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소비 지출을 공유하고 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이른바 '거지방'이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이달 초부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거지방' 속 대화 내역를 공유한 글이 다수 올라왔다.
거지방이란 메신저를 통해 서로의 소비 생활을 공유하는 유형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뜻한다. 거지방 참여자들은 한 달 예산을 정해 놓고 소비를 기록하거나 누적된 지출을 계산하며 절약을 독려한다.
거지방에서는 서로의 소비가 얼마나 합리적이었는지에 대한 참여자들의 신랄한 평가도 이뤄진다. 한 참여자가 "퍼스널 컬러 진단에 예약금 제외 40000원을 사용했다"고 올리자 다른 참여자가 "퍼스널 컬러 진단이 왜 필요하냐. 얼굴 옆에 색종이 대 보라"고 반박하는 식이다.
또 다른 방에서는 "스니커즈류를 살까 한다"는 질문에 "예쁜데 신기 어렵지 않냐", "신발에 구멍이 나셨으면 사시라"고 답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자 질문을 던진 이용자는 실제로 구멍이 뚫린 신발의 모습을 찍어 공유했고, 이에 다른 이용자는 "신발도 안 사시고 뭐 하셨냐"고 태도를 바꾸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화가 국내의 경제 침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사소한 소비조차 줄여야만 하는 젊은 세대의 입장이 자조적으로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는 수년 전까지 '파이어족', 'YOLO' 등의 이름으로 각종 명품과 사치품의 소비가 늘었던 현상과는 대조된다.
또한 거지방의 유행이 실제 가난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한 네티즌은 "아빠 카드로 물건을 사고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으며 지출 0원이라고 웃을 수 있는 사람, 무언가를 살 여력이 있어서 물건을 구매한 사람이 글을 올리고 서로 장난스럽게 타박하며 스스로 '거지'라 지칭한다면 부끄러워야 할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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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네티즌은 "저소득층에 대한 혐오적 표현을 저소득층이 아닌 이들이 본인을 지칭하는 데에 쓰는 건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생각 없이 쓴 말이 남에게 상처를 준다면 재고해야 한다", "거지방 대신 절약방, 검소방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냐"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