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사막 지대에 사는 사막꿩은 특별한 능력이 있다. 이 새는 깃털에 물을 품은 채 흘리지 않고 날아가 목마른 새끼들에게 먹일 수 있다.
미국 연구진이 물을 안전하게 머금었다가 필요할 때 방출하는 사막꿩의 깃털 구조를 밝혔다. 새로운 흡수재나 효율적인 물병 제작 등에 활용될 수 있으리란 기대다.
이 연구는 학술지 '로열 소사이어티 인터페이스(Royal Society Interface)'에 최근 실렸다.
보통 사막꿩은 천적을 피해 물가에서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둥지를 짓는다. 수컷 사막꿩은 물 위에 떠서 배 부분 깃털에 물을 머금은 후 이를 둥지로 나른다. 이때 몸무게의 15%에 해당하는 물을 품을 수 있으며, 시속 60km로 30분 가량 날면서도 물을 거의 흘리지 않는다.
사막꿩이 가장 효율적으로 물을 보관하고 이동하는 능력을 가진 생물로 꼽히는 이유다. 이런 특징은 이미 50년 전 발견됐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는 신체 구조에 대해선 잘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과 MIT 연구진은 고해상도 전자현미경과 컴퓨터 단층촬영 장비, 광학현미경과 3D 영상 기술 등을 활용해 사막꿩의 배 부분 깃털을 집중 분석했다. 마른 깃털을 물에 담갔다 꺼냈다를 반복하며 구조의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깃털 중앙의 깃대와 깃대에서 뻗어나온 깃가지 등이 물을 담기에 최적화된 구조와 움직임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깃대와 깃가지들 사이에 물이 들어오면, 깃가지들은 구부러지며 물을 담는 텐트 비슷한 구조를 형성한다. 각 깃가지는 튜브와 같은 구조를 갖고 있어 물을 담기에 적합하다. 또 깃털 끝부분의 깃가지들은 구부러진 모양이라 물을 잡아두는 뚜껑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이같은 사막꿩 깃털 구조를 응용한 신소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액체를 원하는만큼 흡수하고 잘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 방출하는성질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막 지역에서 안개나 이슬에서 물을 흡수한 후 쓸 수 있게 하는 흡수재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이 구조를 운동용 물병에 응용하면 많은 물을 담으면서도 안에서 출렁이거나 병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는 제품을 만들 수도 있다. 달리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유용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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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첸 뮬러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감염 여부를 진단할 때, 검체 샘플에서 성분이 잘 스며나오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라며 "이 구조를 의료용 면봉에 응용하면 충분한 양의 검체를 잘 머금었다가 진단기에 안전하게 방출하게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비슷한 구조를 3D로 프린트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