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주석중 교수 아들 울린 유품은 '라면수프'

생활입력 :2023/06/28 09:39

온라인이슈팀

지난 16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 흉부외과 교수를 향한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족이 추모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글이 많은 사람들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26일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행히 유가족들이 많은 분들의 위로 덕에 큰 충격과 슬픔을 잘 이겨내고 있다고 한다"며 주석중 교수의 장남 주현영씨가 전한 감사문을 게재했다.

교통사고로 숨진 고 주석중(59)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의 영결식이 20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2023.6.20/뉴스1

현영씨는 "장례를 무사히 마쳤다"며 "정말 많은 분께서 오셔서 아버지가 평소 어떤 분이셨는지 얘기해 주시고, 진심 어린 애도를 해 주셔서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현영씨는 장례를 마치고 유품을 정리하러 연구실에 갔다가 가슴이 미어졌다고 했다. 그는 "방금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나가신 것 같은 옷가지들과 책상 위 서류들, 몇 개의 메스와 걸려 있는 가운 등을 보니 금방이라도 돌아오실 것 같은 기분이었다"며 "쓰시던 책상 서랍 여기저기, 책상 아래 한편에 놓여진 박스에 수도 없이 버려진 라면 수프가 널려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식사할 시간을 내기도 어려워서, 아니면 그 시간조차 아까워서 연구실 건너 의국에서 생라면을 가져와 면만 부숴 드시고 수프는 그렇게 버려둔 것이 아닌가 여겨졌다. 오로지 환자 보는 일과 연구에만 전심전력을 다하시고 당신 몸은 돌보지 않던 평소 아버지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져 너무나 가슴아팠다"고 말했다.

현영씨는 또 아버지에게 새 인생을 선물받은 환자가 찾아와 함께 슬픔을 나눈 일화도 전했다. 그는 "아버지 빈소가 마련된 첫날 펑펑 울면서 찾아온 젊은 부부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대동맥 박리로 여러 병원을 전전했으나 어려운 수술이라며 모두들 기피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저희 아버지께서 집도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노라며 너무나 안타까워하시고 슬퍼하셨다"고 했다.

현영씨는 그동안 곁에서 아버지의 수술을 도와주신 이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그는 "아버지께서는 너무나 힘들고 긴장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심장 수술에 정성을 다해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늘 고마워하셨다"며 "아버지의 뜻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여러분이 기억해 주신 아버지의 모습과 삶의 방식을 가슴에 새기고, 부족하지만 절반만이라도 아버지처럼 살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시 한 번 귀한 걸음 하셔서 아버지 가시는 길 배웅해 주시고 위로해 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주 교수는 지난 16일 서울아산병원 인근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우회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1988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해 전공의를 거쳐 1998년부터 아산병원에서 근무한 주 교수는 동맥박리 등 대동맥질환, 대동맥판막협착증 등 응급 수술이 잦고 의사 인력이 많지 않은 전문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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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 교수는 응급상황이 많은 대동맥수술에 대응하기 위해 병원 10분 거리에 살면서, 24시간 밤낮 가리지 않고 응급환자가 오면 자주 수술실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