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접근 막은 '가상자산' 규제 재고할 때"

김형중 핀테크학회장 "CBDC 시대에 먹힐 국가 경쟁력 찾아야"

컴퓨팅입력 :2023/05/04 19:37    수정: 2023/05/04 21:25

"작년 말 국제결제은행(BIS) 산하기관인 바젤은행가독위원회(BCBS)은 은행이 전체 자산의 2% 미만까지 가상자산을 보유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은 규제안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지난 2017년 말부터 여전히 금융사의 가상자산 보유와 투자를 일괄 금지하고 있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 웹3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 동안 기업공개(IPO) 방식으로 자금 조달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산업이 성장했던 것과 달리, 향후 가상자산공개(ICO), 토큰증권 발행(STO)이 IPO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들도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해 시대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

가상자산 기반의 금융 서비스를 구현한 탈중앙화거래소(DEX) '유니스왑'이 중앙화거래소(CEX)에 준하는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는 점, 각국이 디지털화폐(CBDC)를 연구하면서 통화 주도권 경쟁을 대비하는 점 등을 전망의 근거로 제시했다.

김형중 학회장은 "새로 부상하는 화폐 기술을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금융 산업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점차 잠재 성장력이 약해지고 있는데, 선진국으로 성장하면서 줄어든 성장 동력을 금융 산업에서 채우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 가상자산 시장도 고속 성장 중이다. 해외에선 가상자산 기업 전문 벤처투자사(VC)가 다수 등장하고, 이런 VC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유니콘'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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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학회장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세계 유니콘 기업이 1천206개에 이르고 그 중 가상자산 기업은 63곳으로 5% 이상"이라며 "여기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15곳인데, 이 중 가상자산 분야 기업은 두나무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김 학회장은 "당국 입장에서 가상자산 금융 규모가 확대되는 것이 두렵다면, 가상자산을 발행하지 않는 가상자산 기업을 중심으로 우선 육성을 꾀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온체인 데이터 플랫폼 운영사인 듄애널리틱스의 경우, 이런 유형의 기업으로 7천94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그 동안 가상자산에 대해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펴온 점이 이런 기업을 다수 배출할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다. 금융기관의 진입이 제한돼 있는 시장 상황에서 VC들이 가상자산 산업에 적극 투자할 의지를 갖기 어렵게 됐고, 이런 결과가 유도됐다는 것이다.

김 학회장은 "스위스는 가상자산 기업이 900개 이상이고, 이 중 유니콘 기업을 5곳 배출하면서 기업들 총 자산 규모는 350억 달러에, 양질의 일자리도 4천800개를 창출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우리나라에서 좋은 사례로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