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3월 말이면 기업들의 사업보고서 공시 및 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언론에서 작년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오너 및 전문경영인이나 직원 1인당 연봉이 높은 회사들에 관한 화제성 기사를 쏟아낸다. 대부분 각사 사업보고서의 ‘임원 및 직원 등의 현황’ 및 ‘임원의 보수’ 공시자료를 이용한 기사들이다.
사업보고서에 공시되는 임원보수의 경우 2013년부터는 연봉이 5억원이상인 등기이사의 경우 연봉을 개별공시하였다. 2018년부터는 등기이사가 아닌 미등기임원이나 일반 직원의 경우도 연봉이 5억원 이상이며 회사에서 가장 급여가 많은 5명에 포함되는 경우 그 개별연봉을 공시하도록 하였으며 등기이사가 아닌 미등기임원의 경우에도 별도로 미등기임원 전체의 1인당 평균연봉을 공시하도록 하였다.
필자는 새로운 임원보수 공시제도가 연봉의 개별공시뿐만 아니라 기본급, 상여금, 기타소득 등으로 임원의 연봉금액을 구분하고 간략하게나마 보수의 산정기준을 공시하게 강제함으로써 기존의 불투명했던 한국기업 임원보상제도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크게 기여하였다고 생각한다.
임원보수공시제도의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회사 사업보고서에 공시된 임원/직원의 연봉수치를 그대로 가져와 최고경영자와 직원의 연봉격차라던가 최고경영진의 과도한 보상을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연봉공시자료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사업보고서 연봉공시 금액을 해석할 때 일반적으로 주의해야 하는 사항을 몇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많은 경우 연봉이 5억원 이상이며 회사에서 가장 급여가 많은 5명에 포함되어 연봉이 공시되는 임원은 종종 당해연도에 퇴직한 임원인 경우가 많다. 퇴직소득까지 포함하여 공시하도록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에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해석에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다.
둘째, 과세대상이 되는 근로소득 기준으로 연봉을 공시한다. 따라서 주식보상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는 주의를 요한다. 절대 다수의 우리나라 기업 임직원 성과급이 단기 현금보상이기는 하지만 일부 대기업 및 많은 IT기업들은 CEO 등 최고경영자 장기성과급의 경우 스톡옵션이나 자사주를 이용한 스톡그랜트를 지급한다. 스톡그랜트의 경우 말 그대로 회사 주식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기준시점 주가를 근거로 해서 부여시 가치가 연봉공시에 포함되나 스톡옵션의 경우 부여시 공정가치(fair value) 금액이 연봉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근로소득세 과세대상인 행사차익이 발생할 때야 행사한 연도의 공시 연봉에 포함되게 된다.
예를 들어,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CEO 보상에 주식보상을 사용하는 모 그룹의 경우 많은 계열사 CEO들이 상당한 규모의 과거 부여받은 미행사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지만 스톡옵션 부여시에는 연봉공시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옵션 부여시의 공정가치로 연봉공시에 반영되는 미국이나 영국 등과 다른 점이다.
셋째, 직원 1인당 연봉공시에는 미등기임원의 연봉이 포함되어 있다. 예컨대 2022년도 삼성전자의 직원 1인당 평균연봉은 1억3천5백만원으로 공시되었는데 이 계산에는 미등기임원 918명에게 지급된 급여 약 6천5백억원이 포함되어 계산된 것이다. 순수한 직원 1인당 연봉만 계산하면 1억3천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1인당 직원연봉 계산시 직원 수 산정도 어떤 기업은 12개월 동안의 월말인원수를 산술평균하기도 하고 어떤 기업은 연말 현재 직원수를 사용하기도 해 비교가능성에 문제가 있다. 또한 연중 CEO 등 최고경영자가 교체된 경우 기업마다 등기임원 1인당 평균연봉 계산시 사용하는 등기임원수 자료가 제각각이다. 어떤 기업은 분모에 해당하는 임원수 산정시 1명이 아닌 2명으로 나누어 등기임원 1인당 평균연봉을 전략적으로 낮춰 공시하는 경우도 있다.
한번 실례를 들어 보기로 하자. 이번 3월말에 ‘통신사 CEO 연봉킹은 LG유플러스 황현식 대표, 직원연봉 SKT 1위’라는 기사가 몇 개 올라왔다. 그런데 사업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LG유플러스의 황현식 대표의 2022년 총 연봉은 약 22억 9천만원으로 SK텔레콤의 유영상 대표의 자사주 스톡그랜트 부여액을 포함한 총 연봉 약 21억4천만원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황 대표는 보수를 전액 현금보상으로 받은 데 반해 유 대표는 현금보상 및 스톡그랜트에 더하여 2022년 3월 약 30만주의 SK텔레콤 주식을 약 5만7천원의 행사가격에 2025년부터 4년동안 매입할 수 있는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다.
SK텔레콤은 주가차액보상권에 대한 재무제표의 주석에서 이항모형을 이용하여 산정한 해당 스톡옵션 1주당 공정가치가 3천153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스톡옵션 부여시의 공정가치가 9억5천만원인 셈이니 유 대표의 총 연봉은 30억원을 넘게 되어 진짜 연봉킹인지는 기준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기업가 정신의 고취 및 대리인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에게도 다양한 형태의 기업가치 연계 주식보상을 부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진화하는 보상제도에 맞춰 공시제도가 변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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