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에 가담한 일당이 과거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서도 활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마약과 보이스피싱을 연계한 '신종 피싱' 범죄 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0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마약 음료을 나눠준 여성 피의자가 과거 대면형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여러번 활동했다"며 "보이스피싱 조직이 이번에도 여성에게 아르바이트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여성을 포함해 이번 마약음료 사건에 가담한 공범 중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인물은 3명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7일 검거된 마약음료 제조책 길모씨에게서도 보이스피싱 범죄 정황을 포착했다.
길씨는 중국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마약음료 제조를 지시받고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음료 100병을 제조한 뒤 고속버스와 퀵서비스를 이용해 서울의 조직원들에게 보낸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를 받는다.
길씨가 제조한 음료 100병 가운데 학생들에게 배부된 병은 18병이다. 학생들이 실제 마신 음료는 7병이며 받고도 마시지 않았거나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병은 11병으로 파악된다.
경찰은 미개봉 상태인 나머지 음료 36병을 압수했으며 44병은 피의자들이 폐기한 것으로 보고있다. 100병 중 2병은 현장에서 나눠준 피의자들이 복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길씨가 음료 제작에 사용한 필로폰 입수 경로를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은) 던지기 수법으로 공급된 것으로 보인다"며 "며칠 안에 수사 결과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길씨에게 마약 음료 빈 병과 판촉물 등을 중국에서 보낸 한국 국적 20대 이모씨 신원을 파악하고 신병 확보에 나섰다.
보이스피싱 범죄 전력이 있는 이씨는 지난해부터 중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영장 발부는 국제 공조 수사하고 여권무효화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지시를 했다는 친구와 또 다른 경로로 가담이 확인된 국내 피의자 1명이 있는데 모두 보이스피싱 조직 일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일당은 음료를 마신 학생의 학부모에게 카카오톡 메신저와 전화로 협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협박 전화 발신 지역도 중국으로 확인됐다.
협박 전화는 "자녀가 마약을 했으니 돈을 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는 내용으로, 경찰이 파악한 협박 전화 7건 중 1건은 돈 1억원을 대가로 요구했다.
경찰은 중계기를 이용해 중국 인터넷전화 번호를 국내 전화번호로 변작해 협박 전화를 도운 혐의를 받는 김모씨를 지난 7일 검거했다. 경찰은 피의자를 검거한 인천에서 노트북 6대, USB 모뎀 97개와 유심 368개를 압수해 분석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뎀 사용기록을 분석 중"이라며 "전화가 어디서 걸려오고 IP가 어딘지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기통신사업법위반 혐의로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마약과 보이스피싱을 연계한 '신종 피싱' 범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마약범죄수사대뿐 아니라 금융범죄수사대까지 수사에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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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건의 총책이 해외에 체류하면서 마약 제조와 전달, 학부모 협박, 중계기 설치·운영 등을 여러 사람에게 지시하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