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퀴어축제 갈등 여전한데…질병청, "성소수자 축제서 엠폭스 확산" 발표

성접촉 통한 감염 위험성 알렸다지만 "과학 포장 정치적 발표" 비판도

헬스케어입력 :2023/06/20 05:00    수정: 2023/06/20 09:56

질병관리청이 성소수자 축제를 통한 엠폭스(원숭이두창) 확산 가능성을 경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질병청은 해외 선례를 들어 국내 발생 증가를 우려했다는 입장이지만, 대구에서 퀴어축제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나온 이번 권고가 자칫 성소수자 혐오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사진=질병청장)

질병청은 19일 오후 ‘국내외 대규모 축제 전후 엠폭스 감염 주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문건의 골자는 전 세계에서 성소수자 관련 행사 및 퍼레이드가 집중돼 있고, 출입국 조치 완화와 대규모 인원 참여로 고위험군의 집단에서의 감염 위험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또 질병청은 자료에서 해외의 성소수자 인권축제에서 엠폭스 발생이 증가한 점을 들어 국내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상세 개최 일정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사흘 전인 지난 17일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두고 대구시청·중구청 공무원들과 경찰이 대치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성소수자를 둘러싼 우리사회의 첨예한 입장차가 재확인된 것.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은 퀴어축제와 엠폭스 발생 간 연관성을 언급한 질병청의 발표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체 성매개 감염병을 거론한 것도 아니고 엠폭스를 축제와 연관시킨 것은 의학적 측면에서 일관성이 없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진=질병관리청 보도자료 캡처

이어 “질병청이 엠폭스와 퀴어 축제 간 직접적인 연관성을 역학조사를 통해 확인한 것도 아니고, 과학으로 성소수자 혐오를 퍼뜨려서는 안 된다”며 “정부기관이 엠폭스를 동성애 질환으로 낙인찍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권위를 가진 질병청은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공중보건이나 감염병 위기 단계를 위한 보건위기 체계를 위한 제언을 해야 한다”며 “만약 퀴어 축제가 보건위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그 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질병청은 과학과 정치의 영역에 경계를 명확히 그어야 한다”며 “기관 임의대로 과학으로 포장한 정치적 발언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사진=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캡처

또한 질병청은 앞서 “엠폭스는 특정 집단만을 대상으로 확산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어 동성 간 성행위가 주요 원인이 아님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정책위원장은 “(이번 발표는) 질병청 스스로 과학적 권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대해 질병청 관계자는 "엠폭스는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주로 밀접한 접촉으로 전염되는 만큼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과 백신 접종을 당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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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혐오표현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성(性)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을 접한 빈도를 조사한 결과, ‘일상적 경험’ 응답은 37.8%로 조사됐다.

한편, 질병청은 서울퀴어문화축제 기간 동안 현장에 부스를 만들어 엠폭스 예방접종을 유도하는 홍보물을 배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