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조항이 공개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기존 공급망을 재편하지 않아도 세액공제 조항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론상으로는 중국 기업도 같은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어 계속 주시할 부분인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IRA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조항을 발표했다. 당초 우려와 달리 공급망 변화를 크게 촉발시킬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핵심광물을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에서 조달 받더라도 FTA 기체결국에서 가공해 50%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된다.
IRA 입법 당시 업계에서는 미국이 대중국 견제노선을 공식화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공개된 세부조항은 당시 평가에 비해선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국내기업으로서는 흑연, 리튬 등 대중국의존도가 높은 핵심광물을 과거와 같이 조달받아도 가공 기준만 만족하면 돼 불확실성이 사라졌다.
문제는 이 같은 핵심광물 조달 조항이 중국 기업에게도 마찬가지로 작용된다는 점이다. CATL과 비야디(BYD) 등 중국 기업들 역시 자국산 핵심광물을 사용하더라도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 과정을 거치면 세액공제 조항은 만족하게 된다. 특히 CATL은 이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무기로 북미 시장을 차츰 공략 중이다.
지난달 CATL은 포드와 기술합작 방식으로 미국 미시간주에 조인트벤처(JV) 설립을 발표했다. 배터리 생산 공장에 들어가는 지분은 포드가 전액 출자하고 생산라인과 설비 등은 CATL이 맡게돼 IRA 조항을 피해갈 수 있게 됐다.
CATL은 테슬라와도 미국 텍사스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기업에게 북미 시장은 더 이상 접근 불가능한 땅은 아닌 상황이 됐다. CATL의 북미시장 점유율은 14%로 3위다. 북미내 여타 완성차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LFP 배터리 채택 비율을 점차 높혀가면서 CATL의 아성은 공고해진 분위기다.
물론 중국 기업들의 이런 행보가 의도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미국 재무부가 발표할 예정인 '외국 우려 단체'(foreign entity of concern)'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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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는 IRA 세부조항을 통해 2025년부터는 '외국 우려 단체'에서 핵심광물을 조달받지 못 하도록 했다. 우려 단체에 들어갈 국가는 아직은 구체적으로 명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식화될 경우 중국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해당 조항은 일종의 유예기간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는 중국과 같은 비우호국에서 광물을 조달 받아도 되지만 2025년부터는 대중국 공급망이 원천봉쇄돼 국내 기업 역시 장기적인 공급망 다변화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