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에 지쳐 서로 기대 잠든 아이와 엄마, 태블릿을 보다가 지쳐 소파 위에 누워버린 아이, 지친 아이를 달래는 보호자….
지난 14일 오후 3시 울산 남구의 한 소아과 병동은 접수대부터 대기 공간, 진료실 문 앞까지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20분째 대기하고 있다는 보호자 김모씨(30·여)는 "아이 아빠가 오늘도 이른 아침에 번호표를 미리 받아줘서 오늘은 번호표를 안 받은 날보다 덜 기다리는 편"이라며 "접수표를 받아도 짧으면 20분, 길면 1시간도 기다린다"고 말했다.
6살 딸을 둔 김모씨(38·남)도 "새벽 6시에 도착했지만 이미 (접수표 번호가) 43번이었다"며 "20~30분정도 기다리고 있는데 1번이 아니면 이 정도 기다릴 걸 예상했다"고 했다.
4살 아들을 둔 한모씨(29·여)는 "대형 병원, 개인 병원할 것 없이 모든 소아과가 비슷한 상황"이라며 "아이가 아파 속이 타는데 진료 보는 것 조차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소아과 진료 대기 '장기전'에 나선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위한 태블릿 PC와 간식은 필수품이 됐다. 부모뿐만 아니라 조부모 등 온가족이 아이의 진료 대기를 위해 병원에 총출동하는 일도 흔하다. 실제 손자녀 진료 대기를 위해 해당 병원에 온 노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병원 원무과 직원 박모씨는 "아이가 아프면 행여나 잘못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온 가족이 총출동해 간호에 나선다"며 "대기공간은 엄마, 아빠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로 북적인다"고 말했다.
소아과 병동이 기다림에 지쳐가는 아이와 보호자로 북적이는 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오픈런'(영업장 개장 전부터 줄서기) 인증이 이어지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해당 병원 이름을 검색하면 이름 아침 병원에서 받은 접수표를 찍은 사진 게시물이 넘쳐났다.
사진과 함께 "아이는 아픈데 진료받기는 하늘에 별따기" "아이 아빠 접수 번호표 받으러 새벽 4시에 나가 대기 번호 2번 받아옴" 등의 글이 올라왔다. 조카를 위해 소아과 오픈런에 나선 한 이용자는 "조카 사랑은 이모"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코로나19 여파, 각종 바이러스 전파 등으로 소아과 진료 수요는 늘었지만 울산의 소아과 의원은 감소 추세다. 울산 소아과 의원은 2020년 62개소, 2021년 59개소, 지난해 55개소로 줄었다.
소아과 진료 대란을 진화하기 위해 울산시가 나섰지만 산 넘어 산인 상황이다.
울산시는 지난 2월 울산대학교병원과 '24시간 소아응급실 운영 진료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소아과 의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현재 소아과 전문의 1명과 조건 협의중이지만 확정이 되지 않아 현재로선 채용 여부는 미지수"라며 "이달말 군의관, 공중의 배출 이후 이들과 채용 협의를 계획중이며 채용을 통해 6월부터 응급실 24시간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자로 대한민국에서 소청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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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회는 턱없이 낮은 진료비가 지속돼왔고, 유일한 비급여 시술이었던 소아 예방접종도 국가 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돼 건강보험에 적용되면서 동네 병의원의 경영이 무척 어려워졌다는 입장이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