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술·생산·수출을 지원해 소재·부품·장비 으뜸기업을 세계적인 ‘슈퍼 을(乙)’로 키우겠다는 소부장 세계화 전략을 내놨지만, 업계는 현장을 모르는 허울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새로울 것도 없다는 평가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19일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산업 현장에서 일할 사람이 있어야 어떤 지원이라도 도움이 된다”며 “정책을 행동으로 옮길 사람이 없는데 아무리 세금 깎아주고 연구개발비 준다 한들 빛 좋은 개살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 현장에 맞아야 한국에서 기술과 생산을 혁신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황 회장은 “‘잘하자’거나 ‘빨리하자’고 하면 법적 책임을 묻는다”며 “말이나 행동할 수 없는 환경이 돼버린 게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이번 정책에서 실질적으로 득이 될 것 찾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반도체 업계 소부장 으뜸기업 관계자는 “소부장 키워주겠다는 정책은 예전부터 있었다”며 “같은 얘기를 정부가 계속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으뜸기업 수를 늘리기보다 예산을 늘려 업체당 주어지는 질적인 부분을 개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연구개발 지원 체계가 쪼개진 상태”라며 “한 회사에 국책과제라고 10억원씩 줘봤자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슈퍼 을(乙)' 소부장 세계화…200대 전략기술 육성2023.04.18
- 소부장 성장사다리 구축…으뜸기업·협력모델 '쌍끌이'2023.04.18
- 디스플레이 소부장, 인도·베트남·일본으로 뻗는다2023.04.18
- 삼성·SK하이닉스, 소부장 상생 협력 한 목소리..."초일류 반도체 생태계 구축"2023.04.11
이처럼 말하는 이유는 그나마 중소·중견기업이 소부장 으뜸기업이 되면 연구개발 비용을 보탤 수 있어서다. 소부장 으뜸기업 3기 중 한 업체 대표는 “지난달 으뜸기업으로 새로 뽑혀 연구개발 지원을 기대한다”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소부장 지원 방식을 여러 가지 내놓고서 회사에 어떤 게 필요한지 수요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전일(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1차 소부장 경쟁력강화위원회’를 열고 기술 혁신, 생산 혁신, 수출 확대를 3대 축으로 소부장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7개 분야 15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에 우주·방위·수소 3개를 더해 10개 분야 200대로 늘린다. 소부장 으뜸기업은 2030년까지 200개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66개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