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인텔, 내년 IDM 2.0 2단계 돌입

IFS 등 모아 '제조 그룹' 격상, 독립성 부여..."내부 매출만 200억 달러 달성"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06/22 08:50    수정: 2023/06/22 10:43

인텔이 내년부터 IDM(종합반도체기업) 2.0 전략 2단계인 '내부 파운드리' 모델을 본격 추진한다. 인텔 7 공정을 시작으로 4년간 5개 공정을 실현한다는 1단계 목표가 상당 부분 진척되자 생산 부문 효율화로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인텔은 2021년 3월 출범한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와 반도체 제조 기술 관련 부문을 한데 묶어 내년 1분기부터 새로운 조직인 '제조 그룹'(Manufacturing Group)으로 격상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클라라 소재 인텔 본사. (사진=인텔)

새로운 '제조 그룹'은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데이터센터·AI 그룹, 네트워크 엣지 그룹 등을 '고객사'로 취급한다. 코어·제온 프로세서, 애질렉스 FPGA 등을 생산해 각 그룹에 공급한 물량은 물론 각 그룹의 요청에 따른 추가 비용도 청구해 모두 매출로 기록할 예정이다.

21일 오전(미국 현지시간) 투자자 대상 웨비나에서 데이빗 진스너 CFO는 "장기적으로 매출 총 이익률 60%, 영업 이익률 40%를 달성하는 것이 인텔의 목표이며 내부 파운드리 모델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최근 5년간 비용 증가, 경쟁 심화 두드러져"

데이빗 진스너 CFO는 "기존 IDM(종합반도체기업) 1.0 모델은 매 2년마다 다음 제조 공정으로 옮겨가면서 경쟁사 대비 2년 정도 앞선 기술 수준을 확보하는 것이었으며 과거 수십년간 문제없이 작동했다. 순이익 역시 50% 이상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진스너 CFO는 ”최근 5년간 경쟁 격화, 환경 변화등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인텔)

이어 "최근 5년간 첨단 공정을 구축하기 위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한편 비용 효율성 문제로 최신 공정보다 구 세대 공정이 보다 합리적인 경우도 있었다. 또 최신 공정에서도 경쟁사 대비 우위를 가져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빗 진스너 CFO는 "이에 따라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시장에 빨리 내놓을 수 있는 IDM 1.0 모델의 장점을 기반으로 외부 고객사가 문제를 겪지 않는 공정과 제조 역량을 확대 가능한 IDM 2.0 모델로 전환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반도체 제조 관련 조직 모아 '제조 그룹' 출범

IFS는 2011년 팻 겔싱어 CEO 취임 이후 IDM 2.0 전략의 핵심인 외부 고객사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인텔은 IFS를 포함해 반도체 설계 등에 관여하는 모든 조직을 한데 모아 내년(2024년)부터 '제조 그룹'으로 격상하기로 했다.

인텔은 IFS 등 반도체 생산 관련 조직을 한데 모아 내년부터 '제조 그룹'으로 격상한다. (자료=인텔)

새로 출범하는 제조 그룹은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CCG), 데이터센터·AI 그룹(DCAI), 네트워크 엣지 그룹(NEX) 등 인텔 기존 사업 부문을 '고객사'로 취급한다.

제조 그룹은 인텔 내부 사업 부문에서 요청한 코어·제온 프로세서, 애질렉스 FPGA 등을 생산해 공급할 때 시장 가격에 준하는 가격으로 공급한다. 또 생산 과정에서 각 그룹의 요청에 따라 발생한 비용도 청구한다. 이 모든 매출을 제조 그룹의 매출로 보고 내년 1분기부터 발표한다.

■ "신중한 제품 설계·생산 통해 수십억 달러 절감"

'제조 그룹' 출범은 인텔이 최근 내세우는 비용 절감과도 무관하지 않다. 제이슨 그레베 인텔 기업 기확 그룹 총괄(부사장)은 "제조 그룹 출범을 통해 기존 지출 비용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사업 부문에서 긴급 생산을 의뢰할 경우 지금까지는 별도 비용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긴급 생산시에 드는 비용도 각 사업 부문에 청구하게 된다. 이를 통해 연간 최대 10억 달러(약 1조 3천억원)를 줄일 수 있다.

자동화 테스트를 대기중인 모바일(노트북)용 프로세서 시제품. (사진=인텔)

제이슨 그레베 총괄은 "각 사업 부문이 설계 단계에서 보다 신중하게 웨이퍼를 설계할 경우 재설계에 드는 비용을 줄여 연간 최소 5억 달러(약 6천500억원)가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제조 그룹, 독립 확보 댓가로 TSMC·삼성전자와 경쟁

내년부터 출범할 제조 그룹은 반도체 생산 과정의 불필요한 과정을 줄이고 효율성을 보다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데이빗 진스너 CFO는 "내부 사업 부문 역시 제조 공정 단가나 전력 소모 등을 고려해 일부 반도체 제품은 외부 파운드리를 활용해 생산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조 그룹이 생산 단가나 와트 당 성능, 단위 면적 당 트랜지스터 집적도 등에서 내부 그룹의 선택을 받기 위해 TSMC나 삼성전자 등 외부 파운드리 업체와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다.

단 인텔은 IDM 2.0 전략 출범 이후 전체 생산하는 반도체 물량의 20% 가량을 TSMC 등에서 생산하고 있다.

올 하반기 출시될 메테오레이크 프로세서. (사진=인텔)

올 하반기 출시할 코어 프로세서 '메테오레이크'도 핵심 부품인 CPU 타일 이외의 많은 부분을 외부 파운드리에서 제조해 패키징 기술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데이빗 진스너 CFO는 "제조 그룹이 여전히 내부 고객사(사업 부문)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제조 그룹 내년 매출, 삼성전자 넘어 2위 간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해 TSMC의 매출은 750억 달러(약 97조 500억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매출은 2017년 사업 출범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208억 달러(약 26조 5천400억원)를 기록했다.

3나노급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갖춘 대만 TSMC 팹 18(Fab 18). (사진=TSMC)

이날 데이빗 진스너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제조 그룹의 내년 연간 매출 중 인텔 내부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200억 달러(약 25조 8천800억원) 규모로 업계 2위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텔이 밝힌 IFS의 지난 해 매출은 8억 9천500만 달러(약 1조 1천582억원)다. 내년 출범할 인텔 제조 그룹의 매출은 내·외부를 합해 208억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인텔 4·3 공정, 인텔 20A·18A 공정 등으로 추가 고객사 확보시 삼성전자 매출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여기에 차기 코어 프로세서 '메테오레이크' 생산 과정에서 안정화된 인텔 4·3 공정, 또 2024년부터 투입될 인텔 20A·18A 공정 등으로 추가 고객사를 확보할 경우 삼성전자와 격차는 커질 전망이다.

■ "2030년 외부 고객사 물량 기준 2위 목표 변함 없어"

인텔 관계자는 "이번 '내부 파운드리' 모델 적용을 통해 인텔 사업 구조가 55년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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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IFS는 현재 퀄컴이나 Arm 이외에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Arm)

단 IFS는 퀄컴이나 Arm 이외에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출액이 아닌 수량 기준으로는 여전히 TSMC나 삼성전자 대비 우위에 서기 어렵다.

인텔 관계자는 "오는 2030년까지 단순 매출이 아닌 외부 물량 기준으로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2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변함이 없다. 사업 구조 변화와 기존 목표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