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도체 성숙(legacy·레거시) 공정과 디스플레이 장비를 스스로 만들 정도로 자립도가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랫동안 정부가 투자를 뒷받침하며 국산화를 이끈 결과로 보인다.
22일 금융투자·산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28나노미터(1㎚=10억분의 1m) 칩 제조 장비를 자체 생산한다.
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노광을 뺀 대부분 반도체 공정에서 28나노 장비를 가질 만큼 중국 기술이 올라왔다”며 “미국 정부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오히려 중국의 국산화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중국의 반도체 펀드 3기도 예상보다 빠르게 구체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고 2014년 1천387억 위안(약 25조원)어치 반도체 펀드 1기를 조성했다. 반도체 생산과 설계, 조립·시험, 설비·재료 등에 투자했다. 1기 투자를 끝내는 시점과 미·중 무역 분쟁이 맞물리자 2018년 1기 펀드보다 더 많은 2천42억 위안으로 반도체 펀드 2기를 꾸렸다. 업계는 중국이 올해 반도체 펀드 3기를 설정해 내년부터 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중국이 미·중 분쟁 전부터 반도체에 투자하면서 레거시 기술은 갖춘 것 같다”며 “품질·수율이 첨단 공정에 쓸 만큼은 아니지만 중국 반도체 기술이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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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식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한국에는 반도체 설계나 소프트웨어 자원이 없지만 중국은 소·부·장에 더해 설계·소프트웨어 자립도 또한 상당하다”며 “한국보다 굉장히 넓은 영역에서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도 홀로 서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국내 업체가 중국으로 수출한 장비 규모는 1억1천만 달러(약 1천423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급감했다. 디스플레이협회는 중국 장비 기업이 진입장벽 낮은 액정표시장치(LCD) 장비 위주로 시장을 키우는 한편 중국 정부가 국산화를 장려해 한국 기업과의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