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년 전 철기시대, 19세기 산업혁명, 20세기 인터넷혁명을 거쳐 21세기 디지털혁명 시대가 인류의 삶과 노동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오픈AI가 공개한 챗GPT는 놀라운 성능과 범용성, 편리함으로 2달 만에 1억 명의 가입자를 돌파하며 AI 성능의 변곡점(Inflection Point)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바이두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초거대 AI 개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지난 14일 ‘초거대 AI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해 대응에 나섰다. 챗GPT 등 초거대 AI가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조의 영역에 진입하면서 앞으로 초거대 AI는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일하는 방식에 일대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 생성형 초거대 AI 일상화
챗GPT 등 생성형 초거대 AI는 업무와 일상에 급속도로 확산 되면서 챗봇, 작문, 프로그래밍, 영상편집 등 초거대 AI 기반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은 2022년 101억 달러에서 2030년 1093억 달러로 연평균 34.6%의 높은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6.3%, 이커머스 7.7%, 디지털광고 9.3%, 클라우드 17.4%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다.
챗GPT는 사용자가 원하는 요구에 맞춰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즉각 생성해주는 ‘생산성’과 검색엔진·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처럼 익숙한 자연어를 사용하는 ‘편리성’에 글쓰기, 그림그리기, 코딩, 논문요약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범용성’으로 대중화로 진입하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들도 단순반복 업무는 챗GPT와 같은 AI에 맡기고 보다 창의적인 기획업무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는 초거대 AI 일상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 일자리 위협 가능성 의견 혼재
챗GPT 등 초거대 AI를 사용해보면 정말 일자리도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지게 된다. 그동안 AI가 인간의 창의적인 지적 노동까지 침입했지만 일자리가 사라지는 두려움은 아직 먼 미래처럼 여겨져 왔다. 벌써부터 발 빠른 직장인들은 챗GPT의 도움을 받아 업무효율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10년 후 내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고민도 하면서 바쁘게 챗GPT 활용법 강연도 들어보고 유튜브를 찾아가며 학습도 해보았을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챗GPT가 일자리를 위협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어떤 학자들은 챗GPT가 인간 능력을 뛰어 넘어 많은 일들을 대체해나가면서 대다수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니 규제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다른 학자들은 산업혁명 당시를 돌아보면 증기기관이 일자리를 잠식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니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현재로서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 가능성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는 것이 대체적으로 옳은 답으로 평가되며 앞으로 기회와 위협이 공존할 것이다.
■ 낙관론은 창조적 파괴 기대
신기술이 등장할 때 인간은 놀라움과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챗GPT가 인간을 도와주는 수준을 넘어 대체하는 단계까지 발전하면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지는 산업혁명 시대를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산업혁명은 영국에서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시작됐는데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마부가 사라졌다. 방적기계 한 대가 수백 명의 노동자들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공장에서 고품질 면직물이 대량생산되어 가내수공업 직공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급기야 실직한 노동자들이 비밀결사 조직을 만들어 밤마다 복면을 한 채 직물공장을 돌려 기계를 부수고 실업과 생활고를 기계 탓으로 돌린 기계파괴운동인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으로 공장이 커지면서 계산할 일도 늘어 계산원도 더 필요하게 됐고, 기계를 만들고 운영·정비하는 노동자며 상품을 유통하고 판매하는 노동자들이 늘었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산업이 발전하면 일부 분야에서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되거나 수익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 날 수 있는 ‘창조적 파괴 이론’을 정립했다.
낙관론자들은 챗GPT 등 초거대 AI도 이와 같은 길을 걸어 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AI의 개발과 유지보수, 데이터 분석, 사업개발과 컨설팅과 지금은 상상하기도 힘든 분야에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본다. 초거대 AI가 인간을 대체하기 보다는 업무 부담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 삶과 노동의 질을 높여줄 것이 전망된다.
■ 비관론은 인간 두뇌 대체 우려
산업혁명 시대에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긴 것은 증기기관이 단지 인간이 사용하는 근력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이 대체한 것은 우리의 팔과 다리 즉 노동력이지 두되가 아니었다. 기업에 노동력을 팔다가 시대 변화에 맞게 두되 즉 지력을 팔면 되는 것이었다. 근력이 필요한 일자리에서 두뇌가 필요한 일자리로의 변화에 노동자들은 당당히 성공했다.
하지만 두렵게도 초거대 AI는 바로 그 두뇌를 대체한다. 기계가 아주 값싼 비용으로 인간의 지력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 두되가 생긴다면 인간이 설 자리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고 반대로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다는 '모라벨'의 역설이 깨질 때 인간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비관론자들은 챗GPT 등 초거대 AI가 앞으로 발전해 우리의 두뇌를 대체하면 인간은 무엇으로 경쟁력을 찾아야 할지를 우려한다.
글쓰기 분야에서 신문기사나 보도자료 작성, 문서작성을 주로 하는 행정직 공무원, 의료진단 분야에서 X-ray 이미지 분석이나 암진단, 증권거래 정보제공이나 금융, 회계, 은행 업무, 법률서비스, 고객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인간의 단순 반복적 업무부터 지식노동까지도 초거대 AI로 대체될 것이 전망된다.
■ 초거대 AI와 협업하는 세상 준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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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등 초거대 AI는 기존에 기계가 우위를 차지하던 단순노동이 아닌 지적 능력에 기반 한 창조력 단계에 이르고 있다. 지식산업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현대 사회에서 챗GPT의 등장은 분명 충격적인 사건이다. 챗GPT의 창조성을 기반으로 업무효율화를 극대화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신속히 생성해내면서 기획·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거의 모든 지식노동자들은 이번 초거대 AI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챗GPT의 지적 능력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되었으며 초거대 AI가 지식산업의 많은 부분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어서 국가적 대처가 필요하다.
이번 정부의 ‘초거대 AI 경쟁력 강화방안’을 중심으로 민·관이 잘 협력해 초거대 AI 파고를 넘는 한편 산업경쟁력 확보와 생태계 조성, 교육과 부작용 개선 등 기술·경제·사회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수용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인간이 초거대 AI와 공존하며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AI 활용 능력과 인간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초거대 AI는 일자리 문제에 기회이자 위협이지만 미래를 잘 준비해야만 더 큰 기회라는 고래를 낚을 수 있지 않을까.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