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이날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감소 등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기습 발표했다. 해당 발표는 당초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것이었는데, 이를 갑작스럽게 앞당긴 배경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의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은 내달 국제 간호사의 날에 맞춰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복지부가 이를 앞당겨 발표한 것은,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 간호법 제정안의 상정 여부가 결정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1월부터 간호인력 지원 대책 협의체를 구성해 간호계 외 간호협회와 간호계 전문가들 및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를 해왔다”며 “현재 간호법안을 두고 직역단체 간의 대립과 갈등과 국회에서 논의를 고려할 때 이 대책을 방향과 함께 주요한 내용들을 발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향후 “실행계획을 추가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즉, 실행계획조차 아직 제대로 구성되지 않은 간호인력 지원대책이 국회 본회의 일정에 맞춰 부랴부랴 이뤄진 것임 스스로 밝힌 셈이다.
임강섭 복지부 간호정책과장도 “최근 간호법안에 대한 일련의 갈등이 악화되고 있고 간호계와 국민들께서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봤다”며 “정부가 간호사의 처우와 근무환경, 지위 향상에 대한 강력한 정책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해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임 과장의 말은 역설적으로 간호법 제정의 당위를 강조한다. 간호계가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이유는 바로 임 과장의 설명과 같다. 입법을 통해 이를 명문화하면 되는 사안을 정부가 지원책 등을 통해 국회의 입법권을 되레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한 지점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충분한 협의 없이 갑자기 시기를 앞당겨 오늘 발표한 것은 27일로 다가온 간호법 국회 처리와도 연동된 듯 해 진정성을 의심받게 한다”고 비판했다.
부랴부랴 내놓은 간호인력 지원대책
지난 12일 복지부는 민당정 간담회를 통해 간호법안 중재안을 도출한 바 있다. 간호계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 여야 논의를 끝내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이 있는 상태에서 추가 중재안은 졸속으로 마련됐고, 앞선 제정안을 사실상 ‘누더기’로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는 이날 간호인력 지원책이 나중에 만들어진 간호법안 중재안과 연계되어 있다는 입장이다.
임강섭 과장은 “중재안의 내용 중에서 처우개선에 관한 내용을 대폭 보강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내용 중 일부가 현재 권역 10개소에 설치돼 있는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를 시도별로 설치하겠다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책 안에도 그러한 내용이 반영돼 있다”면서 “간호인력 지원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것을 밝혔다”고 말했다.
또 이번 간호인력 지원책이 문재인 정부 당시 복지부가 보건의료노조와 맺은 노정합의를 반영하고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노정합의의 핵심은) 환자당 간호사의 비율을 낮춰 간호사 1인이 간호하는 환자의 수를 낮춰달라는 내용이고, 이번 대책에서 국가적인 정책적 지향점을 환자 중증도가 높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간호사 1인이 환자 5명의 간호사를 담당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면서 “세부적인 추진 시기에 대해서는 올해 중으로 마련할 간호등급제 개선 방안에 대해서 밝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책에 포함하지 못했던 이유는 간호등급제의 세부 방향과 내용에 대해서는 이번 대책에 담았지만 보다 구체적인 기준, 시기, 재정의 투입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국민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되는 법정 절차가 있다”며 “법정 절차를 이행하기 전에 보건의료노조, 간호협회, 병원협회 등 관련된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이 보다 필요하기 때문에 세부 이행 시기와 재원 투자에 대한 내용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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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노정합의에서 이루어진 주요한 내용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전국에 300병상 이상 종합적으로 2026년도까지 전면적으로 확대해 달라는 사항이 있었다”며 “작년 12월부터 보건복지부가 대한간호협회, 전국보건의료노조, 환자단체 등과 함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제도발전협의체를 꾸려서 지난 3월까지 7차례 회의를 열고,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제도개선 대책을 작성 중에 있어 상반기 중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복지부의 간호인력 지원책에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노조는 “대책은 시행시기와 관련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고 시행 시점도 명확하지 않다”며 “이미 확정된 정책 방향의 재탕 수준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시행 의지를 보여라”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