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중국 수출을 제한받는 와중에도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ASML은 반도체 미세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14일 ASML에 따르면 이 회사는 2분기 매출 65억~70억 유로(약 9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54억3천100만 유로)보다 19.68~28.89%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ASML은 예상을 뛰어넘은 1분기 실적을 달성했다”며 “고객사가 빠르게 장비를 설치하고 조기 인수해 EUV와 심자외선(DUV) 장비 매출이 예상보다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에도 여전히 수요가 ASML 생산 능력보다 많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ASML에 중국으로 반도체 첨단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게 막고 있지만, 성숙(legacy) 공정 장비 공급량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첨단은 물론이고 성숙 공정 장비까지 중국에 팔지 않겠다는 일본 빈자리를 메우는 셈이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겠다며 ▲18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로직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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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한 뒤로 일본이 첨단 기술에 국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레거시 공정에 필요한 노광 장비까지 수출 제재 목록에 포함했다”며 “일본이 제재 목록에 추가한 레거시 공정 장비는 40나노 불화아르곤(ArF) 액침(Immersion) 스캐너 장비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또 “이 기술은 ASML로부터 받을 수 있는 제품”이라며 “ASML의 수출 제재 목록에 따르면 DUV 노광 장비 중 ‘NXT:1980’ 시리즈는 중국에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 이익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ASML은 이번 일본 제재를 중국 매출 비중을 키울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