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은 인텔-ARM, 삼성·TSMC와 파운드리 전운 예고

美 증시 상장 앞둔 ARM 몸값 높이기 해석도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04/17 14:21    수정: 2023/04/17 14:23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 ARM과 파운드리 협업을 발표한 가운데,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인텔이 ARM과의 협력으로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에 나서면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TSMC에게 압박감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향후 파운드리 업계의 파급 여부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상장을 앞둔 ARM이 상장가를 높이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인텔과 손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팻 겔싱어 인텔 CEO 사진=인텔)

인텔 파운드리 부활 목표…삼성, TSMC에게 긴장감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는 12일(현지시간) ARM과 함께 인텔의 18A(옹스트롬·1A는 100억 분의 1m) 공정을 활용해 차세대 모바일용 시스템온칩(SoC)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인텔은 "이번 협력이 먼저 모바일 SoC 설계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향후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데이터센터, 항공우주 산업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인텔과 ARM의 협력은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의 시장 기회를 확대하고 모든 팹리스 기업에 새로운 옵션과 접근 방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TSMC는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ARM은 전세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90%를 차지할 정도로 반도체 시장에 영향력이 크다. 모바일 AP 업체인 퀄컴, 미디어텍, 애플, 삼성전자 시스템LSI 등은 모두 ARM의 IP를 활용해 칩을 개발한다. 인텔과 ARM의 협력은 모바일 시장뿐 아니라 향후 다양한 산업에서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양사의 이번 협력은 삼성전자와 TSMC의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유재희 반도체공학회 부회장겸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인텔이 ARM과 협력을 통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고,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차원에서 삼성전자와 TSMC에게 경쟁위기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협업을 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인텔 파운드리를 사용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13일 로이터통신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인텔의 턴어라운드 전략은 다른 칩 회사, 특히 모바일 AP 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하는데 달려 있다"라며 "특히 퀄컴과 같은 기업이 향후 칩 설계를 위해 인텔 파운드리 공장을 사용할 계획이다"고 전망했다.

앞서 종합반도체기업인 인텔은 2021년 3월 IDM 2.0을 발표하면서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했다.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통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비중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이를 시작으로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 경쟁구도에서 미국 인텔까지 가세해 3강 구도로 전환됐다고 업계는 내다봤다.

그래픽=지디넷코리아

ARM, 미국 상장 앞두고 몸값 키우기 전략

이번 인텔과 ARM의 협력을 두고 미국 상장을 앞둔 ARM이 몸값을 키우기에도 효과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말 미국 증시(NYSE)에 ARM 상장(IPO)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에 상장주관사를 선정한 후 공모가를 산정하려는 계획이다. 본래 소프트뱅크는 영국 정부로부터 런던 증시(LSE)에 상장해 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받으며 검토했으나, 결국 영국의 정치 환경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뉴욕 증시에 상장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해 11월 ”향후 수 년간 ARM의 성장에 몰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소프트뱅크)

ARM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75%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25% 지분은 자회사인 비전펀드가 갖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2016년 ARM을 총 320억 달러(약 38조원)에 인수했다. 이후 소프트뱅크는 2020년 9월 미국 엔비디아와 400억달러(당시 약 47조원) 규모의 ARM 인수 계약을 맺었으나, 반독점 규제로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작년 초 인수가 불발된 바 있다. 현재 ARM의 몸값은 약 600억 달러(약 77조9천억원)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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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미국 증시에서 ARM을 상장해 최소 300억달러(39조1680억원)에서 700억달러(91조3920원)의 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앞서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달 말 ARM이 미국증시 IPO에서 수익 증대를 목표로 칩 설계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유재희 반도체공학회 부회장은 "미국 시장 상장을 앞둔 ARM이 상장가를 올리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ARM이 미국의 인텔과 협력을 했다고 하면, 향후 ARM의 주가가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