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어린이였던 때를 기억해주세요."
"어린이를 학원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불법 주정차를 하거나 술에 취해서 교통사고를 내지 맙시다."
"환경파괴를 줄이고 나무를 심어주세요."
1922년 방정환 선생의 '색동회'가 주도해 만든 '어린이날'이 5일로 101주년을 맞았다. 어린이가 어른에게, 같은 어린이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어린이해방선언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지역 초등학교 100개 학급이 만든 '어린이 선언'을 모아 공개했다.
어린이해방선언은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날을 만든 지 1년 뒤인 1923년 5월1일 조선소년운동협회가 주창했다. 협회는 방정환 선생과 천도교·기독교·불교 등 여러 소년단체가 연합해 만든 단체다.
해방선언은 어린이를 윤리적·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라는 '소년 운동의 기초조건'을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어른과 어린 동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100개 학급이 참여해 저마다 만든 '어린이 선언'에도 어른과 어린이에게 하는 부탁이 담겼다.
가장 많이 반복되는 키워드는 '존중'이었다. 100개 학급 가운데 19개 학급의 어린이 선언에 '어린이의 의견도 존중해주세요'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 비슷한 맥락으로 '우리가 할 수 있을 때까지 따뜻한 시선으로 기다려주세요'라는 내용도 있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어린이 의견 존중'은 어린이가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일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하며 그 견해가 존중돼야 한다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기본적인 원칙"이라며 "여전히 어른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상황이 많은 것에 대한 문제 제기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잼민이', '○린이' 등 어린이를 비하하는 표현을 삼가달라는 부탁도 있었다. '잼민이'라는 단어는 온라인에서 어린이를 멸칭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어떤 분야에 갓 입문해 능숙하지 않은 사람을 '○린이'로 칭하기도 한다.
최근 빈발하는 스쿨존 교통사고에 대한 불안, 기후위기·전쟁 등 불안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바람을 담은 선언 문구도 눈에 띈다. 한 학급은 '어린이를 불안 속에 방치하지 마세요. 지구의 기후 위기, 세계의 전쟁 위기에 지금 당장 대처해주세요'라는 문구를 선언에 담았다.
이밖에도 '우리는 지금 당장 놀 권리가 있다'며 자유 시간을 달라거나, '잔소리 좀 제발 줄여 주십시오'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어린이가 어린이들에게 부탁하는 내용으로는 '내 마음과 친구 마음을 바꿔 생각해요' 등 관계에 대한 바람이 가장 많이 담겼다. 친구를 따돌리거나 괴롭히지 말고 배려하며 사이좋게 지내자는 문구다. 다름을 인정하며 차별 없이 친구를 대하고,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에 대한 예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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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서울지부는 "진지함이 담긴 선언을 보며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새로운 사람이며 어른보다 더 높게 대접하라'는 100년 전 어린이 선언을 떠올리게 된다"며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성장기를 보내고 기후 위기를 헤쳐 나갈 진짜 기초학습능력을 함께 배우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