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반도체에 '올인'

SK스퀘어 대표직서 물러나…"반도체 업황 악화에 책임 무거워"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04/05 14:48    수정: 2023/04/05 15:21

정보통신기술(ICT) 전략가로 통하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타 계열사에서 겸직하던 임원 자리를 내려놓고 반도체에 역량을 쏟는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지난주 SK스퀘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미등기임원이던 SK텔레콤에서도 지난해 말 퇴사했다.

반도체 업황이 나빠져 실적이 부진한 SK하이닉스에 집중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조8억984원으로,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다. 금융투자업계는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에도 3~4조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시 본사에서 열린 제7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SK하이닉스)

박 부회장은 최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7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1년에 20조원 넘게 투자하고 6개월 동안 600개 넘는 공정으로 만든 메모리 반도체 제품이 단돈 몇 센트에 팔린다”며 “업황이 지독하게 흔들리는 데 경영진으로서 책임감이 무겁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회사가 해마다 20조원 넘게 설비에 투자하고 고객사는 돈을 잘 버는데도 SK하이닉스는 영업적자를 걱정한다면 잘못 아니냐’는 주주 물음에 이같이 답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위기에도 유망한 시장에서 답을 찾기로 했다.

SK하이닉스가 인텔로부터 인증을 획득한 10나노급 4세대 서버 D램 DDR5(사진=SK하이닉스)

지난해 설비 투자(CAPEX)에 19조원을 썼지만 올해 50% 이상 감축한다. 

박 부회장은 “모바일용 칩은 작을수록 비싸게 팔 수 있었지만, 가장 떠오르는 시장인 서버용 칩은 그 정도 미세화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자본적 지출 대비 원가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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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2조2천377억원 규모 해외 교환사채도 발행해 원재료 구매를 비롯한 운영 자금으로 쓰기로 했다. 자사주 2천12만6천911주가 교환 대상이다. 교환 가액은 이를 공시한 지난 3일 SK하이닉스 종가보다 27.5% 비싼 11만1천180원이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사진=SK하이닉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우려가 해소되고 단기간 필요한 현금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가 향후 반도체 업황이 나아질 것으로 확신하는 것 같다”며 “수요가 계속 줄고 생각보다 업황 회복이 더디다면 SK하이닉스는 새로 자금을 조달하지 않고 자본 지출을 더 줄이는 식으로 비용을 통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