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테크 인사이트⑩] 스포츠 생중계시장서 스트리밍업체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올 한해 주요 스포츠 독점 생중계권 따내기 위해 60억달러 이상 투자할 듯

전문가 칼럼입력 :2023/05/20 09:35

데이비드 자비스(David Jarvis) 딜로이트 TMT센터 시니어 리서치 매니저

뜨거운 경쟁이 펼쳐지는 스포츠 생중계 시장에 눈독 들이는 스트리밍 업체들,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세계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들이 크리켓, 야구, 골프까지 스포츠 생중계권 획득에 수 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변덕 심한 시청자들을 붙잡아 두고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기 위한 일종의 생존책이다. 딜로이트 글로벌은 2023년 한 해 스트리밍 업체들이 세계 최대 시장에서 주요 스포츠 독점 생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6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한다.

스트리밍 업체들이 2021년 모든 콘텐츠에 투자한 금액인 500억 달러에 비하면 적은 액수일 수 있지만, 콘텐츠 종류별로 따지자면 적지 않은 비중이다. 이처럼 스포츠 생중계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서, 스트리밍 업체들과 세계 유수 스포츠 구단 간 상호의존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스트리밍과 스포츠 중계, 게임의 룰이 변한다

스포츠 생중계 시장은 이미 케이블 TV와 방송사, 위성 TV 등이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아 수많은 팬들을 만족시키고 있으며, 스트리밍 업체들은 이제 막 발을 들여 놓은 상태다. 하지만 이 시장은 이제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게임의 룰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우선 엔터테인먼트 업체와 편성(linear) 채널을 보유한 지역 스포츠 방송 네트워크가 한 축을 꿰차고 있다. 게다가 지역 스포츠 방송은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두 번째로 스트리밍 서비스 외에는 내놓을 것이 없는 ‘순수한’ 스트리밍 업체들이 조심스럽게 관련 시장에 진출하려 하고 있다. 세 번째로 첨단기술 기업들이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이용자들의 생태계 내 잔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스포츠 중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스포츠 구단과 팀이 열성 팬들과 직접적 관계를 구축하고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맞춤형 스트리밍 서비스를 론칭하고 있다.

이 중 스트리밍 업체들의 접근법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스트리밍 업체-스포츠 구단 파트너십 체결' 사례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애플(Apple)은 2022년 6월에 연간 최소 2억5000만 달러를 주고 미국 프로축구리그(Major League Soccer, MLS) 10년 독점 생중계권을 확보해 애플 TV 애플리케이션에서 중계한다. MLS 시즌티켓을 구매하면 애플TV에서 경기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지만, 티켓이 없으면 유료로 관람해야 한다.

두 번째 사례는 비아콤18(Viacom18)이다. 비아콤은 30억 달러에 인도 프리미어크리켓리그(India Premier League, IPL)의 5년 국내 디지털 중계권을 따냈다. 원래 IPL의 디지털 및 편성 방송 중계권을 모두 가지고 있었던 디즈니(Disney)는 중계권을 유지하기 위해 5년간 3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디즈니는 또한 국제크리켓평의회(International Cricket Council, ICC) 게임을 2027년까지 디지털 및 편성 방송으로 중계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스트리밍 업체와 스포츠 구단은 공생관계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상당수 스트리밍 업체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과 심각해지는 해지율에 맞서, 스포츠 생중계를 차별점을 내세워 가입자를 유치 및 유지할 수 있다. 또한 광고주들을 끌어들이기에도 좋다. 대부분 광고주들은 시청자 층이 두터운 스포츠 방송을 스마트한 광고 전략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스포츠 구단들은 중계권으로 더 큰 수익을 챙길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노출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되며 젊은층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다.

티켓 판매 수익, 스폰서십, 굿즈 판매 등 여타 수익원이 있기는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와 IPL, NFL, NBA 등 프리미엄 스포츠 경기의 주 수익원은 뭐니뭐니 해도 방송 중계권이다. 스트리밍으로도 경기를 중계할 수 있다면 그만큼 중계권에 의한 매출이 늘어나는 것이다. 규모가 작은 신생 스포츠와 해당 구단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발판 삼아 대중에 경기를 더 많이 노출해 성장할 수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특정 스포츠에 대한 글로벌 시청자 층을 키워,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대해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일깨울 수도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대되면 인기 종목도 시청자들이 더 많은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게임 뿐 아니라 제작 작품이나 다큐멘터리, 역사적 게임, 비주류 게임 등 연관 콘텐츠를 활성화 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스트리밍 업체들은 맞춤형 서비스, 양방향 참가, 실시간 데이터 분석 등 새로운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스트리밍 업체들이 조만간 한층 맞춤화된 경험을 제공하려는 다양한 시도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초기 단계의 실험적 서비스가 등장했다. 푸보TV(FuboTV)는 게임 중계에 스포츠 베팅을 통합했고, 아마존은 미국 시장에서 NFL 게임을 중계할 때 다수의 비디오 피드를 제공해 스포츠 팬들이 자신만이 시청 경험을 선택하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포츠 중계권이 더욱 많은 플랫폼으로 분산되면서 팬들이 보고 싶은 경기를 보고 싶은 시간에 시청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비용과 복잡성도 늘어날 수 있다. 대다수 팬들은 응원하는 팀의 경기나 스포츠를 시청하기 위해 이미 한두 개의 유료 TV와 여러 개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치는 콘텐츠가 있다면 실망감과 비용 부담을 느끼는 팬이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스포츠 구단과 스트리밍 업체들은 팬의 참여를 가로막는 인공적인 장벽을 세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고품질 스포츠 중계는 여전히 스트리밍 기술로는 일반 방송과 경쟁할 수 없는 수준이다. 스포츠 콘텐츠는 속도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장르의 콘텐츠보다 프레임 속도가 높아야 한다. 또한 스포츠팬들, 특히 프리미엄 서비스 가입자들은 고해상도와 최상의 연결을 원할 것이다. 특히나 스포츠 행사는 지연성이 발생해서는 안 되는데, 스트리밍으로 중계할 경우 최대 1분의 지연이 발생할 위험이 항시 있다. 따라서 지연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스트리밍 서비스로는 인게임 베팅이나 양방향 참가 등의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

스포츠 생중계 엔터테인먼트가 스트리밍 부문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일은 단 시간 내 일어날 수 없다. 어쩌면 영영 불가능할 수도 있다. 점점 비중은 줄겠지만 기존의 방송사들이 여전히 꽤 오랫동안 주요 스포츠 중계권을 거의 독점할 것이다. 기술적 문제 외에도 스포츠 중계권 계약 기간이 스트리밍으로의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지역과 스포츠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통상 중계권 계약은 3~10년 단위로 이뤄진다. 따라서 NFL같은 주요 스포츠 중계권이 입찰로 나와 스트리밍 업체들이 관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려면 2030년대 초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또 기존의 편성 방송이 이미 고품질, 저지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제작 및 배포 인프라도 이미 갖춰놓고 있기 때문에 중계권 보유자로서는 중요한 매출원을 굳이 바꿀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또한 일반 무료 방송으로 중계되는 주요 스포츠 경기가 전 세계 시청자들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새로운 팬층을 창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스포츠 중계 TV를 넘어 이제는 스트리밍 시대

스포츠 생중계의 미래를 전망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스트리밍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신호는 2025년 NBA의 미국 내 중계권 재계약 건일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스트리밍 시대로 본격 진입이 결정될 것이다.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스포츠 구단과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잊지 말아야 한다.

언제나 팬을 우선시하라: 광고주가 직접 얻은 퍼스트파티(first-party) 데이터를 스마트하게 활용해 팬의 니즈와 선호를 파악하고, 적절한 양의 고품질 콘텐츠와 용이한 접근성, 사용자 참여 경험, 독점 혜택, 타당한 이용료 등을 제시해야 한다.

스트리밍 서비스 영향력을 확대하라: 소셜미디어, 스포츠 베팅, 게임, 판타지 스포츠 등 디지털 참여 채널과 통합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스트리밍 기술을 개선하라: 방송 품질을 개선하고(해상도 4K→8K), 지연성을 줄이고, 서비스 장애를 없애야 한다.

스트리밍 업체와 스포츠 구단 모두 장단기 목표 사이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리밍 업체와 테크 기업들은 스포츠 생중계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다시 한번 자문할 필요가 있다. 가입자를 유치 및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다른 제품과 서비스에 후광효과를 줄 것인가?

편성 채널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전통적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투자에 앞서 어떤 서비스를 우선시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스포츠 구단들은 중계권 계약이 현재 팬들의 니즈를 충족하고 차세대 팬을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처럼 중대한 질문에 대해 빈틈없는 답을 마련해야만 챔피언이 될 수 있다.

TV 네트워크과 스트리밍을 포괄하는 스포츠 중계 전략

미국의 레거시 방송사들은 TV 시청자 이탈 방지에 주력하는 동시에 자체 스트리밍 동영상 플랫폼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올 한해 동안의 스포츠 중계 시청률 트렌드를 토대로 TV 네트워크와 스트리밍 동영상을 포괄하는 스포츠 중계 전략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젊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TV를 떠나 스트리밍 동영상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양상이 스포츠 중계 콘텐츠 분야에서도 포착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스트리밍 동영상 플랫폼들도 팬데믹 이후 스포츠 중계 서비스를 강화하고 중계권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예컨대 비아콤CBS(ViacomCBS)는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인 파라마운트 플러스(Paramount+)를 통한 스포츠 중계 콘텐츠 제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전신인 CBS 올 액세스(CBS All Access)는 2020년 여름 NWSL 토너먼트인 ‘2020 NWSL 챌린지 컵(2020 NWSL Challenge Cup)’의 모든 경기를 방영한 이후 구독자수가 급증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스포츠 중계 콘텐츠의 주요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으로, NWSL의 성과에 고무된 파라마운트 플러스는 실제로 다양한 스포츠 리그와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CBS 스포츠(CBS Sports)와 함께 최근 수개월 동안에 걸쳐 인기 축구 경기 중계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으로 유치하는 등 축구 종목의 중계 콘텐츠에는 우선적으로 정면 승부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2021년 3월에는 CBS 스포츠와 파라마운트 플러스가 미국 내에서 2024년까지 이탈리아 수퍼코파 이탈리아나(Supercoppa Italiana)등의 경기에 대한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파라마운트 플러스는 ‘NFL’ ‘NCAA의 마치 매드니스’ 등의 스포츠 생중계 콘텐츠로 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점유율 확대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디즈니도 자사의 스트리밍 동영상 플랫폼을 위한 중계권 확보에 힘쓰고 있다. NHL과 체결한 중계권 계약에 ESPN 플러스(ESPN+)와 훌루(Hulu)를 통해 제공될 스트리밍 생중계 조건을 포함한 데 이어 NFL과의 협상에서도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방안으로 계약 범위를 확장시켰다. NFL도 기존 방송 네트워크 파트너와의 중계권료 패키지에 스트리밍 중계권을 포함하는 방안에 전향적이었다. 현재 디즈니 플러스는 요금제에 따라 NBA, NHL등을 중계하는 ESPN 플러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NBC유니버설(NBCUniversal)이 스트리밍 동영상 플랫폼 피콕(Peacock)을 통해 NHL, EPL, WWE 등 다수의 스포츠 중계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NBC유니버설의 제프 쉘(Jeff shell) CEO는 피콕에서 세계 최고의 인기 리그인 영국 프로축구 1부 리그인 프리미어 리그(Premier League) 경기의 중계 콘텐츠가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피콕은 2020~21 시즌 동안 175개 이상의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중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스트리밍 서비스의 스포츠 중계 전략은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OTT 서비스 DAZN의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포츠계의 넷플릭스(Netflix)로 불리는 DAZN은 2020년과 2021년 시즌 동안 이탈리아에서 MotoGP의 3대 모터사이클 시리즈에 대한 라이브 및 주문형 VOD 영상 서비스 권리를 획득해 화제를 모았다.

이 시리즈의 기존 유료 TV 중계권을 보유한 스카이 이탈리아(Sky Italia)가 2021년까지 3년 기간 동안 체결한 별도의 권리 계약을 통해 이상의 3대 시리즈를 계속해서 제공하고 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중계방송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에서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TV 대신 인터넷을 통해 프로야구 중계를 보는 관행이 정착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DAZN은 지난 2017년 2100억 엔이라는 거액을 걸고 10년간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경기의 온라인 방영권을 획득한 데 이어 2028년까지 계약을 2년 연장했다. 2019년부터는 일본 프로야구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공식 스폰서가 되어 홈 경기에서 치러지는 전 경기를 인터넷으로 전송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전문매체 니케이(Nikkei)에 따르면, DAZN은 2020년 일본 프로야구 12개 구단 전체와 온라인 전송 계약을 체결하는 등 스트리밍 스포츠 중계 범위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스포츠 콘텐츠가 TV 시청률의 전반적인 하락 추세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그 가치는 여전히 높이 인정받고 있다. 전체 TV 시청자의 절대 규모는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스포츠 콘텐츠의 시청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서 역설적으로 스포츠 콘텐츠 시청자의 비중은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스트리밍 동영상 포맷의 스포츠 중계 콘텐츠가 오랜 기간 TV 채널의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해 온 스포츠 중계 콘텐츠의 자리를 얼마나 대체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청률 회복세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TV의 쇠락이 스포츠 중계 콘텐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중계 콘텐츠가 TV 생존의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인지, 스포츠 중계 서비스까지도 전통적인 선형 TV 서비스에서 스트리밍 동영상 플랫폼으로 본격 전환될 것인지, 이에 대응하는 레거시 미디어 업체들의 전략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추이가 주목된다.

데이비드 자비스 시니어 리서치 매니저

약력

-전 IBM Corporation 글로벌 보안 & CIO 리드

-전 IBM Center for Applied Insights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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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대 미래학 석사 졸

-퍼듀대 항공 및 우주공학 학사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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