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UNIST 특훈교수) 연구팀이 반응 용기 하나로 폐리튬이온 배터리에서 금속을 재활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복잡한 재활용 공정을 단순화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으리란 기대다.
폐배터리에서 리튬이나 니켈, 코발트 같이 값비싼 원재료를 추출해 재활용하는 기술에 관심이 높다. 하지만 기존 재활용 공정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대부분 폐배터리를 잘게 쪼개고 분쇄해 검은색 덩어리인 블랙파우더로 만들고, 화학처리해 원재료인 금속을 걸러내는 과정을 거친다.
먼저 블랙파우더를 화학적 공정을 위해 원통형 탱크로 옮기고, 산이나 특정 금속과 결합하는 추출제를 넣어 섞어준다. 물과 기름이 위아래로 분리되듯 특정 금속이 녹아든 추출제는 나머지 금속이 녹아있는 용액과 분리된다. 이어 특정 금속만 품은 추출제만 빼내어 금속을 추출한다. 이 순서를 반복하면서 각 원재료용 추출제로 금속을 분리한다.
이처럼 기존 공정은 여러 개의 반응 용기와 각기 다른 반응 조건이 필요해서 복잡하다. 분리막을 사용해 하나의 원통에서 금속을 분리·추출하는 연구가 많이 있으나, 강하게 섞을 때 분리막이 파열되는 등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과거 개발한 화학 공정 기술을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에 적용했다. 연구팀은 2020년 반응 용기 하나로 여러 화학 공정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화학 합성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밀도가 다른 용액은 서로 섞이지 않고 층별로 쌓인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회전 가능한 원통 안에 여러 용매를 넣고, 이 용매를 이용해 반응물을 이동하거나 분리하는 방식으로 기존 화학 합성 과정에 드는 시간을 단축시켰다. 빠르게 회전하는 원통에서는 원심력 때문에 밀도가 높은 액체가 바깥으로 쏠리는 현상을 이용했다.
이번에 개발한 회전하는 반응기는 수평 형태로 여러 용기를 거치지 않고도 한번에 금속 혼합물을 분리하고 추출할 수 있다. 용기 안에는 금속 혼합물을 공급하는 층과 분리된 금속을 수용하는 층, 두 층을 섞이는 것을 방지하는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금속을 공급하는 층은 높은 산성을, 수용하는 층은 낮은 산성을 띈다. 두 층이 섞이는 것을 방지하는 층에는 유기물질로 이루어진 용매가 녹아있는데 금속을 공급하는 층과 수용하는 층을 왕복하며 선택적으로 금속을 분리시킨다.
금속을 공급하는 층에 금속 혼합물을 넣고 강한 회전을 일으키면, 각 층은 물과 기름이 안 섞이는 것처럼 각각의 형태가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고, 중간 층에 있는 추출제로 인해 리튬, 니켈은 남고 망간과 코발트만 금속을 수용하는 층으로 이동한다. 분리막을 사용하는 단일 반응기와 달리 이 반응기는 높은 강도로 섞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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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저자 크리스토발 퀸타나 선임연구원은 "기존 금속 분리·추출 방법보다 훨씬 낮은 농도의 금속 추출제로 원하는 금속을 빠르게 걸러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공동교신저자인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이번 기술은 배터리에 사용되는 금속 이외에도 다양한 금속을 분리하는 기술에 알맞게 적용할 수 있어 활용가치가 높다"라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 (Advanced Materials)'에 최근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