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몰려오는 알뜰폰...통신업계 출혈경쟁 우려

알뜰폰 사업 은행 부수업무 지정...KB국민은행 이어 시중 은행 진출 증가 전망

방송/통신입력 :2023/04/13 10:14    수정: 2023/04/13 13:06

금융위원회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인 '리브모바일(리브엠)'을 정식 승인한 가운데, 이동통신업계는 금융권의 무분별한 알뜰폰 시장 진출로 인한 공정 경쟁 저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동통신업계는 금융사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망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를 판매하는 등 출혈 경쟁을 되풀이할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에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출시를 금지한 것처럼 금융사에도 규제를 적용해 공정 시장 경쟁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금융위는 12일 오후 정례회의를 열고 알뜰폰 서비스를 지속 제공할 수 있게 관련 규제를 개선해달라는 KB국민은행의 요청을 수용했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 사업 특례로 알뜰폰 '리브엠'을 선보인 뒤 가입자 수 40만명을 확보했다. 오는 16일 특례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서비스를 지속하려면, 금융위가 통신요금제 판매와 알뜰폰 서비스를 은행의 부수 업무로 지정해줘야 한다. 기존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사의 비금융 산업 진출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KB국민은행에서 간편·저렴한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알뜰폰 서비스)를 부수업무로 신고할 경우, 부수업무 공고를 통해 법령 등을 정비할 예정"이라며 "정비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최대 1년6개월) 서비스를 지속 제공 가능하다"고 밝혔다.

"씨는 알뜰폰 사업자가 뿌리고 수확은 금융사가 할 것"

알뜰폰이 은행의 부수 업무로 지정됨에 따라 KB국민은행 뿐 아니라 여러 은행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입할 전망이다. 통신업계는 출혈 마케팅이 난무하는 등 시장이 혼탁해질까 우려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이 알뜰폰을 금융 상품 판매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적자까지 감수한 마케팅을 하면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살아남지 못한다"며 "지금까지 알뜰폰 사업자들이 씨를 뿌리고 키워온 시장에서 금융사들이 수확을 다 해가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KB국민은행에 이어 시중 은행들이 알뜰폰 시장에 잇따라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사는 알뜰폰과 금융 상품을 연계해 금융 가입자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알뜰폰을 통해 소비자 구매 경향 등 데이터를 확보해 다양한 상품·서비스 설계에 활용할 수도 있다.

이에 관해 한 중소 알뜰폰 기업 대표는 "KB국민은행은 그동안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알뜰폰 사업에서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며 출혈 마케팅을 벌여왔다"며 "연 매출액이 몇 조원에 달하는 은행과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경쟁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 결과, 2021년 알뜰폰 사업자 중 75%는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 미만이다.

공정 시장 경쟁 위한 규제 필요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금융사의 출혈 마케팅을 막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들은 공정 시장 경쟁을 위해 정부 규제를 받고 있다. 망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출시 금지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규제를 금융사의 알뜰폰 서비스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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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KB국민은행 리브엠은 지난해 도매대가 보다 낮은 요금제를 판매해 출혈 마케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동통신유통협회는 리브엠의 '청년희망 11GB+' 요금제가 망 도매대가 이하로 설계됐다고 분석했다. 1년 동안 가입자 1명 당 26만원 적자를 낸다고 계산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중소사업자와 상생을 위해 정부 차원의 공정 경쟁 환경 조성, 상생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