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현대차·기아 美보조금 제외...해법은 리스 상업용 차량 판매

보조금 대상 차종 美기업 편중…"韓만 불리한 거 아냐"

디지털경제입력 :2023/04/19 11:07    수정: 2023/04/22 00:20

미국 전기차 보조금 혜택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기차 모델들이 제외됐다. 이번 보조금 적용 대상 차종은 미국 기업 차량으로만 적용돼 바이든 정부의 자국주의 정책이 본격 막을 올렸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와 기업 측은 미리 예측해 온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분위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7천500달러의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는 기존 39개 차종에서 22개로 줄어들었다. 현대차·기아뿐만 아니라 닛산·아우디·BMW·폭스바겐 등 해외 업체 차량도 모두 제외됐다.

이번 보조금 지금 대상 차량 기준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북미에서 최종 조립해야 한다는 기본 요건이 주골자다. 이미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최종 조립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일찌감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뉴시스)

특히 보조금은 전기차로 한정할 경우 미국의 자동차 빅 3사(테슬라·포드·제너럴모터스)로 한정됐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하는 제네시스 G70 전동화 모델, 닛산 리프 EV 등은 배터리 핵심광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최종 지급 대상에서 빠졌다.

IRA의 배터리 세부지침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이더라도 올해의 경우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해야 3천750달러 ▲미국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 사용해야 3천750달러를 각각 받을 수 있다.

일본 지지통신은 이번 발표에 관해 “지난달 미국과 일본은 중요 광물 조달처에 관해서는 인정하기로 합의했으나 배터리 요건은 완화하지 못했다”며 “해외 업체들은 북미 생산을 늘릴지, 미국 업체보다 비싼 가격에 전기차를 판매할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우대정책으로 가장 큰 수혜를 얻는 곳은 미국 기업이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자국주의 경제 정책의 서두를 연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기차 판매량은 보조금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지난 1월 유럽 일부 국가에서 전기차 보조금 혜택 축소 이후 전기차 판매가 급감한 바 있다.

GV70 전동화 모델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의 가격인하 동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테슬라와 포드 등 전기차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최근 자사 모델 가격을 낮추는 등 ‘테슬라발 가격인하 전쟁’에 돌입한 바 있다. 현대차는 가격 정책상 인하는 없다고 밝혔지만, 보조금 혜택 없이는 경쟁력 상실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정부와 현대차그룹은 이번 사안을 미리 준비해 왔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에너지부 발표 직후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이번 축소는 우리 자동차 업계가 미국 시장 내 경쟁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IRA 직후 판매량이 다소 감소했으나 지난해 말부터 회복 추세이며 미국 내 시장 점유율도 반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내 한국산 친환경차 판매 및 수출 점유율은 지난 2022년 8월 7.7%에서 IRA 직후 11월 4.8%까지 내려갔으나 12월부터 다시 반등해 지난달 7.4%까지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IRA 대응안으로 기존 5%였던 미국 내 상업용 리스 판매 비중을 30% 수준까지 확대해 수급 요건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지난해 평균 약 5%에서 올해 1분기 약 28%까지 대폭 증가해 업계가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기아의 리스 전략은 지금까지 성공적이다. 올해 1분기 미국 상업용 전기차 판매 비중이 28%로 올랐고 1월부터 매달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양사의 상업용 전기차 판매 비중이 3~5%인 것을 보면 높은 성장세를 달성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해법으로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2025년 상반기까지 건립 예정인 전기차 전용공장 완공까지 일반 판매와 상업용 판매로 투트랙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수출 선박에 탑승해 브리핑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업계에서는 이번 판매 제외가 '새롭다'는 의견보다는 '예상했다'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여기에 IRA 대표 수혜분야인 배터리 업계는 예상대로 핵심광물·배터리부품 요건 모두를 대부분 충족했다. 국내 업체가 북미해서 생산하고 조달 중인 배터리는 모두 전액 적용이고 유럽에서 제조하는 배터리는 3천750달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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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은 지난달 국내 수출 1위에 오를 만큼 효자 상품이다. 또 반도체가 부진한 틈을 타 9년만에 무역수지 1위를 차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며 “R&D, 세제 지원 등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도 이번 사태에 예의주시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에도 우리 업계의 미국 내 전기차·배터리 투자 과정에서 투자세액공제 등 IRA 수혜를 극대화하기 위해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미국 측과 지속해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