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여파 지속…기업 10곳중 7곳 수익성 악화

"정부 지원책, 현장 체감효과 적어"

디지털경제입력 :2023/04/09 12:00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지난해 10월 3%대에 진입한지 7개월째를 맞은 가운데,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고 환율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기업들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기업영향’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6.3%는 ‘적자를 내고 있거나 손익분기 상황’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현재 경영상황에 대해 ‘이익과 비용이 동일한 손익분기 상황’이라고 답한 기업이 31.0%로 가장 많았고, ‘적자로 전환된 상황’이라는 기업이 24.3%였으며, ‘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기업도 11.0%였다. 이에 반해 ‘수익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33.7%였다.

고금리 지속에 따른 경영상황 (사진=대한상의)

작년 9월 대한상의 조사에서 수익실현을 위해 기업이 감내가능한 기준금리 수준이 2.91%로 조사됐으나, 현재 기준금리는 3.5%로 0.6%p 초과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3%대 기준금리 지속은 2012년 이후 10년만이고, 3.5%를 기록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작년 하반기와 비교해 현재의 자금사정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56.3%가 ‘고금리로 인해 작년보다 어려움이 심화됐다’고 답했다.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한 기업은 29.3%였으며, ‘어려움 없거나 자금사정이 개선됐다’고 답한 기업은 각각 12.7%와 1.7%에 불과했다.

고금리 부담에 기업들은 고육지책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었다. 작년 9월 조사에서 고금리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기업은 20.2%에 불과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고금리 부담완화를 위해 비상 긴축경영 조치를 시행한 기업이 71.0%에 달했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기업은 29.0%였다.

기업들이 취하고 있는 긴축경영 조치로는 ▲소모품 등 일반관리비 절약(71.8%), ▲투자 축소(24.9%), ▲임금 동결 또는 삭감(11.7%), ▲희망퇴직, 고용축소 등 인력감축(9.4%), ▲공장가동 및 생산 축소(8.9%), ▲유휴자산 매각(8.0%) 등의 순이었다.

고금리 상황에 정부와 지자체에서 경영안정자금 대출, 이차보전사업 등의 기업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현장의 체감도 높지 않았다. 고금리 지원대책의 활용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60.7%는 “지원제도 내용을 몰라서 활용해본 적 없다”고 답했고, “알고 있는데도 활용해본 적이 없다”는 답변도 16.0%였다. “활용하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응답은  17.3%,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는 답변은 6.0%였다.

지원대책의 효과가 낮은 이유로는 ▲지원대상이 제한적(35.5%) ▲지원대책에 대해 모르는 기업이 많음(28.7%)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임시방편에 가까움(28.4%) ▲시장수요에 비해 지원규모가 작음(19.9%)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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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장 바라는 지원책은 ‘고금리기조의 전환’(58.7%)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세제지원 등 비용절감책’(26.0%), ‘대출보증지원 확대’(8.7%),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6.6%) 순으로 조사됐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무역적자가 13개월째 이어되는 가운데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 소비심리 둔화를 부추길 수 있다”며, “금리인상 기조의 득과 실을 면밀히 따져보고, 내수소비 진작과 경기회복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신중한 금리결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