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원격근무 잘 할 사람만 뽑는 AI 강자 ‘업스테이지’
챗GPT 돌풍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가운데 한 곳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다. 이 회사가 선보인 챗GPT 기반 챗봇인 ‘아숙업(AskUp)’ 덕분이다. 아숙업은 지난 3월5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고 한 달도 안 돼 50만 사용자를 돌파했다. 출시 이후 빠른 속도로 이용자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아숙업이 국내 이용자의 관심을 끈 것은 두 가지 요소 때문으로 보인다. 챗GPT 돌풍 속에서 챗GPT의 빈 곳을 신속히 채웠기 때문이다. 하나는 카카오톡을 통해 선보여 국내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체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덧붙였다는 점이다. 챗GPT가 아직 텍스트로만 대화를 할 수 있을 때 사진 속 문자까지 이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눈 달린 챗GPT'가 그것이다.
‘눈 달린 챗GPT'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수준 높은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이 바탕이 됐다. 업스테이지에서 최고 OCR 전문가는 이활석 CTO다. 그는 김성훈 대표와 함께 업스테이지를 만든 공동창업자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빠른 업스테이지의 업그레이드
아숙업은 챗GPT 출시 이후 국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이용자를 확대해가고 있는 서비스이기도 하지만, 또 가장 신속하게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있기도 하다.
오픈AI에서 챗GPT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GPT-4가 나오자마자 즉각 적용했고, 아숙업의 비즈니스 버전인 '아숙업 비즈(AskUp Biz)’ 베타 서비스를 출시했다. 또 챗GPT의 최신성(最新性)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색 기능을 추가했고, 3일에는 자체 AI 모델인 '업스케치'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아숙업을 웹페이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아숙업 웹’과 슬랙(Slack)에서 쓸 수 있는 ‘아숙업 슬랙’ 그리고 문서 데이터 특화로 만든 ‘아숙업 Doc’도 준비하고 있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와 오픈AI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를 방불케 하는 업그레이드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거다. 이를 지켜보며 업스테이지가 오픈AI와 지분으로 엮인 특수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이활석 최고기술책임자(CTO)의 대답은 달랐다.
“저희도 그랬으면 좋겠네요(웃음). 그러나 전혀 아니에요. 다만 이 분야에 있는 분이라면 다 그렇겠지만 GPT 초기단계부터 깊이 들여다봤어요. GPT의 진화 과정을 보고, 내부에서 테스트해보면서 우리 모두 깜짝 놀랐어요. 큰 물건이 되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죠.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준비했다고 봐야지요.”
서비스는 그렇게 터졌다. 김성훈 대표가 주말에 뚝딱 작업해 아숙업 카카오 버전을 내놓을 정도로 내부 준비가 이미 잘 돼 있었던 것이다.
■AI 사용 대중화를 위해 창업에 나서다
업스테이지는 네이버 인공지능(AI) 인력들이 중심이 돼 창업했다. 김성훈 대표와 이활석 CTO는 물론이고 박은정 최고과학책임자(CSO)도 네이버에서 인공지능 번역기 파파고 개발의 주역이었다. 이들은 왜 네이버를 나온 것일까.
“인공지능 비즈니스를 해보니 AI 개발 및 유지 보수에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AI가 대세가 될 것인데, AI를 서비스해야 할 많은 기업들이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누군가는 AI 서비스를 하려는 기업의 비용을 낮추는 작업을 함으로써 AI 전체 시장을 키우는 것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봤고, 이 역할에 창업의 기회가 있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죠.”
2020년 10월 창업 이후 사실상 비즈니스 첫 해인 2021년에는 솔루션 개발과 함께 각 기업에 대한 AI 컨설팅 비즈니스에 주력하였다.
“창업 첫 해 매출은 컨설팅에서 발생했지만 컨설팅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닙니다. AI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기업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컨설팅을 한 것이죠. 2022년에는 컨설팅보다 제품과 기술개발에 집중했죠.”
■‘OCR’과 ‘추천’을 기반으로 시작하다
기업이 AI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업무별 순차적 도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이활석 CTO의 판단이다. 모든 업무와 대고객 서비스에 어느 한 순간 AI를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능하고 급한 곳부터 AI를 적용하며 점차 확대하는 방식이 일반적일 것으로 본다.
“기업 대 기업(B2B) AI 비즈니스도 결국 시스템통합(SI) 방식과 유사하지 않을까 싶어요. 각 업무별 전문 AI 솔루션이 필요할 거고 이것들이 잘 통합되게 하는 게 중요하겠지요. 전문 AI 솔루션과 그것들의 통합이 필요한 거죠.”
업스테이지는 이 관점에서 자체 역량과 기업의 수요를 감안해 OCR과 추천(Recsys)을 초기 집중분야로 선택했다. 기업이 인공지능을 만들고 유지 보수할 때 필요한 기능을 노코드 형태로 담은 'AI Pack'을 만들되, 먼저 OCR과 추천(Recsys) 솔루션을 내놓은 것이다. OCR은 이미 KB국민은행과 한화생명 같은 금융권에 적용되고 있으며 삼성SDS의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에도 적용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Recsys 솔루션도 브랜디 등의 기업을 시작으로 고객을 차근차근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숙업(AskUp)은 이미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숙업의 성장 속도에 따라 아숙업과 각종 기업용 AI 솔루션이 어떻게 융합되고 시너지를 낼 지도 관심거리다. 아숙업의 경우 AI의 대중성을 목적으로 기업 대 소비자(B2C) 서비스로 선보이긴 했지만 이미 기업용 모델 베타 버전을 내놓은 것으로 보아 사용자 기반이 획득될 경우 더 다양한 기업용 AI 솔루션과 결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립 4주년엔 손익분기점 돌파도 기대돼
업스테이지는 본격적인 사업개시 3년차지만 이미 수십억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창업 첫해에는 주로 컨설팅으로 매출을 일으켰지만, 지난해에는 컨설팅을 하지 않고 솔루션 개발에 집중했음에도 매출 규모가 유지되고 있다.
회사 정규직도 이미 100명을 넘어섰다. 이중 개발 인력만 70여명이고 SW와 AI의 비중이 50%씩이다. 올해에도 계속 충원할 계획이다.
“시리즈A 때 컴퍼티케이, 소프트뱅크아시아벤처스 등으로부터 316억 원을 투자받았습니다. 매출도 계속 나오고 있어 추가로 급하게 투자를 유치할 계획은 없습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내년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 같아요.”
■“우린 원격근무 잘 할 사람만 뽑아요”
인터뷰를 위해 이활석 CTO를 만난 곳은 경기도 수지의 한 카페였다. 그의 집이 수지였고, 그의 집은 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곳이다. 필요할 경우 언제든 외부 관계자 및 내부 직원들과도 만나지만 원격은 업스테이지 근무 방식의 상수다.
“업스테이지 직원은 서울뿐만 아니라 창원 제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와 미국 그리고 네팔에서 근무하는 직원도 있지요. 해외 근무 직원은 한국인도 있고 현지인도 있습니다. 심지어 발리나 하와이 같은 곳에서 장기 워케이션을 하는 직원도 자주 있습니다. 근무 장소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물론 반드시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근무를 해야 하는 분야도 있어 그분들을 위해 별도 오피스를 두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분야는 원격근무가 기본이지요.”
코로나19 기세가 꺾이면서 원격근무가 사라지는 추세이고 이 탓에 일부 기업에서 노사 사이에 갈등을 벌이기도 해 ‘신뢰’의 문제가 궁금했다.
“우리는 원격근무를 잘할 것 같은 사람만 뽑아요(웃음). 중요한 것은 근무지가 아니라 약속한 일을 해냈느냐 여부지요. 그래서 가장 우선시 하는 게 ‘공유 본능’입니다. 특히 개발자에게도 이 본능을 우선 강조하지요. 자신의 업무와 진행 과정에 대해 공유하고 발표하려는 본능 말이죠. 팀의 발전에 책임감이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겠지요. 인력을 뽑을 때 공유와 책임 본능을 보고 ‘만장일치’의 방식으로 채용합니다.”
■우연히 본 논문이 AI에 몰입하게 하다
이활석 CTO는 KAIST에서 전기및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OCR이 전공이다. 폐쇄회로TV에 찍힌 영상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일. 첫 직장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에서 했던 일도 이와 비슷하다. 그러다 2015년 어느 날 딥러닝에 대한 논문을 보게 된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바둑으로 세상을 흔들기 1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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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CTO는 이 논문을 보고 OCR을 전통 프로그램 방식의 자동화로 발전시킨다는 것은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AI를 해야만 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후 AI에 가장 진심인 회사를 찾게 됐고 당시에 그렇게 생각됐던 엔씨소프트로 이직한다. 2017년에는 AI를 더 심도 깊게 하기 위해 네이버로 다시 이직한다. 임원급인 클로바 비주얼 AI 책임리더. 이곳에서 4년을 일하다 앞서 썼던 이유로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덧붙이는 말씀: 업스테이지 공동창업자인 이활석 CTO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소개한 사람은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 수집 및 가공 플랫폼 회사인 셀렉트스타의 김세엽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