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에 없던 소형 전기SUV 'EX30'...원하는 모든 것을 담았다"

[인터뷰] 다이슨 슈퍼소닉 성공 이끈 짐 로완 볼보자동차 글로벌 CEO

카테크입력 :2023/06/12 16:00    수정: 2023/06/13 08:50

“다이슨(Dyson), 블랙베리(Blackberry)와 같은 다양한 산업에서 얻은 아이디어나 지식은 보다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된다.”

블랙베리, 다이슨.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거나 끌고있는 정보기술(IT)기기 업체의 이름이다. 96년의 역사와 헤리티지(유산)를 가진 볼보자동차에 이 같은 브랜드가 나열된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올해로 1년 4개월 차를 맞은 짐 로완 볼보 최고경영자(CEO)의 특별한 경력 탓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볼보 최초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X30’ 공개 행사 현장에서 국내 미디어와 30분간 간담회를 가진 짐 로완 CEO는 “EX30은 볼보의 세일즈 급속 성장 계획에 필요한 차”라며 “소형 SUV 수요에 발맞추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짐 로완(Jim Rowan) 볼보자동차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멤버 (사진=지디넷코리아)

EX30은 다이슨의 슈퍼소닉과도 닮았다. 슈퍼소닉은 로완 CEO가 다이슨 재직 시절 직접 진두지휘해 출시했으며 공개 이후 그 해 다이슨 매출의 급속 성장을 이뤄냈다. 그는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당시 슈퍼소닉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이슨 전기 자동차 프로젝트도 진행바 있다.

로완 CEO는 다이슨에서의 경험이 EX30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차에 있어서는 볼보가 다이슨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실수를 통해 경험을 얻는다. 따라서 더 많은 실수를 통해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 많은 경험의 결과는 효율적인 원자재 공급과 플랫폼 활용이다. EX30의 플랫폼은 지리 그룹이 개발한 SEA 플랫폼을 공유했다. 다만 플랫폼만을 활용했을 뿐 소재부터 볼보의 핵심인 안전 요소까지 모두 볼보의 설계가 바탕이 됐다.

로완 CEO는 “플랫폼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하나 이상의 브랜드, 하나 이상의 모델이 공유한다면 비용 절감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같은 플랫폼을 사용했지만 25%의 재활용 강철과 17%의 재활용 알루미늄, 17%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해 차별화를 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료의 선택부터 소재, 디자인과 안전을 위한 모든 요소는 볼보가 설계해 경쟁력 높은 가격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진행된 소형 전기 SUV EX30 공개 행사에서 발언하는 짐 로완 CEO (사진=볼보)

다만 볼보는 오래된 회사인 만큼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기 힘들었다. EX30과 EX90 개발 과정은 기존 볼보에 없던 순수 전기 SUV 모델들인 만큼 빠른 실행력이 필요했는데, 이때 짐 로완 CEO의 전문 분야였던 IT기업의 방식으로 이를 해결해 나선 것이다. 특히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의 경영 철학이다.

로완 CEO는 “볼보가 개선할 점은 데드라인을 위한 실행력뿐이었는데, 이 역시도 분명한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며 “결정은 고객의 관점, 안전에 있어 타협하지 않는 것인데, CEO의 역할은 단순히 갈등의 중재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팀이 협력해 갈등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안전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가진 자동차라는 설명은 볼보 EX30이 볼보의 새로운 수요층 확보를 위한 전략형 모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SEA 플랫폼을 활용한 ‘스마트 #1’과 차이점으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으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고 완벽한 안전 요소를 충족하려고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볼보는 이탈리아 밀라노 소재 더 몰에서 전 세계 취재진과 관계자를 대상으로 볼보 EX30 공개 행사를 열었다. 이날 짐 로완 볼보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볼보에 기대하는 모든 것을 더 작은 패키지에 담았다”며 “다른 모델들처럼 안전하면서 인간,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설계된 탁월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사진=김재성 기자)

볼보는 이번 EX30과 지난해 공개한 대형 전기 SUV인 EX90으로 전동화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인데, 단순히 판매량만 높이는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도 부각했다. 

로완 CEO는 “단순히 판매 볼륨을 키우고자 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고객이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엄선해 선택해야 우리를 특별하게 만든다”고 부연했다.

EX30은 고객을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새로운 수요층이 어떤 선택을 하든 볼보를 오롯이 느끼게 해주겠다는 포부다. 특히 비싼 가격 탓에 넘보지 못했던 젊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번 EX30은 LFP 배터리를 채택했다. EX30은 51kWh LFP와 61kWh NMC 두 가지 배터리를 트윈모터와 두 가지 싱글모터 조합으로 제공한다. 다섯가지 색상과 네가지 인테리어 모드로 선택의 폭을 대거 늘렸다. 로완 CEO는 “LFP 기술은 추운 기후에서는 주행 범위가 짧아지는 단점이 있지만 짧은 주행의 경우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짐 로완 CEO는 EX30을 타고 떠난다면 어디로 가고 싶냐는 질문에 “로스앤젤레스(LA)에서 샌디에이고까지 퍼시픽 하이웨이를 끼고 The 101(고속도로)로 가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그 곳에서 바다를 끼고 달리는 길이 좋았다고 평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볼보 최초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X30’ 공개 행사 현장에서 국내 미디어와 30분간 간담회를 가진 짐 로완 CEO는 “EX30은 볼보 세일즈 급속 성장 계획에 필요한 차”라며 “소형 SUV 수요에 발맞추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LFP 배터리가 탑재된 EX30의 주행거리는 유럽 기준으로 344㎞이다. 한국 인증 기준으로는 300㎞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된다. 로완 CEO가 말한 루트는 196km 정도다. 1회 충전으로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거리다.

EX30은 이르면 내년 무렵 국내에 출시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짐 로완 CEO는 한국과 볼보의 가치관은 통하는 부분이 많아 EX30의 한국 시장 안착을 확신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인은 좋은 스타일과 취향, 우리 소재의 진가를 알아보는 안목까지 가지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다른 모델들을 비롯해 새로운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탈리아 밀라노 더 몰 소재 볼보스튜디오 전시된 EX30 뒷모습 (사진=볼보)

볼보는 전기차에 집중하면서 올해 96년 역사를 이어 100년, 200년동안 영속하는 기업이 되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완 CEO는 다이슨의 성공과 함께 볼보의 성공을 책임질 경영자로서 ‘처음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갈 회사’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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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와 나의 선임도 그렇고 모든 CEO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처음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떠난다는 것이다”며 “나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회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팀과 같은 견고한 기초를 갖췄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7년이면 볼보는 설립 100주년이 된다. 그리고 200주년까지 브랜드 역사를 이어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