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10대] 10대 극단선택 '3년간 20% 증가'...이미 위험신호

생활입력 :2023/04/24 10:34

온라인이슈팀

생계 지원에 초점을 맞춘 복지 대책만으로 10대 청소년의 안타까운 선택을 막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강남에서 발생한 10대 극단선택의 원인이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고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포괄적인 대책이 아닌 맞춤형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그래픽=© News1 DB

청소년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숨기려는 일부 학교 현장의 분위기가 먼저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성 높은 심리상담을 확대해 현장에 도입하고 상담·치료 기관과 학교를 연계하는 창구도 필요한 시점이다.

◇10대 우울증 환자, 4년간 90% 이상 증가

24일 통계청의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0대 청소년의 극단선택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7.1명으로 2019년(5.9명)보다 20.3% 늘어났다. 한국 청소년의 사망 이유 1위는 극단선택인데, 그 위험신호가 이미 켜져있던 셈이다.

전체 연령대 자살 충동의 이유 1위는 신체 및 정신적 질환, 우울감(35.4%)이다. 2020년부터 코로나 블루(우울)가 확산하면서 청소년들의 심리 상태 또한 위태로워졌다. 비대면 수업을 하다 보니 고립감을 느끼는 청소년이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관련 통계 분석 결과 2021년 10대 청소년 우울증 진료환자는 5만7587명으로, 4년 전인 2017년(3만273명)보다 90.2%나 증가했다.

16일 서울 강남의 건물에서 10대 여고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생방송을 켜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사회적인 우려가 커졌다. 이튿날인 17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 강남구의 중학교에서는 한 남학생이 흉기 난동을 부린 뒤 극단선택을 했다.

20일에는 강남 압구정의 한 아파트에서 10대 학생이 떨어져 숨졌다. 이 학생 또한 극단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끄는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의 멤버 문빈(25)도 19일 극단선택을 시도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 상담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때 학생 건강검진이 시행되지만 이는 '신체 발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0대 정신건강 검사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청소년상담 1388(전화·모바일·사이버)의 24시간 전문 상담인력을 기존 155명 규모에서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지만 상담 직원의 전문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학교 현장 인력과 전문 인력이 한 번에 연결돼 대응하는 창구가 필요하다.

허지원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 저학년 연령대의 정신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의무가 전문가들에게 있다"며 "그런데 대부분 가족 혹은 교육자들에게 그런 역할을 맡기거나 인가되지 않은 기관들이 담당하고 있어 실질적인 근거에 기반한 심리 치료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주변 학생이 '극단적 선택'의 신호를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담당 교사가 전문가와 바로 연결해 주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생기는 혼란과 갈등들을 지속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상담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는 21일 입장문에서 "학생의 사망은 학교 전체 구성원에게 큰 혼란과 스트레스를 준다"며 "학교와 가족, 그리고 사회가 비극적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그 충격의 정도를 줄일 수 있다"고 호소했다.

◇청소년 우울증 계속 숨겨야 할까

현행법상 청소년이 부모 동의 없이 정신건강의학 진료를 받기 힘든 상황도 개선 대상으로 꼽힌다. 진단이나 치료받아야 하는 학생이 부모에게 알리는 것을 꺼려해 증세를 숨기면서 상담 시기를 놓치기 때문이다.

4년간 우울증 진료 청소년 수가 90% 이상 증가한 만큼 정신질환을 '일부 학생'의 사례로 축소해 인식하는 교육 현장의 분위기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유족과 지인뿐 아니라 사건을 접한 제3자도 무의식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야 한다“며 "확실하지 않은 정보의 확대 재상산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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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교수는 "극단적 선택의 궁극적인 이유가 결과적으로는 우울증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들을 외면한 채 모든 원인을 우울증으로만 보는 좁은 해석도 지양해야 한다"며 "의료적인 개입과 사회·경제적인 해결책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