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확한 정보 제공과 저작권 침해, 사람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는 위험성 등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감독 및 규제 여론이 세계적으로 높은 가운데 지난해 11월 '챗GPT(ChatGPT)'를 내놓아 AI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예고한 대로 한국에 이번주 옵니다.
■ 세계 17개 도시 순회...6일 이스라엘, 7일 아랍에미레트 방문
지난 3월말 그는 트위터에 "오픈AI 사용자와 개발자 등과 이야기하기 위해 5~6월 세계 여행을 떠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오픈AI 투어 2023'이라고 명명한 그의 해외 여행지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토론토(캐나다), 워싱턴DC(미국),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 라고스(나이지리아), 마드리드(스페인), 브뤼셀(벨기에), 뮌헨(독일), 런던(영국), 파리(프랑스), 텔아비브(이스라엘), 두바이(아랍에미리트), 뉴델리(인도), 싱가포르, 자카르타(인도네시아), 도쿄(일본), 멜버른(호주) 등 17개 도시가 포함됐습니다.
알트먼이 어떤 기준으로 이들 17개 도시를 선정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어제(6일) 그는 이스라엘에 있었고, 1200명이 모인 텔아비브 대학 강연에서 "AI 위험을 줄이는데 이스라엘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치켜세우며 "지금 당장 무거운 규제를 하거나 거대한 혁신을 늦추려는 것은 실수"라며 AI의 과도한 규제를 경계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AI에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최근 미국 의회에 간 그는 "AI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주 런던에서 비공개로 만난 개발자 모임에서도 "앞으로 나올 AI는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알트먼은 이스라엘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연구소를 방문하고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도 만났습니다. 이스라엘에 현지 사무실을 개설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가부를 밝히지 않고 "(이스라엘에)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했습니다.
■ 9일 한국서 오전, 오후 두 차례 공식 모임...스타트업 대표, 개발자, 대학생 등 참여
이스라엘에 이어 7일(현지시각)에는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한 알트먼은 AI규제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알트먼은 이번주 요르단, 카타르, 인도도 방문하는데요. 한국에서는 오는 9일(금요일) 오전, 오후 두 차례 공식 모임을 갖습니다.
이 모임에는 국내 스타트업 대표와 개발자, 대학생, 일반인 등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먼저 이날 오전 11시~12시 20분 약 1시간 20분동안 서울 여의도 63빌딩 2층 그랜드볼룸에서 중기부가 주관한 행사에 알트먼이 참석합니다. 63빌딩 행사에는 이영 중기부 장관을 비롯해 스타트업 대표 등 약 200명이 초대됐습니다.
알트먼은 이영 장관과 25분 정도 대담을 하고 스타트업 5개사와 중기부 기자단과 Q&A(질의응답)를 합니다. 중기부는 알트먼과 자리를 마련한 것에 대해 "AI 분야 글로벌 선도기업인 오픈AI와 국내 스타트업간 교류로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을 제고하고 AI 관련 스타트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기부 행사에 이어 알트먼은 오후 2시 같은 63빌딩에서 열리는 소프트뱅크벤처스 주최 대담에 참석합니다. 이 행사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오픈AI가 공동 주최하고 중기부가 후원했습니다. 대담자는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와 알트만, 조경현 미국 뉴욕대 교수 등 3인입니다. 온라인으로 받은 이 행사 참석자는 이미 마감이 됐습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어떻게 해 세계 AI거물을 초청해 대담 행사를 하게됐을까요? 이준표 대표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막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알트먼과 알고지내온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언어AI 분야 세계적 학자인 조경현 교수는 이 대표와 KAIST 동아리 선후배입니다. 이 대표 자신도 AI기술에 대해 상당한 '내공'을 지녔습니다. AI에 대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혼재해 어지러운데 3인의 AI고수는 어떤 이야기를 할 지 궁금합니다.
성공한 창업가이기도한 이 대표는 2018년부터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를 맡아 이 회사 외형을 크게 키웠습니다. 2018년 8090억원이었던 소프트뱅크벤처스 운용자산은 지난해 상반기 2조2196억원에 달했습니다. 세 사람간 대담은 주최 즉이 '파이어 챗(Fire Chat)'이라고 규정했는데요, 노변담화(爐邊談話, 화롯가 옆에서 하는 이야기)로 번역되는 'Fire Chat'는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 덕분에 유명해 진 단어입니다. 뉴딜정책을 제안해 대통령에 당선된 그가 1933년 취임하면서 라디오를 통해 그의 철학과 소신을 피력하며 여론을 환기시켰는데요,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어떤 여론을 환기시키고 싶어
Fire Chat라고 했을까요? 참고로 오픈AI는 인간과 비슷한 학습 및 추론 능력을 가진 기계, 즉 범용AI(AGI)를 최초로 만드는 걸 미션으로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당연히 AGI 개발 목적은 '파괴'가 아닌 세계 번영을 위해서고요.
■ 지난주 런던 개발자 모임서 로드맵 등 밝혀..."챗GPT외 다른 제품으로 경쟁하지 않아"
알트먼은 왜 한국을 비롯해 세계 17개국을 투어할까요? 무엇을 듣고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요? 트위터에서 그가 공식적으로 한 말은 "오픈AI 사용자와 개발자, 정책당국자와 만나 (규제 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주 한국과 아시아에 오기전 알트만은 지난주 런던에서 개발자 20여명과 비공개 모임을 했습니다. 이 행사에서 그는 여러 중요한 말을 했습니다. 어쩜 이번 세계 투어 목적도 '런던 워딩'에 들어있다고 기자는 생각합니다. 당시 알트먼이 참석한 개발자 행사는 비공개였지만 현장에 참석한 AI기업 휴먼루프(Humanloop)의 CEO 라자 하비브(Raza Habib)가 알트만이 한 말을 정리해 블로그에 올리면서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하비브 CEO는 알트먼이 한 말을 크게 6가지로 구분해 올리면서 "샘이 놀라울정도로 오픈했다(Sam was remarkably open)"고 말했습니다. 샘은 한국에서는 얼마나 오픈할까요?
알트먼이 런던에서 오픈한 6가지를 살펴보면, 먼저 오픈픈AI는 현재 GPU 자원 때문에 제약을 받고 있다(OpenAI is heavily GPU limited at present)는 것과 올해 안에 10만~100만 토큰의 컨텍스트 윈도우(한 번에 입력할 수 있는 토큰 수)가 가능할 것으로 알트만은 예상했습니다. '토큰(token)'은 AI가 학습하는 단어의 단위입니다. 1토큰은 0.7~0.8단어 정도 됩니다. 즉, 어떤 AI가 100개의 토큰으로 학습했다면 70~80개의 단어를 사용해 학습했다는 뜻입니다. 토큰 수가 많아질 수록 AI 성능과 편리성이 높아집니다. 또 알트먼은 오픈AI의 파인 튜닝 API가 GPU 자원 한계 때문에 현재 병목현상을 겪고 있으며 아직 '어댑스터스(Adapters)'나 '로라(LoRa)'같은 효율적인 파인튜닝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알트먼은 오픈AI의 단기 로드맵(OpenAI’s near-term roadmap)도 공개했습니다. 즉 올해는 ▲더 저렴하면서 더 빠른 GPT-4(최우선 사항) ▲더 긴 콘텐스트 윈도우(1백만 토큰 윈도우가 가까운 미래에 실현 될 것으로 전망) ▲파인튜닝 API(파인튜닝 API가 최신 모델까지 확장될 것으로 예상) ▲Stateful API(현재 챗 API는 대화 내용을 전부 보내 맥락을 기억해야 하지만 미래에는 대화 이력을 기억하는 API가 나올 예정) 실현이 화두고, 내년에는 ▲멀티 모달리티(이미지 등 멀티미디어 지원. GPT-4의 데모에 포함됐지만 확장을 위해서는 더 많은 GPU가 온라인에 있어야 함)에 방점을 둔다고 했습니다.
특히 그는 오픈AI가 "고객과 경쟁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오픈AI API를 사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AI회사들이 "오픈AI가 API 제공을 넘어 직접 경쟁 제품을 출시할지 모른다"는 걸 걱정하는 걸 염두에 둔 것입니다. 알트먼은 "챗GPT 외에는 다른 제품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챗GPT 비전은 초똑똑한 비서(a super smart assistant for work)가 되는 것"이라며 개발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즉, 챗GPT는 플랫폼과 허브 역할만 할테니 마음껏 갖다 써 새로운 AI 서비스를 만들라는 겁니다. 이는 플랫폼 전략의 전형입니다. 그는 사업가 마인드가 충만한 기업가입니다. 규제와 기술을 떠나 이 메시지를 세계에 가장 전하고 싶은게 아닐까요?
알트먼은 AI 모델이 계속 확장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소위 '스케일링(확장) 법칙'인데요, 반도체에도 매 18개월마다 성능이 두배로 좋아진다는 '무어 법칙'이 있듯이 AI 모델이 계속 확장한다는 것입니다. 알트만은 "최근 거대AI 모델 시대가 끝났다는 언론기사(아티클)가 자주 나오는데 이는 부정확한 것"이라면서 AI모델이 계속 커지는 '확장 법칙(scaling laws)'을 옹호했습니다. 실제 오픈AI는 모델을 크게 만들면 계속 성능이 올라간다는 내부 데이터를 갖고 있는데 알트먼은 모델 크기는 몇 배로 증가하기 보다 매년 크기가 두배나 세배 커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런던 행사에서 알트먼은 AI와 규제, 오픈소스도 언급했습니다. 규제와 관련해 "미래 모델들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현재 모델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오픈소스는 중요하며 오픈AI는 GPT3를 오픈소스화하는 걸 고려했다"고 공개하며 "오픈소스화 하지 않은 이유는 많은 개인이나 회사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서비스하거나 호스트하는데 제한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설명했습니다.
■ 알트먼에게 무슨 질문을?...GPT5 개발 계획 등 궁금
챗GPT 열기만큼이나 이번 중기부와 소프트뱅크벤처스 행사에 참석하려는 국내 스타트업 대표와 관계자들이 많았습니다. 아쉽게 이중 일부만 초대받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알트만 행사에 초대받았다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은가요?
저는 먼저 AI가 지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와 AI같은 기계가 인간을 정복한다는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또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챗GPT와 GPT4의 파라미터(매개변수)가 몇개 인지와 GPT5 개발도 궁금하고요.
이외에 한국에 오픈AI 사무소를 두거나 투자할 의향이 있는지와 네이버와 LG 등 한국의 AI서비스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와 오픈AI가 작년까지 적자였는데 언제 흑자전환하며 올해 예상 매출과 경상이익, 여기에 세계와 한국의 챗GPT 유료 사용자도 묻고 싶습니다.
대화형 AI 서비스 아숙업(ASKUP)을 만들었고 홍콩과기대에서 교수를 하다 네이버에서 일한 적이 있는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얼마전 페이스북에 본인이라면 이런 걸 알트먼에게 묻고 싶다고 올렸더군요. "2025년(Her영화의 설정)이 되면 ChatAI는 어떻게 발전했을 것이며, 여기서 오픈AI는 어떤 역할(롤)을 하고 있을 지, 또 그외 AI나 개발(aka 협력사)은 어떤 역할을 할지? 또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고 싶다고요.
김 대표의 이 같은 페북 댓글에 누구는 "인공지능의 다음 빅 스텝은 무엇이 될 것이며 인류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어떻게 될 것"을 묻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 알트먼은 누구?...유태계로 스탠퍼드대 1년 마치고 창업후 투자자로 많은 유니콘 발굴
알트먼이 누구인지도 알아볼까요, 워낙 화제의 인물이다 보니 국내에도 여러 언론에서 알트먼을 소개했습니다. 1985년 4월 22일 시카고에서 태어난 그는 세인트루이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풀 이름은 사무엘 해리스 알트먼(Samuel Harris Altman)입니다. 샘(Sam)은 사무엘의 약칭으로 성경에 나오는 제사장이기도 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유태인이고 8세 때 처음 컴퓨터를 접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피부과 전문의(dermatologist)였다고 합니다. 2003년 스탠퍼드대 컴퓨터 공학과에 입학한 알트먼은 1년만 다니고 2학년 때인 2005년 중퇴, 친구들과 창업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그가 처음 창업한 회사는 루프트(Loopt)라는 회사로 지역 기반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위치기반 정보 서비스는 생소했는데요 3000만달러까지 투자유치했지만 결국 알트만은 루프트를 2012년 그린닷코페레이션(Green Dot Corporation)에 약 4300만 달러에 매각했습니다. 이 일로 대학 시절부터 함께한 공동 창업자이자 9년간 사귄 동성 연인과도 결별했다고 하죠. 이미 그는 10대 때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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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알트먼은 루프트 개발 당시 인연을 맺었던 벤처 캐피탈(VC) ‘와이콤비네이터’로 2011년 자리를 옮겨 파트너가 됩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스타트업의 하버드’로 불리는 벤처 캐피탈로 유수의 유니콘을 탄생시킨 곳입니다. 처음에 알트먼은 와이콤비네이터에 파트타임(아르바이트)으로 들어갔다가 2014년 2월 당시 그의 나이 28세에 와이콤비네이터 창업자 중 한명인 폴 그래함(Paul Graham) 제안으로 사장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그가 투자해 유니콘으로 성장시킨 스타트업은 에어비앤비, 도어대시, 인스타카트, 레딧, 핀터레스트 등 여러 곳입니다. 그는 스타트업 엑셀레이터로 활동하며 다양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인사들과 교류했는데요, 이때 형성한 인맥이 향후 ‘오픈AI’를 창업하는데 큰 밑천이 됐다고 합니다. 2019년 3월 알트만은 오픈AI에 집중하기 위해 와이콤비네이터를 떠났습니다.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은 그는 AI외에 핵융합 분야에도 투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