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제품에서 보안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주요 수요처의 구매를 중단시켰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기업을 표적 삼아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중국의 이번 발표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폐막날 이뤄진 점에 주목된다.
21일 중국 신문망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제품에 대한 사이버 안보 심사 결과 이같이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분쟁 중에 발표된 이번 결정에는 중국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운송에서 금융에 이르는 분야가 포함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AC는 설명에서 "마이크론 제품에는 비교적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존재해 중국의 핵심 정보 인프라 공급망에 중대한 안보 위험을 초래해 국가안보에 영향을 준다"고 발표했다.
단, CAC는 마이크론의 제품에서 어떤 위험성을 발견했는지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는 마이크론으로부터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중국에서 판매된 회사 제품에 대한 검토가 끝났다는 CAC의 통지를 받았으며, 중국 당국과 계속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마이크론의 사업 중 미국·대만에 이어 중국은 세번째로 큰 시장으로 전체 매출에서 10% 가량을 차지한다. 지난해 마이크론은 중국에서만 4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중국의 이번 결정으로 마이크론이 중국에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될 경우, 사업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국의 이번 제재 발표는 지난 21일 G7 정상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을 겨냥한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한 조정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공개됐다. 미중 반도체 전쟁 속에서 중국이 자국의 거대한 시장을 무기 삼아 미국에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론 제품을 시작으로 미국의 다른 제품에도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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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밀러 토프츠 대학 교수는 "중국이 G7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주요 칩 제조업체에 대한 보복을 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이번 발표는 G7의 정상회의에 대한 조기 시험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밀러 교수는 '칩 전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을 위한 싸움' 저자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중국의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포함하는 36개 중국 기업을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올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