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취업준비 끝에 한 회사에 입사한 A씨. 명함을 발급 받으려면 비용 7000원을 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대외 업무가 많아 명함이 필수인데도 비용을 직원이 부담해야 하는 것에 의문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사비를 내야 했다. A씨는 "개인적인 용도로 쓸 물건도 아니고 거래처 업무에 사용할 명함까지 내 돈을 내야 하는지 의문"이라면서 "처음에는 나에게만 그러는 줄 알고 회사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문제의식 없이 다들 그냥 받아들이더라. 이렇게 하는 게 정말 맞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A씨처럼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사비로 구입했다는 이야기는 직장인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종종 올라오는 얘기다. 작게는 볼펜, 노트, 화장실용 휴지부터 크게는 업무용 PC까지 사비로 구입하라는 회사도 있다고.
지난 2017년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7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외근이나 출장 중 업무비를 사비로 지출하고 전액 환급받지 못했다는 회사는 80.3%에 달했다. 이 중 28.5%는 비용을 지급받지 못한 이유로 '개인적인 사유로 지출된 것이라며 처리해주지 않아서'를 꼽았다.
이처럼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사비로 구입하게 하는 것에 문제는 없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비용을 내지 않는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고지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면 이를 규제할 방법은 없다. 법적으로 회사 비품이나 소모품 구매, 회식비, 법인차량 관련 주유 등을 업무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반드시 이를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비로 업무비용을 처리하는 경우, 회사에서 명시적으로 강제하기보다 근로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쪽으로 유도하거나 에둘러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많아 딱히 제재할 방법도 없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노사가 업무비용 처리에 대한 적절한 기준을 정하는 등 사내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문성덕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은 2017년 서울시가 운송비용을 기사들에게 전가한 택시회사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업무비용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현행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제12조는 택시구입비, 유류비, 세차비, 내부 장비 설치비 등 택시 구입 및 운행에 드는 비용을 운수종사자들에게 부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택시회사들이 유류비를 일부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영업 비용을 기사들에게 떠넘기는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운송비용 전가 신고센터를 설치해 위반 사례를 적발,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관련기사
- 박준금, 50만원 고가 이너 산 이유 "10년 입어"2023.05.06
- "하나뿐인 신발 선물"…GD, 남다른 조카 사랑2023.05.06
- [영상] 사람도 곰도 '깜짝'…쓰레기통 나오다 딱 마주쳐2023.05.06
- 우울증 환자 극단 선택…보험금 받을 수 있나2023.05.06
문 부원장은 "이 사례는 택시운송사업자와 택시기사 간에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지만, 사측이 당연히 부담해야 할 비용을 떠넘기면 안 된다는 점을 법안에 담고 규제하는 데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