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나 트위터는 자신들의 알고리즘이 ‘테러 콘텐츠’를 추천해 생긴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이 이 같은 판결함에 따라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CNN을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18일(현지시간) 유튜브와 트위터를 대상으로 제기된 두 건의 소송에서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는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연방대법원은 두 사건에서 원고들은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 플랫폼들이 테러 관련 콘텐츠를 추천한 것이 이라크와 시리아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도운 것이라는 점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
연방대법원의 클래런스 토마스 판사는 판결문에서 “IS 같은 악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피고들의 플랫폼 같은 것들을 불법적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전화, 이메일, 인터넷도 마찬가지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화나 이메일로 테러를 모의했다고 해서 서비스업체들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 알고리즘 법적 책임 둘러싼 공방, 플랫폼 사업자 승리로 끝나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유튜브와 트위터를 상대로 제기된 두 건의 소송을 병합한 것이다.
‘곤잘레스 대 구글’(Gonzalez v. Google) 사건은 2015년 11월 이슬람국가(IS) 단원들의 총격으로 사망한 노에미 곤잘레스의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이다. 유족들은 유튜브가 알고리즘을 통해 IS 신병 모집 동영상 콘텐츠를 계속 노출해 테러리스트 모집 수단 역할을 했기 때문에 노에미 곤잘레스의 죽음에 대해 구글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대 탬네’(Twitter v. Taamneh) 사건은 2017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발생한 IS 총기 난사로 사망한 나우라스 알라샤프의 유족이 제기한 소송이다. 역시 유족들은 트위터가 IS의 콘텐츠를 방치한 것이 사실상 테러를 지원 및 방조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고심에선 유튜브가 (결과적으로) IS의 자금 및 병력 모집에 도움을 줬느냐는 부분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알고리즘을 통해 IS의 선전 영상을 적극 표출해준 부분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이냐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다.
원고들은 유튜브가 IS의 테러 선동 영상을 유포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테러 영상을 적극 표출해줬기 때문에 IS가 세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는 것. 이들은 2015년 6개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로 130명이 사망하고 350여 명이 부상을 입게 된 부분에 대해 유튜브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고 측은 “유튜브가 곤잘레스의 죽음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튜브가 폭력을 선동하는 ISIS의 급진적인 영상을 올리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허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구글은 “유튜브의 기술의 어떤 부분이 쟁점이 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구글은 법원이 아니라 의회가 통신품위법 23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또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다른 많은 인터넷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이용자들이 입력한 내용을 기반으로 작동한다고 항변했다. 따라서 법원이 IS 동영상 추천에 대해 유튜브에 책임을 물을 경우엔 현대 인터넷의 기본 작동 방식까지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사실상 알고리즘도 '통신품위법 230조' 보호 인정
연방대법원은 두 사건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클래런스 토머스 판사는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가 수 년 동안 IS 집단이 자신들이 플랫폼을 (선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금지하지 못했다는 점만으로는 테러 공격을 지원했다고 간주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원고들은 또 소셜 플랫폼들이 IS들의 선전 활동을 지원하고, 이들이 올린 트윗, 포스트, 동영상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올린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을 판결문을 통해 “원고들은 (소셜 플랫폼의) IS 테러의 존재를 알면서도 지원함으로써 테러방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들은 IS들이 (유튜브, 트위터의) 플랫폼을 이용해 공격을 모의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들은 이용 이력에 따라 관련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만든 기술 기업들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클래런스 토머스 판사는 "이런 점만으로는 피고들이 IS의 콘텐츠에 대해서한 어떤 해동을 했다고 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공방의 핵심 쟁점은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이 ‘통신품위법 230조’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미국 통신품위법 230조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을 콘텐츠 발행자가 아니라 ‘단순 중개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규정 덕분에 플랫폼 사업자들은 제 3자가 올린 허위, 비방 콘텐츠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면제 받았다.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도 통신품위법 230조의 보호대상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 논란이 여전히 계속
이런 판결에도 불구하고 통신품위법 230조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특히 소셜 플랫폼을 통해 허위조작정보가 대량 유포되면서 의회가 통신품위법 230조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구글, 메타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도 ‘커먼 캐리어’나 발행자에 준하는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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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도 통신품위법 230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내세우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공화당 쪽은 “(구글 같은 플랫폼들이) 보수의견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쪽에선 “허위정보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지금 상태로는 안 된다는 쪽에는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