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크패턴은 새로운 규제대상인가

서종희 교수 "종합 검토 없이 일괄통제 흐를 경우 소비자 후생 저하"

전문가 칼럼입력 :2023/05/19 14:01    수정: 2023/05/19 14:11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비대면 거래 확산과 함께 온라인상에서 사업자가 가격, 거래조건, 상품정보 등을 눈속임해 소비자의 실수를 통해 소비를 유도하는 ‘다크패턴’(Dark Patterns, 눈속임 설계)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0개 전자상거래 모바일 앱 중 97%에서 최소 1개 이상의 다크패턴이 발견됐다. 이로 인한 소비자피해가 증대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다크패턴에 대한 규제 필요성과 중요성을 언급하며, 규제 환경 조성 및 집행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플랫폼 분야 거래질서 공정화를 위해 소비자들에 대한 기만행위를 적극 시정할 계획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용우 의원은 은밀한 소비자 기만행위를 차단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UI를 설계, 수정 또는 조작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행위’를 사업자금지행위로 명시하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지난해 6월14일 대표발의했다.

서종희 연세대학교 법학전대학원 교수

한편 송석준 의원은 온라인 다크패턴에 의한 소비자피해를 방지하고자 사업자에게 두 가지의 통지의무(결제대금이 증액되거나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되는 경우 이를 통지할 의무와 소비자에게 재화 등 구매에 드는 총비용을 표시할 의무)와 취소·탈퇴·해지를 방해행위 등을 못하도록 하는 5가지의 부작위의무를 부과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올해 4월20일 대표발의했다.

다크패턴 등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기만행위를 감시, 시정하고 소비자가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다크패턴에 대한 규제의 방향은 다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규제의 대상의 모호함

(제공=이미지투데이)

정부 등이 다크패턴을 규제하겠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다크패턴에 관한 보편적으로 합의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크패턴은 새로운 용어일 수는 있으나 다크패턴에 포함되는 유형은 전혀 새롭지 않으며 과거에 이미 존재했거나 예상이 가능했던 유형들이다. 얼마 전 공정위는 온라인 사업자의 다크패턴을 편취형·오도형·방해형·압박형으로 나누고 19개 세부 유형으로 분류했다. 

대표적으로 ▲첫 화면에서 소비자가 지급해야 하는 최종 금액을 표시할 수 있음에도 일부 금액만 표시하고 나머지 금액을 숨겨 소비자를 유인하는 ‘순차공개 가격책정(drip pricing) 유형’과 ▲무료구독서비스(free trial)로  인한 후 서비스가 무료에서 유료로 자동전환되거나 결제 대금이 늘어날 때 별도 고지 없이 계약을 갱신하고 대금이 자동 결제되도록 하는 ‘숨은 갱신 유형’ ▲그리고 사업자에게 유리한 옵션을 미리 선택해 놓고 소비자가 이를 무심코 지나치도록 유도하거나, 구매나 회원가입 절차보다 취소 및 탈퇴 절차를 일부러 복잡하게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을 방해하는 유형 등을 언급했다.

그런데 공정위가 제시한 유형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유형이다. 이러한 유형을 하나의 개념으로 새롭게 정의해 새로운 규제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중복규제의 위험

(제공=이미지투데이)

정부가 우려하는 다크패턴은 대부분 현행 '전자상거래법',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전기통신사업법', ‘약관규제법’ 등에 마련돼 있는 규제의 틀 안에서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2019년 8월 디지털 음원 서비스 사업자들이 가입과 해지, 환불 방식에 있어서 사용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대해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2021년 1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사업자의 서비스 이용약관을 심사해 중도 해지 등 7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

다른 유형 또한 충분히 유권해석을 통해 규율 할 수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법은 사업자에게 소비자들의 조작 실수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절차 마련 의무(제7조), 전자적 대금 지급시 재화의 내용과 가격 등을 명확히 고지할 의무(제8조 제2항), 거래조건에 대한 정보제공 의무(제13조)를 부과하고 있다. 나아가 사업자가 포괄적으로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거나 청약철회 등 또는 계약의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를 못하게 하고 있다(제21조 제1항 제1호).

요컨대 ‘다크패턴’을 포괄적으로 정의해 사업자의 금지행위 유형 중 하나로 추가하거나, ‘다크패턴’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조작 실수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장치를 둘 의무를 과하게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게 개별적인 사례를 규제하는 또 하나의 규정을 추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중복규제가 될 수 있다.

규제의 효율성에 대한 재고

(제공=이미지투데이)

사업자가 한정된 모바일 화면을 통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소비자에게 ‘선택을 유도’하는 것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의 본질이다. 소비자의 선택 유도 중에 발생하는 일부 부작용을 통제하기 위해 사업자들의 ‘선택 유도’를 ‘다크패턴’이라는 금지행위로 모두 포섭시키는 것은 일부 사업자들의 불법적인 행위에 천착한 관점이기 때문에 재고가 필요하다.

다크패턴은 이전부터 존재했던 여러 마케팅 수단 중 하나이고, 각각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 평가가 차별화될 필요가 있다. 특히 소비자의 애호가치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단지 소비자가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을 했다는 결과만으로 다크패턴으로 예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이 종래 사업자들은 웹사이트 또는 모바일 앱에서 문제가 되는 다크패턴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부는 무엇보다도 먼저 소비자를 기만하는 유형을 구체화해 사업자들에게 그러한 행위가 현행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는 점을 인지시켜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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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사업자의 선택 유도는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등의 긍정적인 기능을 가지므로 다크패턴에 대한 규제는 사업자의 선택 유도에 대한 일괄통제로 흐를 수 있고, 그 결과는 의도와 달리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요컨대 다크패턴을 새로운 규제모델로 통제하는 경우에는 사업자의 순응비용 및 정부의 집행비용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그리고 소비자 후생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를 한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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