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를 피우면 식욕이 늘면서 칼로리가 높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는 욕구가 커진다. 이와 똑같은 현상이 예쁜꼬마선충에도 일어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 오레곤주립대학 연구진은 대마초 성분에 노출된 예쁜꼬마선충이 대마초를 피운 사람과 같이 식욕 증진 현상을 보임을 밝혔다. 5억년 전 진화 계통에서 포유류와 갈라진 예쁜꼬마선충이 사람과 같은 대마 수용체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20일(현지시간) 실렸다.
대마초 성분인 카나비노이드는 사람 뇌와 신경계 등 신체 곳곳에 있는 카나비노이드 수용체와 결합해 효과를 일으킨다. 이들 수용체는 보통 카나비노이드와 성분이 비슷하며 사람 몸 속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엔도카나비노이드와 결합한다. 엔도카나비노이드는 신경계에서 식욕, 불안, 학습과 기억, 번식, 대사 등 여러 작용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연구진은 예쁜꼬마선충이 좋아하는 영양 많은 박테리아와 덜 좋아하는 박테리아가 각각 양끝에 있는 T자 모양의 간단한 미로를 만들고 예쁜꼬마선충을 집어넣었다. 엔도카나비노이드 용액에 들어갔다 나온 예쁜꼬마선충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영양분이 풍부한 박테리아 쪽으로 더 많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고, 먹는데 쓰는 시간도 더 길었다.
이어 연구진은 유전자 조작으로 사람의 카나비노이드 수용체를 갖게 된 예쁜꼬마선충에 엔도카나비노이드를 노출시켰다. 이 예쁜꼬마선충 역시 같은 식욕 증진 반응을 보였다. 카나비노이드 성분이 에쁜꼬마선충의 후각 신경을 자극해 영양 많은 박테리아 냄새에는 더 민감하게, 그렇지 않은 박테리아 냄새에는 덜 민감하게 반응하게 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는 인간과 선충류가 대마 성분에 대한 수용체를 비롯, 식욕과 관련한 비슷한 신경전달 시스템을 공유한다는 의미다. 포유류가 대마 성분에 인간과 같이 반응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예쁜꼬마선충도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처음 확인됐다. 선충류와 포유류는 약 5억년 전 갈라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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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예쁜꼬마선충의 유사성을 밝힌 이 연구 결과가 신약 물질 후보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선별하는 새 기법의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션 로커리 오레곤대학 교수는 "카나비노이드 신호체계는 체내 대부분 조직에서 볼 수 있다"라며 "이번 연구가 카나비노이드 신호나 대사와 관련된 다양한 단백질을 겨냥한 신약 후보 물질을 빠르고 저렴하게 스크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마 성분이 사람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북미를 중심으로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지역이 늘어나는 추세라, 이같은 연구의 효용이 클 것이란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