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배달 시장 성장세가 둔화 국면에 접어들자 라이더 공급망을 책임지며 급속도로 규모를 키워온 대행 플랫폼들도 추가 투자 유치와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바로고 외 대부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플랫폼들은 본업 강화와 새 포트폴리오를 찾는 등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팬데믹 전후 빠르게 외형을 확장한 바로고와 생각대로, 메쉬코리아 등 배달대행 플랫폼들은 상승기류를 타던 배달 산업이 한풀 꺾이면서 추가 외부 투자와 사업지속성에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장밋빛 시장 전망에 따른 투자 릴레이도 작년 초 바로고가 케이스톤파트너스로부터 유치한 500억원을 끝으로 멈췄다.
배달 시장은 코로나 발발 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19년 배달 서비스 온라인 거래액은 9조7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늘어난 데 이어, 이듬해 78% 증가하며 20조원에 육박할 만큼 시장 파이가 커졌다. 재작년까지 48% 이상 성장곡선을 그리며 거래액이 25조원에 달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배달 주축인 라이더를 기반으로 대행 플랫폼사가 주목받게 됐다. 바로고는 재작년 11번가 등에서 800억원 규모의 시리즈 C투자를 받은 뒤, 퍼시픽브릿지자산운용에서 브릿지 투자(100억원)를 마무리했다. 같은 기간 생각대로도 신한캐피탈, 신한금융투자에서 450억원을 투자받고 모회사 인성데이타 지원을 통해 내실을 다졌다.
재작년에만 1천억원 이상 투자받으며 잠재 ‘유니콘’으로 거론된 메쉬코리아는 네이버와 현대자동차, GS리테일 등 유수 기업들로부터 잇단 ‘러브콜’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시리즈E 투자를 끝마친 메쉬코리아는 라이더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풀필먼트센터(FC)를 세우며, 종합 물류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채비를 갖추기도 했다.
그러나 치솟은 배달비와 엔데믹 전환 등으로 배달 수요가 줄고, 라이더 이탈이 잦아지며 업황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지난해 배달 시장 성장률은 1.3%로 집계됐는데, 근 5년간 최소 40%에서 90% 가까운 숫자와 상반된 속도를 보였다. 그사이 메쉬코리아는 현금이 동난 데다 경영난까지 겪으며, 업계 유망주에서 회생기업으로 전락하게 됐다.
지난해부터 이런 추세가 이어지자, 라이더와 지역 대행업체 확보 등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출혈경쟁을 펼치던 플랫폼들은 최근 자구책 마련과 새로운 사업을 구축하는 데 힘을 주고 있다. 먼저 업계 1위 바로고는 지난달 동종업체 딜버와 합병 계약을 맺었다.
딜버는 애플 운영 체제 버전 라이더 앱을 출시하고, 경로·배차 추천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등 이용 편의성이 우수한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딜버 기술력을 더해, 주력 사업 역량을 제고한다는 게 바로고가 그린 청사진. 회사는 상반기 내 합병을 마무리하고, 기반이 탄탄한 플랫폼 인수합병을 지속해서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바로고는 또 음식업주를 대상으로 컨설팅 사이트 ‘든든상점’을 운영해 상점 경영에 유용한 정보 제공과 저비용으로 제휴 서비스를 제안하는 등 외부 경영 솔루션을 연계하고 있다. 올 초엔 유통 전문기업 휴박스와 협업해 매장 운영에 필요한 물품을 판매하는 ‘보물창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주방 플랫폼 ‘도시주방’을 전국 5개 지점에 열어 소비자는 물론, 기업 고객에게 정기식 도시락과 이벤트 케이터링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바로고는 ‘무빙’에서 전기 이륜차 배터리 충전 사업 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생각대로는 지속 가능한 라스트마일 인프라 구축에 방점을 찍고, 배송 수요 창출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를 연내 목표로 삼겠다는 방향이다. 회사는 기업간거래(B2B) 신규 계약을 확대하고 유심, 화장품 등 취급이 용이한 소화물 배송 품목 발굴에 나선다.
또 ESG 경영 일환으로, 전기 이륜차와 스테이션 보급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생각대로 라이더를 내연기관에서 전기 이륜차로 교체하고, 계열사 젠스테이션과 협업해 전국에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을 설치할 예정이다.
현재 생각대로는 젠스테이션과 함께 서울, 수도권을 비롯해 세종, 대구 등에 총 100여개 배터리 스테이션을 설립했다. 연말까지 최소 100개 거점에 스테이션을 설치하고, 배달량이 많은 강남권을 시작으로 친환경 배달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메쉬코리아의 경우, 최근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고 hy(한국야구르트)에 매각을 앞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 문턱을 넘어, 이르면 내달 hy 품에 안길 것으로 보인다. 그간 ‘부릉’ 운영 노하우를 포함, 배송 데이터와 기술력을 발판삼아 hy와 시너지를 창출해 반등하겠다는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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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는 이른바 ‘야구르트 아줌마’로 통하는 1만명 이상 ‘프레시 매니저’와 전국 600곳가량 물류 거점을 갖춘 등 메쉬코리아와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 배송 서비스 등에 있어 ‘윈윈’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많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거리두기 완화로 인해 들끓었던 배달 시장이 차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며 “수백억대 적자를 떠안고 경쟁하던 배달대행 플랫폼들은 올해는 불필요한 사업에 도전하기보다, 배송 서비스 품질 제고와 유망 사업 키우기 등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