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의 분비물을 제왕절개 수술술로 갓 태어난 아기에게 발라주면 아이의 건강에 도움이 될까.
아기는 출산 과정과 이후의 모유 수유 등을 통해 어머니로부터 유익한 장내미생물을 전달 받는다. 이렇게 형성된 마이크로바이옴은 출생 초기 아기의 면역 체계 발달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자연 분만으로 태어난 아이와 달리 산도를 나오며 어머니에게서 장내미생물을 전달받는 과정을 거치지 못 하기 때문에 출생 초기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이 달라진다. 엄마의 피부와 모유에 포함된 미생물과 병원 등 주변 환경에서 발견되는 미생물들이 주를 이룬다.
이같은 차이는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이 출생 초기 면역 체계 형성과 관련 있다는 점에서 이후 성장 과정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주장도 있다.
이에 따라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에게 출산 후 산모의 질 등에서 나온 분비물을 발라주는 '질액 바르기(vaginal seeding)'가 행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감염 위험 등으로 도리어 아기에게 해롭다는 우려도 나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 공동 연구진이 분비물 바르기가 아기의 초기 신경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연구는 학술지 '셀 호스트 &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에 15일(현지시간) 실렸다.
연구진은 중국 남방의과대학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아기 32명에게 출산 후 엄마의 분비물을 묻힌 거즈를 문질렀다. 또 다른 36명의 아기는 식염수를 묻힌 거즈로 문질렀다. 산모에 대해서는 사전에 감염병 검사 등을 실시해 안전성을 확인했다.
엄마의 분비물을 받은 아기는 생후 6주 후 시점에서 모체에 있는 미생물을 체내에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비물 바르기를 통해 아기의 장내미생물 형성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아기는 식염수로 문지른 아이에 비해 장내미생물이 더 성숙했고, 거의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 수준이었다.
또 연구진은 생후 3개월과 6개월 시점에 산모에게 아기의 신경 발달 정도를 묻는 설문을 실시했다. 아기가 간단한 소리를 내는지, 손과 무릎으로 기려 하는지 등을 물었다. 그 결과, 분비물 바르기를 받은 아이의 신경 발달 점수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높았고, 거의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 수준과 비슷했다.
교신저자인 얀 히 남방의과대학 교수는 "이 연구가 어린이의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나 자폐, 지적 장애 등 신경 장애 개선을 위한 추가적 연구를 위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산모의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를 위한 치료제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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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같은 초기 신경 발달 차이가 이후에도 유의미한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기의 뇌 발달은 크고 급격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미네소타대학 알렉산더 코러츠 교수는 '네이처'에 "생후 초기 몇 개월 정도의 지연은 18세가 됐을 때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마운트시나이의과대학 호세 클레멘트 교수는 "생후 마이크로바이옴 차이가 하바드대학을 가느냐 못 가느냐를 가르진 않겠지만, 관련된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유용햐게 활용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