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 비상…韓 경제 파장은?

여행, 수출·수입 지표 악영향 불가피

금융입력 :2023/06/29 11:00    수정: 2023/06/29 14:46

일본 엔화 저평가 현상이 국내 경기 지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29일 경제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144엔대까지 상승하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초 달러당 엔화 가치가 평균 127엔을 기록한 것을 놓고 봤을 때 13.38% 가량 오른 수준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앞서 지난해 9∼10월 강달러 현상으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150엔대를 기록하자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매수하는 시장 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일본의 엔저현상이 두드러진 이유는 일본은행이 자국의 내수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제로금리를 고집하며 대규모 금융 완화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일본 엔저 현상은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끼친다. 우선 일본을 찾는 한국인 방문객들이 늘면서 외화유출이 우려된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258만3천400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의 약 30% 규모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 제약이 컸는데 리오프닝 시기에 엔저 현상까지 맞물리며 일본관광객이 급증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증가하는 현상은 여행수지에 악영향을 끼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여행수지 적자액은 32억3천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9년 3분기 32억8천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3년 반 만에 최대 적자폭이다.

값싼 일본 상품과 서비스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도 국내 수출 성장을 발목잡는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1%포인트(P) 하락할 때 한국 수출 물량과 수출액 규모는 각각 0.2%포인트, 수출액은 0.61%포인트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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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제학계에선 “이웃국가 통화의 저평가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등 주요 교역국으로부터 원화 가치 하락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특정 국가 통화의 가치 저평가를 이유로 주변국에 통화가치 절하를 요구하는 경우가 시장에서 흔하게 제기되는 의견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부 교역국의 통화가치가 지나치게 높을 때 교역상대국에서 가치 절상 노력을 요구하는 경우는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