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테크놀로지(Medical Tech)란 질병 예방·진단·치료를 위한 의료기기 관련 산업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김양균의 메드테크’는 기존 정의를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의료 기술을 도입하거나 창업 등에 도전한 의료인 및 의료기관에 대한 스토리다. 지디넷코리아는 한국과 덴마크의 의료인들의 의료 혁신을 위한 고민과 노력, 협력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코펜하겐(덴마크)=김양균 기자] 분야를 막론하고 혁신(Innovation)은 어렵다. 역사와 전통, 규모가 클수록 혁신은 흡사 일시적 유행이나 트렌드로 치부되기도 한다. 특히 보수성이 강한 의료기관에서의 혁신은 더 만만치 않다. 여기 세워진 지 수백 년이 된 병원이 있다. 이들이 하고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혁신 실험은 우리에게도 생각할 여지를 준다.
병상에 누운 환자가 눈을 깜박이거나 팔·손·입을 움직일 때, 아예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을 시 이를 감지해 의료진의 스마트폰 ‘알람’이 울린다. 그러면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를 스마트폰 영상으로 실시간으로 확인, 즉각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위는 릭스 왕립 대학병원(Rigshospitalet) 내 ‘이노베이션랩(Innovation Lab)’이 임상 적용을 염두에 두고 진행 중인 실증 사례다.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의료진은 환자의 특정 동작만을 정해 알람이 오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기자는 ‘한국-덴마크 병원 네트워크’(Denmark-South Korea Hospital Alliance 2023)에 참여 중인 국내 의료진과 함께 지난 9일(현지시각) 덴마크 코펜하겐 시내에 위치한 릭스 왕립 대학병원을 방문했다.
이곳은 덴마크 내 가장 큰 규모의 의료기관으로, 약 1천200병상이 운용되고 있다. 1757년 덴마크 왕실에 의해 설립됐으며, 1903년 주정부가 소유권을 이어받아 운영되고 있다. 왕립병원이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의 국공립병원 및 공공병원의 성격을 띤다고 보면 된다. 지난 2021년에는 뉴스위크 선정 월드 베스트 병원 15위에 올랐다. 텍사스 대학교 MD 앤더슨 암 센터와의 글로벌 아카데미 프로그램 수행을 위한 자매기관이다.
병원의 오랜 역사를 고려하면 ‘전통’이 ‘혁신’에 우선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앞서 거론한 ‘이노베이션랩’을 필두로 병원 혁신을 위한 여러 협업과 실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노베이션랩의 ‘INNO+’프로그램은 의료진의 요구를 바탕으로 혁신센터가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신경과 의료진은 지멘스와 함께 환자에 대한 디지털 모니터링 향상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초반 거론한 환자 움직임을 감지해 간호인력에게 전달해주는 시스템이 그것이다. 결국 간호인력 효율화를 위한 것이다. 사실 덴마크의 간호인력 수급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애를 먹고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간호사의 업무가 힘들기 때문에 일을 관두는 등 이탈이 심화하고 있으며, 간호사에 지원하는 이들도 줄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관련해 헤닝 랭버그 이노베이션랩장은 “보건의료산업과의 협력은 의료현장의 요구를 바탕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보건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은 혁신의 규모를 키우고 확산을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병원은 로슈 및 존슨앤드존슨 등과도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렇듯 1700년대에 설립된 릭스 왕립 대학병원도 어떻게든 미래를 향해 가야한다는 미션을 요구받고 있었다. 다분히 상투적이긴 하지만 ‘미래 창조(Creating the future)’라는 슬로건은 병원 혁신의 방향이 미래에 향해 있음을 알려준다.
의료데이터는 병원 혁신의 중심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을 학습시켜 앞으로 치료 선택 및 환자 돌봄의 질 향상을 꾀한다는 것이다. 또 병원 노동자의 애로사항 해결을 비롯해 병원 디지털화, 보건산업과의 협력 등도 병원 혁신의 여러 목표 중에 포함돼 있다.
이밖에도 미국 보스턴·아일랜드·이스라엘 등을 비롯해 유럽 내 여러 병원과도 협력을 진행 중이다. 센터장은 파트너십의 목적을 ‘미래 건강 실험관(Future health experminetarium)’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아울러 이노베이션랩이 추진하는 ‘문화 혁신’도 인상적이었다. 헤닝 랭버그 랩장은 “혁신의 실효성을 높일 리더십 프로그램 등 문화적 요소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와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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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우리 의료진도 협력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아울러 코펜하겐의 급성기 환자를 관리하는 병원의 환자 관리 시스템과 수술실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한국-덴마크 병원 네트워크를 통해 덴마크 현지를 방문 중인 우리나라 의료진들은 ▲곽정면 고려대안암병원 디지털헬스케어센터장 ▲장우영 고려대안암병원 디지털헬스케어센터 부센터장 ▲오성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책실장 ▲박민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스마트병원혁신부장 ▲한정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스마트병원혁신부 팀장 ▲김지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수술간호부 팀장 ▲오응석 충남대병원 기획조정부실장 ▲기현정 충남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이미연 한림대성심병원 커맨드센터장 ▲김영미 한림대병원 커맨드센터 프로젝트 매니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