했다.
도심에선 물까치 외에도 까마귀 떼로 인한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맘카페에는 최근 5살 딸과 함께 길을 지나가다 까마귀에게 공격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당시 이 글쓴이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딸을 끌어안다 찰과상을 입었다고 한다.
글쓴이는 "지난달 초에 주민센터 근처 전봇대에 까마귀떼가 있었다"며 "갑자기 까마귀가 낮게 하강하면서 제 머리를 공격하려고 했는데, 우리 딸이 다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아이들까지도 공격하면 지자체에서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달 초에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엔 까마귀 공격에 머리를 다치는 일들이 벌어지자, 노원소방서가 까마귀 출몰 구역에 안전선을 설치해 주민 출입을 통제한 일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물까치와 까마귀 등이 공격성을 띠는 이유가 조류의 이소 기간(새끼가 둥지를 떠나는 시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모습이 자기 새끼를 해치려는 모습이라고 생각해, 새끼 보호를 위해 사람을 공격하기도 하는 것이다.
최강석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5월부터 6월까지 까치와 까마귀 새끼가 둥지를 떠나는 이소 기간이다"라며 "이 시기 이들의 영역에 가까이 다가가면 새끼에게 위협이 된다고 느껴 공격성을 띨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예 공격을 막기 위해선 둥지를 없애야겠지만 그건 새끼의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행동이라, 사람이 최대한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조류전문연구원은 "물까치나 까마귀는 기본적으로 숲의 가장자리나 도심 근처에 사는 습성이 있다"며 "하지만 최근 사람들이 먹다 남긴 음식들을 먹기 위해 도심 중심부로 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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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후 조류들이 둥지를 틀면서 새끼를 베는 등 도심 중심부를 자기 영역으로 삼으면서, 영역 침범으로 위협을 느껴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