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정부과제를 보고 내 연구 분야를 바꿔야 하나 고민된다.”
젊은 과학자들이 정부당국자에 연구 현장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 제언을 내놔 눈길을 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45세 이하 과학자들이 소속된 ‘Y-KAST’와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참여한 ‘Y-KAST 과학기자협회 포럼’이 30일 제주 신화월드 랜딩관에서 개최됐다.
‘기술패권 시대의 R&D’를 주제로 진행된 포럼은 내달 1일까지 사흘동안 진행되는 Y-KAST 인터내셔널 컨퍼런스와 연계돼 진행됐다.
우리나라 R&D 예산은 지난해 기준 30조원으로 전체 정부 예산 640조 중 5%에 조금 못 미친다. 반면, 연구개발과 기술방식의 내용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mRNA 백신 등 바이오 분야의 경우, 원천기술부터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시간이 빠르게 단축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분위기를 알고 있다. 때문에 주목받는 것이 바로 올해부터 추진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계도전형 R&D’다. 과기정통부는 해당 지원사업을 기존 연구 투자 방식을 탈피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지금까지 익숙한 연구를 해왔다면 앞으로는 더 창의적인 연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내 시행하려는 한계도전형 R&D는 ‘실패하는 연구를 해보자’라는 취지”라며 “익숙한 연구 관습으로부터 탈피해 변화를 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도 나름의 시도를 하고 있지만, 정부 연구 과제를 획득하고 실제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젊은 과학자들 입장에서는 할 말이 많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젊은 과학자들은 연구 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조언을 내놨다.
우선 이성주 서울대 교수는 “실패할 수 있는 연구 문화 촉진이 기대된다”면서도 “연구과제 발굴과 누가 참여할지 평가 방식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안준모 고려대 교수는 “한계에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가 뒷받침돼야한다”면서 “R&D 예산이 30조원이 넘지만 전체 정부 예산 대비 정체됐거나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근수 연세대 교수는 “기초연구를 위해 다양한 연구 주제를 안배해야한다”며 “기초연구의 경우, 소분야의 형태의 지원과 함께 중국의 천인프로그램과 같이 사람에 대한 투자 노력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정환 단국대치대 교수는 “주요 기초 연구에 대해서는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연구비 운용의 자율성 확보와 함께 이공계 붐업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김미현 가천대 교수는 “연구 사업을 수주한 연구자를 대상으로 연구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국가 오픈넷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권순경 경상대 교수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과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우수인력의 이공계 이탈 막으려면 과학기술인의 사기를 높여줄 수 있는 정부 지원 사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영진 한국연구재단(NRF) 국책연구본부장은 "국책연구는 목표지향적인 R&D일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학문적으로 진입하기보다 융합해서 할 수 있는 것을 끌어내야 하는 부분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한계도전 프로젝트’를 통해 제도 한계를 돌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구혁채 국장은 “과학기술정책의 지향점인 ‘임무지향형 R&D’는 문제해결을 하겠다는 의미이지, 기초원천 연구를 도외시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올해 연구 예산이 다소 줄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2018년~2020년 기초연구 예산이 1조2천억에서 2조5천억 원으로 2배 증액됐고, 계속과제가 진행되며 부담이 커진 측면이 있다"면서 "내년 예산은 개선될 것"이라며 밝혔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기초 예산에 관심을 갖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본지 김양균 기자를 비롯해 곽수근 조선일보 기자,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등도 토론에 참여해 언론의 시각에서 기초연구 강화 및 정책 수립 과정에 연구자 의견을 청취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