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상 초유의 주파수 할당 취소를 결정 이후 이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1월 KT와 LG유플러스에 28GHz 대역(밀리미터파) 주파수 할당 취소를 통보했다. 5G 28GHz 장비 구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SK텔레콤만 이용 기간을 단축당하는 선에서 취소를 겨우 면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를 보면 5월까지 28GHz 망 구축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SK텔레콤마저 주파수 할당이 취소되면, 국내 주요 이통3사 모두 28GHz 대역 주파수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밀리미터파 대역은 LTE보다 20배 빠른 '진짜 5G'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문제는 이 주파수 대역은 속도는 빠르지만,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 통과 시 손실이 커 커버리지가 좁다는 것이다. 즉, 전국망 상용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셈이다. 28GHz 대역은 B2C가 아닌 B2B 활용에 적합하다는 게 중론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는 삼성전자에 28GHz 단말 출시를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법한 요구다.
정부는 28GHz 대역을 독점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앞세워 제4이통사 유치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마저도 회의적인 시각이다. 신규 사업자 입장에서 28GHz 기지국 구축은 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이통사의 수요가 있고 일정 수준의 초도물량이 확보돼야 단말기 출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초도물량이 없는 데도 기기를 출시하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떼쓰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백번 양보해 정부의 요청대로 28GHz 안테나 탑재 단말을 국내에 출시한다 하더라도 서비스 실효성이 낮은 현재로서는 ‘보여주기용’ 밖에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이미 일부 국가에서 28GHz 안테나를 탑재한 단말을 여러 개 선보였다. 이미 효용성이 낮다는 것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28GHz 상용화에 나선 일본도 일부 핫스팟에 한정해 이용할 뿐이다.
주파수 할당 취소 이후 정부 입장에서 어떻게든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인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법으론 이도 저도 안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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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가 장비 구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사업자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사실 28GHz 커버리지 확보가 기술적으로 이렇게까지 어려울 것이라고는 정부도 사업자도 몰랐을 것이다.
따라서 사업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방법이 아니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5G 산업의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보다 현명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